화산 현장에서 사망한 취재기자와 소방대원

[시마바라 반도여행 1] 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과 오노코바초등학교

등록 2017.03.05 10:18수정 2017.03.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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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 ⓒ 유혜준


규슈올레 덕분에 일본여행을 자주 간다. 2012년 2월 29일에 처음 규슈올레 다케오 코스가 길을 연 뒤 지금까지 만 5년 동안 규슈에는 규슈올레 19개 코스가 만들어졌다. 규슈관광추진기구에서 한국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만든 규슈올레를 이제는 일본사람들이 더 많이 걷는다. 규슈올레 덕분에 일본에 걷기 붐이 일게 된 것이다. 제주올레를 걸은 이들이 규슈올레를 찾는 것처럼 규슈올레를 걸은 이들이 제주올레를 찾아 걷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규슈 나가사키 현에 있는 시마바라 반도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에서 머문 시간은 48시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알찬 여행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규슈올레 미나미 시마바라 코스를 걸었고,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화산 지역 등을 둘러보았다. 특히 미나미 시마바라에는 하라성 옛터, 히노에성 옛터 등 가톨릭과 관련된 유적이 많아 일본 가톨릭 탄압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 기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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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 ⓒ 유혜준


규슈올레 19개 코스 가운데 5개 코스를 빼고 다 걸었다. 규슈올레 완주가 목표인데, 바쁘다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5개 코스밖에 남지 않았으니, 완주를 시도해야겠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처럼 코스가 이어지지 않고 규슈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한 번에 한 코스 이상을 걷는 것은 무리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규슈올레만 걸을 생각을 해서 코스들이 이어지지 않고 규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이 불편하고 싫었다. 그런데 규슈올레를 걸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한 코스를 걷고 다른 코스로 이동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동하는 틈틈이 관광지, 유적지 등의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남는 시간에는 맛집을 기웃거릴 수도 있고.

이번에도 그랬다. 규슈올레 미나미 시마바라를 걸으러 갔지만, 짬을 내서 미나미 시마바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덕에 시마바라 반도가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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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 ⓒ 유혜준


우리나라는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시마바라 반도는 일본에서 첫 번째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고,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세계지질공원이다. 이런 공통점이 있는 두 지역은 자매도시가 됐고, 4년째 교류하고 있단다. 

430만 년 전에는 작은 화산섬에 불과했던 시마바라 반도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분화하면서 커지더니 육지 끝에 달라붙어 반도가 되었단다. 시마바라 반도 중심에는 화산들이 있다. 아직도 수증기를 팍팍 뿜어내면서 살아있음을 자랑하는. 

여행 첫날인 2월 24일 오후에 간 곳은 헤이세이 신잔(平成新山)의 분화로 땅속에 파묻힌 집들을 보존한 '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과 화산재의 열풍에 타버려 폐허가 된 오노코바초등학교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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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수증기를 뿜어낸다는 화산 헤이세이 신잔 ⓒ 유혜준


높이가 1483미터인 헤이세이 신잔이 분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거의 3년에 걸쳐 분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헤이세이 신잔은 지금도 안에서 수증기가 나온다는데, 분화할 때는 돔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부서진다고 한다.

이 결과 화쇄류와 토석류가 발생한다고 한다. 둘은 이름이 다른 것처럼 성질이 다르다. 화쇄류는 공기와 화산가스, 마그마 등이 섞여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무지 위험하다. 그에 비하면 토석류는 토사와 물이 섞여 흘러내는 것으로 화쇄류에 비해 온도가 낮고 속도가 느리지만 흘러내리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시키고 파묻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갔던 '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이 토석류 피해를 입고 파묻힌 집들이 있는 곳이다. 이곳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토석류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흘러내려오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미리 대피해서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대신 집들이 무더기로 파묻히는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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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 ⓒ 유혜준


헤이세이 신잔이 3년에 걸쳐 분화를 계속해 사람들은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피했다고 한다. 분화가 완전히 끝났다는 분화종식 선언은 1996년에 했다고 하니, 화산 활동은 참으로 오래 이어졌나 보다.

사람들은 피해서 도망칠 수 있지만, 집이야 어디 그런가. 그 자리에 붙박혀 있다가 토석류가 쏟아져 내려오니 고스란히 파묻힐 수밖에. 집 20여 채가 파묻혔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헤이세이 신잔의 분화로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 현장 취재를 온 기자들과 그들을 보호하려고 함께 왔던 소방대원 등 40여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화산 분화로 화쇄류가 쏟아져 내려올 때 열풍이 함께 불어온다. 뜨겁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품은 바람이란다. 호흡하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폐 속으로 밀려들어가면서 폐를 태웠다는 것이다. 죽은 기자들이 찍은 동영상은 고스란히 남아 당시의 현장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죽었다고 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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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오노코바초등학교 ⓒ 유혜준


오노코바초등학교 건물 역시 그 열풍에 피해를 입었다. 콘크리트 건물 외관은 고스란히 남았지만 목재와 유리는 녹아서 없어졌다. 학교는 폐쇄되었고 재해를 기념하는 유적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해 저물녘의 교정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시마바라 반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면에는 이런 역사가 있었다. 지금도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헤이세이 신잔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으려니 감정이 무척이나 복잡해진다.
덧붙이는 글 미나미 시마바라 시 초청으로 시마바라 반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마바라 #세계지질공원 #오노코바초등학교 #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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