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촛불, 그 가슴 벅찬 현장에 함께해 기쁘다

등록 2017.03.10 17:22수정 2017.03.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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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 전국의 상가와 거리 심지어 병원에서는 일제히 환호의 함성이 터졌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이루 졌기 때문이다. 탄핵 전야인 지난 9일 촛불 시민들은 대부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막상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자 불안감과 초초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지요하(태안) 선생은 10일, 자신의 SNS에 "긴장감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11시가 점점 다가오면서 또다시 긴장감이 몰려 온다"고 전했다. 

이정미 재판관이 탄핵 인용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는 시민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 진락희 홍성의료원노조지부장은 "탄핵이 결정되자 병원에서도 환호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며 "마치 월드컵 때처럼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 뜻이 된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실제로 '촛불'은 서울 광화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 말 충남 도민들은 '박근혜 퇴진 충남비상국민행동(아래 충남 비상행동)'을 꾸리고 충남 아산과 천안 등에서 대형 촛불집회를 가졌다. 물론 아산, 예산, 당진, 홍성, 보령 등 지역 단위의 작은 촛불들도 충남비상행동의 깃발 아래 모였다.

일부 충남 촛불시민들은 주말에는 서울 광화문에 집결하고, 평일에는 지역에서 촛불을 지켰다. 누군가는 몸살감기로 열이 펄펄 나면서도 촛불을 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라가 엉망진창"이라며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오기도 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고, 기자들은 펜으로 그들을 기록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겨우내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2017년 3월 10일, 드디어 촛불이 승리했다.


기자도 지난해 말부터 매주 한 두 차례 이상 보령과 홍성, 아산, 내포신도시의 촛불 집회를 찾아 다녔다. 꽁꽁 언 손으로 촛불들의 자유발언을 받아 적고, 촛불과 함께 분노하고 또 함께 웃었다. 돌이켜 보니 지난 겨우내 꼬박 촛불과 함께 지낸 것 같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그 현장에 함께 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촛불의 염원은 아직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있는 누적된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 충남비상국민행동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광장에서의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삶의 깊숙한 곳에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 삶속으로 내면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별과 혐오가 없도록, 모든 곳에서 부당한 권력 관계가 작동되지 않도록 그리하여 공동체로서의 덕성과 개인의 자유가 상호 모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번 우리는 이 모든 역사의 시작이 광장에서 출발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는 일상으로 돌아가라 충고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지난 1,2월 국회에서 단 하나의 개혁입법조차 처리하지 못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뜻과 지혜를 모아 나갈 뿐 촛불 혁명이 탄핵에서 회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박근혜정권 퇴진 충남비상국민행동)

오늘 오후 7시, 충남 홍성군 홍성읍 복개주차장에서는 '박근혜 탄핵 기념 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오랜 만에 촛불들과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 #충남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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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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