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피켓 만들어서 폼나게 집회해요"

등록 2017.03.06 18:48수정 2017.03.06 18:48
2
원고료로 응원
a

구호하라 피켓 페스티벌 ⓒ 김동규


3월 4일 촛불집회에서 또 판을 벌였다. '과연 슬로건 페스티벌이 될까?' 주저주저 쭈뼛쭈뼛하면서 테이블을 펼치고, 엑스배너 현수막을 세우고, 발전기를 돌리고, 온라인 댓글로 신청한 피켓을 밥차 옆면에 붙이고, 프린터를 연결하고, 앰프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누가 자발적으로 찾아올까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명 두명 슬금슬금 오시더니, 주변을 멤돌기만 한다. 한 분이 마지못해 매직으로도 구호를 써보시기도 하고, 몇몇 시민들은 밥차 옆에 설치된 피켓 전시벽도 구경한다. 잠시 뒤 노란 잠바를 입으신 중년 여성 두 분이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본다. "나만의 피켓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하나 주문해보시라"고 권했더니, 바닥에 깔린 구호 중에 하나를 손가락으로 지목한다. 이런 걸 만들어 달라는 뜻이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세월호 유가족이셨다. 피켓에 동영 엄마, 영만 엄마 라고 적으신다. 인증샷 찍어드리는데, 좀 울컥했다.

"특검은 연장 탄핵은 당장 근혜는 퇴장 국민이 대장"
"민주주의의 시작은 피켓이죠. 나만의 피켓 슬로건 페스티벌"
"자, 식상한 피켓은 가라. 나만의 피켓 만들어서 촛불집회 폼나게 참가합시다."

제법 호객 행위 멘트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간다.

a

촛불집회 나온 중학생들도 나만의 피켓 만들기 ⓒ 김동규


초등학교 한 아이는 엄마 아빠 손을 이끌고(이끌려서 아니고), 피켓을 만들러 온다. 영등포에 산다는 중학생 녀석 5명은 몰려와서 피켓을 만들고 신나게 들고 다닌다. 17번 촛불집회 모두 출석했다고 자랑도 놓치지 않고서. 할아버지는 구호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작성하신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할아버지도, 청소년도 자기 맘속의 구호 하나씩 적어간다. 사람들이 몰리니까 또 사람들이 몰려온다. 예상 밖으로 120명이 넘는 시민들이 직접 피켓을 만들어갔다.

슬로건 페스티벌은 그냥 이벤트는 아니다. '정치는 평범한 것이다. 정치는 효과적인 것이다. 정치는 신나는 것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고, 신나는 정치놀이터 펀치(FUNCH)를 홍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피켓 하나씩 들고 환한 미소로 촛불광장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뭉클하다. 3월 11에는 봄꽃밥차 3000 '박근혜 그만두유'와 함께 슬로건 페스티벌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축 탄핵 피켓 페스티벌> 정치, 좀 재미나게 해보자.

a

나만의 피켓. 프린터로 바로 출력해드립니다. ⓒ 김동규


#구호하라 #슬로건 페스티벌 #나만의 피켓 #정치놀이터 #펀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국인들만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
  2. 2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3. 3 참전용사 선창에 후배해병들 화답 "윤석열 거부권? 사생결단낸다"
  4. 4 눈썹 문신한 사람들 보십시오... 이게 말이 됩니까
  5. 5 해병대 노병도 울었다... 채상병 특검법 국회 통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