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시인의 목소리로 읽는 '윤동주 시'

'서시' 등 54편 감상한 <윤동주 시집> 펴내 ... 이영경 화가 그림

등록 2017.03.10 09:46수정 2017.03.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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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다 떠난 윤동주 시인이 쓴 시를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별을 노래하는 시인'이 될 테니까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한두 편 읽어 주시고,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은 수업 전에 한두 편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삶의 새순'을 쑥쑥 키울 수 있도록 …. 때로는 시 가운데 한 낱말이나 구절을 고르거나, 어떤 주제를 정해 마음을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 죽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나한테 주어진 길은?'. '무서운 전쟁은 왜 끊임없이 일어나는가?'. 틈을 내어 귀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넓어지지 않겠습니다."


서정홍 시인이 '윤동주 시 읽기'를 권하는 이유다. 합천 황매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 되게 바뀐다'는 걸 믿는 서정홍 시인이 <윤동주 시집> 감상을 써 책(고인돌 간)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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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홍 시인이 시 감상을 쓰고 화가 이경영이 그린 <윤동주 시집>. ⓒ 고인돌


윤동주(1917~1945) 시인이 남긴 시를 서정홍 시인의 목소리로 감상해 놓은 책이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나온 이번 책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 54편에 대한 서 시인의 감상이 실려 있다.

서정홍 시인의 감상도 또 다른 한 편의 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시 '서시'에 대해 서 시인은 다음과 같이 풀이해 놓았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와 겨레를 걱정하며 '양심선언'처럼 쓴 '서시'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치든 교육이든 종교든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뜻을 펼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 부질 없는 욕심과 나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이 시를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 보면 어떨까요? 우리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시 "참회록"은 어떨까. 서정홍 시인은 "참회록은 '자기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쳐 고백한 기록'을 말합니다. 1942년이면 시인의 나이 스물여섯 되는 해입니다. 참회록을 쓰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입니다. 나도 오늘은 참회록을 한 줄 써야겠습니다"라 했다. 그리고 서 시인은 "나는 만 오십팔 년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라 했다.


시 '고향집-만주에서 부른'에 대해, 서 시인은 "그리운 고향집.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 어디 간들 그곳이 그립지 않겠습니까"라며 "그리움이 머무는 그곳이 있기에 큰 아픔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리운 고향집으로"라 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시 '십자가'에 대해, 서 시인은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할까요?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를 남한테 떠넘기고 사는 건 아닐까요?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변명만 둘러대며 사는 건 아닐까요?"라 했다.

시 '별 헤는 밤'을 감상한 서정홍 시인은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별이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며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쳐다보면 윤동주 시인이 그리워집니다. 지금쯤 윤동주 시인의 별에도 봄이 와서 파란 잔디가 피어났을까요?"라 했다.

서정홍 시인은 시 '반딧불'을 읽고서는 "오늘처럼 맑은 날은 윤동주 시인의 손을 잡고 숲으로 가고 싶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숨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시 '종달새'를 읽고서는 "시는 편안하고 기쁠 때마다 외롭고 슬플 때,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길'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 손을 살며시 잡아줍니다"라고 감상했다.

'우리 애기는/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로 시작되는 시 '봄'을 읽은, 서 시인은 "온 겨레가 꿈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을 때도 아기는 잠을 자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랍니다. 아기 곁에는 고양이가 있고, 바람이 불고, 해님도 있습니다. 이 시를 몇 번 소리 내어 읽다보니 마음이 저절로 평화로워집니다"라고 했다.

시 '개'는 전문이 "눈 위에서/개가/꽃을 그리며/뛰오"로 되어 있다. 짧은 시다. 눈 위에 난 개 발자국을 꽃으로 보았다. 황매산 기슭에 눈이 내린 풍경을 그린 서 시인은 "우리는 짧은 시 한 편을 읽고도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추천사에서,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시 한 편 한 편마다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그 결을 쓰다듬어 보게 합니다"라고,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 시에 농부의 마음을 따스하게 담은 이 시집을 읽으면 풍성한 벼이삭 일렁이는 넓은 들녘이 영혼에 펼쳐집니다"라고 했다. 박종순 창원대 교수는 "참 힘든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라고 했다.

서정홍 시인은 그동안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우리 집 밥상>, <농부 시인의 행복론> 등의 시집과 산문집 등을 냈고, 전태일문학상과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서덕출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 책에는 이영경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윤동주 시인 #서정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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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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