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성조기를 흔드는 사람들

기억과 경험의 퍼즐을 맞춰 오늘을 기록하다

등록 2017.03.02 15:09수정 2017.03.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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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 판결을 앞두고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대한문 일대는 주말만 되면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세력은 이 땅의 오랜 적폐청산을 촉구하며 박근혜 탄핵과 국민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박사모를 비롯한 탄핵반대 세력은 종북좌파 척결이라는 낯익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과격세력들은 계엄령과 쿠데타를 선동하며 '빨갱이 죽이는 것은 OK'라는 극단적인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해방 정국의 찬탁, 반탁 대결과 비교하기도 한다.

과연 역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기록할까? 기억과 경험의 퍼즐을 맞춰 오늘을 기록해본다.

# 1: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성조기를 흔드는 거야?

대통령 탄핵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데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되는 큰 딸 녀석이 등에 안기며 푹하고 안기며 묻는다.

큰 딸: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성조기를 흔드는 거야?" 
아 빠: (머뭇거리다가...)"글쎄다! 아빠도 오래 전부터 그게 되게 궁금했는데 지금도 모르겠더라."
큰 딸: 저 사람들 미친(美親) 거 아냐?
아 빠: .....
큰 딸: 저게 사대주의지 뭐야!

오늘은 3.1절 98주년인 날이다. 당시 친일파들은 힘없는 조국을 등지고 기꺼이 일제의 신민이 되고자 했다. 부끄러움이 사라진 그들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외치며 일제를 찬양했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나라를 잃은 백성들로 자존감을 버리고 구차하게 생존을 택한 비굴한 존재에 불과했다.


탄핵 각하를 외치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애국충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또 다른 손에는 성조기가 들려있다. 이들은 왜 성조기를 든 것일까?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없인 자립이 불가능하다. 미국 없는 자주국가 건설의 구호에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 기왕 미국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내선일체를 통한 미국의 시민이 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일등 국민이 되는 것이며 북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러니 동족은 쳐 죽일 놈이고 미국은 받들어야 할 상전이 된다. 이들에게 부끄러움은 애당초 사치에 불과하다. 굳이 자존감을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철부지의 치기에 불과하다.  

이 얼마나 황홀한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준 국가적 위기를 통해 그들은 자신이 왜 미국의 신민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다. 코메리칸(Komerican)이 된 이 순간 성조기를 흔들며 미국을 찬양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커다란 희열이며 진정한 애국인 것이다.

# 2:  태극기 집회가 아니라 박사모를 비롯한 박근혜 추종세력의 집회다

어릴 적 우리가 배운 교과서엔 '짝이나 함께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동무'라는 말이 있었다. 난 친구(親舊)라는 말보다도 동무라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동무'라는 말은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간혹 이북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 동무라는 말이 사라진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무라는 말에서 이북 사회가 연상되거나 어떤 이념적 색채가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이념적 광기와 실제적 분단은 우리로부터 언어를 앗아가고 이성을 마비시켰다.

최근 촛불에 맞서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기괴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3.1절에 태극기를 다는 것이 자꾸 꺼려진다"는 것이다. 태극기를 내걸면 자신도 탄핵반대 세력의 일원처럼 비치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태극기에서 일베나 박사모가 연상돼 태극기 게양을 하지 않겠다고도 한다.

태극기는 우리 민족의 자존감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는 국기(國旗)이다. 또한 태극기는 우리의 저항의 역사와도 함께 한다. 그래서 우리는 태극기를 포기할 수 없다. 아니 포기해선 안 된다. 비록 저들이 성조기로 태극기를 모욕하고 태극기로 부패와 독재를 포장해도 태극기는 우리가 지켜야 할 정신이며 상징물인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 의하면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80%에 가깝다. 반면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이 소수의 사람들이 태극기를 독점하려 하고 있다.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이제 우리부터 태극기 집회라는 말은 그만 사용하자. 저들의 집회는 태극기 집회가 아니라 박사모와 박근혜 추종세력의 집회일 뿐이다.

# 3 : 군복을 입고 전투가를 부르는 사람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박정희 독재 시절 많이도 흥얼거렸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다수의 이들은 대부분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은 노인들이다. 7080 카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탄핵반대 집회의 풍경이다.

'박근혜 각하 탄핵 각하'의 목소리가 절규에 가깝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건 참전으로 자유대한을 지켜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월남전 참전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일조했음을 뿌듯해 한다. 낯선 휘장과 배지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모자 패션을 흉볼 것만은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의 입장에서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의 고통은 치유되고 과거의 잘못은 반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 만일 지나간 기억에 집착하고 낡은 과거의 기준으로 현실을 해석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체나 퇴보다. 

여전히 종북좌빨 척결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아직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이성을 요구하는 것은 전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북세력이며 좌익 빨갱이다. 즉 언제든 죽여도 되는 적(敵)일 뿐인 것이다.

더구나 각하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누가 봐도 명백한 전시상황이다! 그러니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이겠다"는 이들의 발언은 탄핵세력에 대한 협박이자 내란음모에 대한 자기 고백인 것이다.
#3.1절 #성조기 #태극기 집회 #장금석 #내선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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