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겉표지
민음사
학창시절, '남자 집단'의 모습은 이랬다 당신은 남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선생님께 불만을 제기해 자리를 바꿨습니다. 또 친구들과 함께 남자아이들이 먼저 급식을 먹는 것에 저항했었죠? 학교라는 공간에서부터 성차별이 시작된다는 걸, 당신은 그때부터 직감했을 겁니다.
저는 남자 또래들과 잘 융화되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당신을 괴롭히는 그런 남자애들처럼, 싸움도 잘하고 축구도 잘하는 인기 많은 아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는 조용히 책을 보는 걸 좋아하는 뚱뚱한 아이였습니다. 놀림도 많이 받았죠. 군대 갈 때까지 느꼈지만, 또래들 사이에서 강한 남자 아이들은, 언제나 약하고, 자기들 기준으로 '남자답지 못한' 아이들을 억압합니다.
그런데 '남자다운' 애들, 또래 중에 주류가 되는 남자아이들은 여성을 철저히 '대상화'시키며 으스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겼습니다. 즉 여성을 남성에 의해 평가당하거나 정복당해야하는 객체로 여긴 것입니다.
이를테면 중학교 시절 친구들은 지하철역에서 무리를 지어서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을 A, B, C... 이런 식으로 점수 매기곤 했습니다. 그들의 '얼굴 평가'를 들으며 저 역시 즐겁게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새로 부임한 교사의 치마 속을 핸드폰으로 찍는 반 친구들을 보며 놀라고, 한편으로는 경멸했지만, 그것을 딱히 말리지도 못한 채 묵인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김지영씨를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스토킹한 한 남자 학생, 김지영씨 직장에서 몰카를 돌려본 남자 동료들, 그들 모두 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일 겁니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자라왔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