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사드배치로 30년 북방외교 성과 모두 날리나

기습적인 사드체계 반입은 국민을 향한 정부의 패악질

등록 2017.03.15 13:25수정 2017.03.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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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장비 일부가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오후 10시 경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일부인 미사일 발사대 2기와 냉각장치 2개가 어둠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국내에 반입되었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의 군 수뇌부만 알았다고 한다.

이번 반입은 미친개(Crazy dog)로 불리는 매티스 장관 방한 당시 "4, 5월 안에 사드 포대를 한국에 옮겨놓자"는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드체계의 핵심인 엑스(X)-밴드 레이더(AN/TPY-2)도 3월 안에 국내로 반입될 계획이라고 한다.

황교안 과도정부의 사드배치 속도내기 편법

현재 사드와 관련된 절차는 군사보호구역 지정과 함께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른 부지공여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절차가 끝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부지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황교안 과도정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 사드배치를 매듭짓기 위해 부지공여 협의와 함께 실측과 환경영향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는 미군에 공여할 부지 면적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33만㎡(10만평) 이하 부지에 적용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선택하였다. 사드배치에 속도를 내기 위해 편법을 선택한 것이다.    

사드의 대북 미사일 방어의 실효성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드는 검증되지도 않은 방어체계이며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선출되지도 않은 과도정부에 불과한 황교안 대행이 사드 대못박기에 나선 것은 상식 밖의 월권이며 국민을 향한 패악질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30여 년에 걸친 북방외교의 모든 성과를 일순간에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버렸다.

북방외교는 노태우 정부 당시 중국과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책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소련(1990년)과 중국(1992년)과의 국교를 수립하고 북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였고 비로소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북방외교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의 절반에 이르는 시장을 확보하였고 주도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의 세력변화를 꾀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사드배치는 북방외교를 통해 쌓아온 이러한 모든 성과가 일거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이미 그 위험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배치를 자신들의 핵심이익에 반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드배치가 현실화 되자 중국의 대응도 더욱 노골화 되고 있다. 한류 금지령에 이어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 화장품 등 한국산 상품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에 나서더니 급기야 한국관광에 대한 전면금지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해 한국 자신을 한반도의 화약통으로 만들었고, 사드가 가져온 것은 안전이 아니라 불안과 우려"라고 지적했다. 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한국과의 준(准)단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주한 러시아 대사인 알렉산드르 티모닌은 "사드 배치가 한반도 정세나 역내 평화 확보와 관련해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러시아 외무부도 "안보 상황이 불안한 아태 지역에서 한반도의 핵문제와 다른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역내 미사일 경쟁을 포함한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새로운 비건설적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내 사드배치에 거듭 반대의사를 피력하였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 내 사드배치 반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태세이다. 사드배치를 미국 주도의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으로 받아들이는 두 나라는 이에 맞서 북중러 군사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거의 유물로 여겨졌던 20세기의 냉전은 또 다시 우리 앞마당에 도래하게 된다. 더구나 사드배치가 완료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핵전략미사일은 사드 기지가 있는 한국을 겨냥하게 된다. 대북 위협 해소는커녕 새로운 더 큰 위협에 우리를 몰아넣는 것이다. 이처럼 사드배치 결정으로 대북제재의 공조 틀은 무너지고 북의 핵과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 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드 배치로 한·중, 한·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 끝날 수도 있다

북방외교는 전통적인 북중러 등 적대국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꾀하고 이를 통해 상호 경제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기본 틀 위에서 작동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인해 이러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끝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말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발전을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와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황교안 과도정부는 도대체 왜 사드 대못박기에 나선 것일까?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북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수구(보수)세력들의 위기감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마디로 고립주의다. 즉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동맹관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 외교정책의 기조는 한미동맹에도 적용된다.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북이 핵과 미사일 포기를 약속하지 않는다면 대화도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대북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남측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나선다면 이는 한국 내 수구(보수)세력에겐 청천병력이다. 북을 겨냥한 한미동맹은 이들에게 권력장악과 기득권을 위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한미동맹의 대북 적대성을 더욱 강조하고 미국의 이탈을 막기 위해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사드는 대중국 봉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을 붙잡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이다.

두 번째로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한국 내 수구(보수)세력을 달래는데 사드는 매우 유용한 카드라는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 대외정책으로 아시아(태평양)재균형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날로 팽창하고 고도화 되는 중국의 영향력과 북의 핵능력을 억제하는데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균형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 구축과 한국 내 일본에 대한 반감과 우려의 극복이 필수적이다. 위안부 합의나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약정이 한국 내 일본에 대한 반감과 우려를 넘어서기 위한 강제된 조치라면 사드는 한미일 동맹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패권적 질서 유지와 대중국 봉쇄 그리고 대북위기의 상수화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사드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이까지 쑤실 수 있는' 일석삼조의 매력적인 카드인 것이다.

세 번째는 다음과 같다. 사드배치는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는 것과 같다. 역대 선거에서 안보위기 조장은 전통적인 수구(보수)세력의 선거전략이었고 대부분 집권으로 이어졌다. 사드배치 강행은 또 다시 대선정국에서 안보위기를 고조시키고 안보프레임을 작동시킬 것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탄핵정국에서 지금은 비록 수세에 몰려 있지만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북풍이야말로 수구(보수)세력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선전략임을 감안할 때 사드는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사드를 막아 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사드배치의 국회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황교안이 이를 무시한다면 탄핵 외에 마땅한 강구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설사 위험을 무릅쓰고 탄핵을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미친 듯이 질주하는 사드배치를 중단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북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인해 사드배치와 관련된 찬반 여론조사 결과도 역전되어 버렸다. 난망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에는 야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동으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가동 그리고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한 목소리로 약속하고 공약화해야 한다.

또 과도정부가 제 아무리 속도를 낸다고 하더라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사드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선에서 선출된 차기 정부는 선출과 동시에 사드와 관련된 유보 입장을 표명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을 향해서는 사드배치를 재검토할 때까지 이성적인 대처를 촉구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한미연합훈련의 잠정 중단 선언과 함께 북을 향해 핵과 미사일 실험의 중지를 요구해야 한다. 북도 2015년의 약속처럼 핵과 미사일 실험의 잠정 중단을 즉각 화답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서는 북에 대한 안전보장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해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사드배치의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북의 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서 가뜩이나 무용지물인 사드는 값비싼 고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황교안 #북방외교 #개성공단 #사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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