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박근혜 '겨울왕국'

지난 4년 주요 사건

등록 2017.03.10 14:38수정 2017.03.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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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6일, 청운동사무소 가는 길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근처인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 장성열


10일, 박근혜가 파면됐다. 헌정 사상 첫 탄핵의 주인공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부터 시작한, 4년여의 임기를 매우 불명예스럽게 마치게 됐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많은 일들은 대부분 좋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나쁘기까지 한 일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기억들은 대개 길 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것인데, 이 기억의 끝엔 연인원 14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있다. 탄핵은 거리 위에서 시작됐다.

2015년 1월 7일 쌍용차 해고자 오체투지 첫 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시민들이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을 서울 구로구 쌍용차 정비사업소부터 여의도 전경련까지 진행했다. ⓒ 장성열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은 자신의 아버지인 독재자 박정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겨울 공화국'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게는 한없이 관대했지만, 제국의 변방에 있는 이들에게는 그저 차가운 눈보라와 서릿발을 보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겨울을 농성장에서, 길바닥에서, 또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차가운 바닷속과 영안실에서 보내야만 했던 이들도 있었다. 정부의 무책임 아래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칠순의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여성이 건물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쓰러졌다.

대통령 박근혜는 무책임했고, 무능했으며, 무척이나 잔인하고 비열했다. 국민들이 다치거나 죽는 동안 대통령은 자신의 행적에 대해 밝히지도 않았고, 비선 실세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2013년 12월 22일, 경향신문사 앞. 경찰은 파업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경찰의 진입을 막고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창문 밖으로 깃발과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다. ⓒ 장성열


전태일 동상까지 찾아갔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쌍용차 해고자를 잊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해 말에는 파업을 진행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잡겠다고 신문사와 노동조합의 건물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는 7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고,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수사와 진상규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는 최루액과 그것이 섞인 매캐한 물대포를 발사했고, 그것을 맞고 의식불명에 빠져 결국 사망한 농민을 폭도로 몰았다. 

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 합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 3월 4일 '페미답게 쭉쭉간다' 여성의 날을 맞이해 청계광장에서 열린 '페미답게 쭉쭉간다' 행진에서 한 참가자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적인 저출산 대책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 장성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났을 때 혐오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고, 가임기 여성 지도를 통해 여성을 그저 '자궁'으로만 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불리할 때에는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거론하며 면피를 시도했다.

반정부적 예술가들을 대상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관제 집회를 열어 암암리에 돈을 지원했다. 또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만들었다. 그 실세의 자녀를 여러 방법을 통해 지원하기도 했다.

2016년 8월 3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대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한 항의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장성열


박근혜와 그의 측근들이 저지른 악행들 중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너무 많아 헷갈릴 지경이다. 박근혜는 그렇게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악용했고, 결국 그 여파로 파면됐다. 이제 남은 것은 철창길을 걷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11월 5일, 백남기 농민 노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의 노제 행렬이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종로 리미에르 빌딩 앞으로 향하고 있다. ⓒ 장성열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다사다난했던 지난 4년간의 겨울이 막을 내렸다. 박근혜 한 명이 탄핵된다고 박근혜가 저질렀던, 그리고 박근혜 이전부터 있었던 잘못과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호를 인양하고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극도로 후진적이고 억압적인 성차별적 현실과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재벌과 비선 실세가 무책임한 질주를 멈출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멍이 뚫린 사회적 안전망도 새로 짜야 한다.

2016년 11월 13일, 제 1213차 수요집회 제 1213차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항의하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장성열


다음 대통령이 과연 누가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박근혜의 적폐들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박근혜의 4년과 탄핵을 계기로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진보하리라는 일말의 믿음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박근혜를 통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 남은 것은 ('태극기' 세력이 시도하는) 과거로의 복고 시도를 기각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2017년 1월 7일,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행진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7일, 시민들이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통인동을 지나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 장성열


박근혜가 파면됐다. 하지만 그가 권력을 남용하고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것들이 탄핵의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인정되지 않은 박근혜의 잘못을 기억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손에 달린 일일 것이다. 4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머리 아픈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2017년 1월 7일, 광화문 광장 촛불문화제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7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촛불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 ⓒ 장성열


#박근혜 #탄핵 #세월호 #촛불 #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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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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