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년차, 수월할 거란 예상 또 빗나가

[70점 엄마] 아이가 성장해도 끝나지 않는 부모의 책임에 대해서

등록 2017.03.21 15:28수정 2017.03.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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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학년이 된 쌍둥이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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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워킹맘 ⓒ pixabay


초등학교 입학으로 바짝 긴장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쌍둥이 남매는 어느새 2학년이 됐습니다. 고맙게도 회사 일이 바쁜 풀타임 잡(full-time job) 워킹맘 엄마를 둔 쌍둥이 남매지만 엄마의 기대보다 학교생활에 훨씬 잘 적응해냈습니다.

두 아이 모두 각자 반에서 우수한 학생으로 자리 잡고 바른생활 어린이 표창장을 받으며 2학년으로 올라갔어요. 1학년을 잘 마쳤으니까, 이제 가장 힘든 고비는 넘겼으니까 2학년은 조금 수월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졌었는데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학교에선 돌봄교실(방과후 연계 프로그램)에 들어갈 아이들을 추첨했고 쌍둥이라 우선순위로 돌봄교실에 참여할 수 있는 기쁨도 잠시. 친한 아이, 특히 여자 친구들이 돌봄 교실에서 모두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딸아이는 2학년 중 혼자 여자아이인 상태로 1년 동안 돌봄교실에 참여해야 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학교 밖 지역 돌봄으로 가게 된 걸 안 딸아이가 돌봄에 가기 싫다, 친구를 따라 지역 돌봄에 간다며 엉엉 울 때는 어찌 다독여주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성향이 다른 남매라서 각 반의 담임 선생님께 1학년 때처럼 2학년 때도 서로 다른 반 배정을 해달라는 요청도 해야 했습니다. 막상 반 배정 뚜껑을 열고 보니 우리 아이들의 각 반 배정도 문제였지만 친한 친구들과 헤어진 마음을 달래주는 일도 쉽지 않더군요. 1학년 때만큼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걱정되는 일 중 하나였고요.


개학식 날 저녁 1학년을 1년 지내봤다며 2학년 준비물은 스스로 싸겠다고 설치는 바람에 거실 한 가득 준비물을 펼쳐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챙기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결국 부모 도움 없이 모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거든요.

폭풍같은 학기 초 기본 준비물 외에도 매일 매일 학과 진도에 따른 준비물이 생깁니다. 준비물을 아이에게 설명해준 뒤 가방에 챙겨줬는데 찾지 못해서 칭찬 사다리 한계단 내려왔다가 나중에 찾아내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다시 칭찬 사다리를 회복한 에피소드를 아이가 이야기 합니다. 꺼내기 좋은 곳에 싸주라나요?

앞으로 가방에는 네가 직접 넣는게 좋겠다며 결국 아이에게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라는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1학년 때와 성향이 다른 선생님을 만나 적응하는 일도 문제더라고요. 1학년 때와는 다른 2학년 선생님에 맞춰 준비물도 알림장도 챙겨야 했습니다. 한 번 했으니까 두 번째는 수월할 거란 예상은 번번히 빗나가고 있습니다.

3월 첫째 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

다음은 새 학기에 맞춰 아이의 스케줄을 짜는 겁니다. 돌봄교실의 참여를 중심으로 방과 후 수업과 학원 스케줄을 조정합니다.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 부모님의 일상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동선을 짜야 합니다.

아이들의 방과 후 시간표와 학원 시간표를 출력해 냉장고에 붙여놓고 아이들을 봐주시는 친정부모님이 보시도록 하고 아이들 알림장에도 각각 붙여줍니다.

방과 후 수업의 시간과 교실을 한번 더 알려줬는데 첫 수업 날 시간을 착각한 줄 알고 돌봄 교실에서 딸아이가 눈물바람이었던 모양입니다.

"너 아까 왜 울었어?"(아들 질문)
"몰라몰라."

울었다는 아이가 안쓰러워 사정을 물어보니 수업 시간이 지난 줄 알아서 당황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수업이 끝나고 잘 적응하더라는 선생님의 문자와 사진을 받고 회사에서 마음을 쓸어내렸는데 학교에서 제가 몰랐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해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아들 녀석도 방과 후 영어 학습과 취미가 겹쳐 어쩔 수 없이 취미 수업 1시간 30분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영어 수업이 끝나는 대로 취미반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수업이라 안 시킬 수가 없어서 담당 선생님께 상담을 했습니다.

1학년 때 경험해봤으니 1시간만 참여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거라고 하셔서 일단 수업을 진행하기로 아이와 얘기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혹은 거꾸로 취미활동에 집중한 나머지 영어수업 참여를 싫어할까봐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새 학기의 일주일이 지나고 방과 후 시간들의 첫 수업까지 확정되고 나서야 엄마는 한숨을 돌립니다. 학사 일정 달력을 보며 2주 뒤의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 담임선생님 면담, 5월에 있을 부모 참여 운동회 등 일 년 내 챙겨야 할 일정을 보며 돌려놓은 한숨이 다시 자리를 잡네요.

부쩍 성장하는 아이들의 먹거리, 계절별 옷 등 일상을 챙기는 일은 제처두고도 3월 첫 번째 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과 학교와 씨름을 한 느낌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제 몇 년만 참으면 끝"이라 했는데...

워킹맘 워킹맘 ⓒ pixabay


직장에서 쌍둥이 남매의 엄마인 것을 아는 이들이 자녀의 나이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다 키웠네" 혹은 "이제 몇 년만 더 참으면 끝이네"라는 격려를 받곤 합니다.

누군가는 아이가 초등 1학년만 잘 적응하면 그때부터 워킹맘에게도 날개가 달린다고 했습니다. 아니 어린이집, 유치원 등 쌍둥이 남매의 육아로 허덕이던 때에도 조금만 더 지나면 살만하다고도 했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

어린이집 시절에는 먹고 재우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유난히 안 먹고 못 먹고 또 안 자기까지 하는 쌍둥이 남매 육아에 저는 임신 때 찌운 살을 다 빼고도 더 빠졌습니다.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려 한참 배우던 운전도 멈춰야 할 정도였습니다.

유치원 시절에는 성장은 물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외부 체험을 하면서 규칙과 사회성을 배우는 것, 그걸 돕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친구 간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회사에 있는 엄마는 늘 늦게 상황을 접해 바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를 잘못 키운 것 같고 그것이 모두 엄마인 내 책임인 것 같아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죠.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이전의 고민들과 더불어 학습을 잘 따라가는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선생님과의 관계 형성, 좋은 친구를 사귀는 부분까지 여러모로 신경이 쓰입니다. 사촌 조카들 뿐만 아니라 회사 선배들의 중고등학생 자녀의 고민을 보면 정말 예상치도 못한 다양한 문제를 맞게 됩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우울한 기사를 접한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사회 진출은 아이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부모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시기별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들도 있지만 대개는 연령에 따라 새로운 과제들이 생겨납니다. 한가지 문제가 수월해지나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는 거죠.

엄마는 육아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몇 년 전 친정엄마께서 막냇동생의 결혼을 치르고 나서 친구들 모임에 나갔더니 "너는 자식 숙제 다해서 너무 좋겠다~"라는 축하와 칭찬,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며 무척 흐뭇한 표정을 지으신 적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적절한 때에 취직하고 시집장가를 가는 것만으로도 친구들 모임에서 오랜 기간 가장 가난한 살림살이로 비교열위에서 속상해하시던 것이 다 보상되더라나요?

그렇게 자식 농사에 흐뭇해하시는 친정 부모님은 지금 마흔이 넘은 큰 딸의 자식 - 손주 육아로 아직까지 자녀 돌봄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셨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거죠.

아이가 크면 조금 나아질까 싶지만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이슈가 생기는 육아. 그 끝은 어디일까요?

새벽같이 출근하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손주를 돌보러 오는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십니다.

"몸은 힘들어도 손주들 보는 일이 참... 쟤네들이 아니면 막내 결혼 이후 너네 아빠(친정 아빠)랑 둘만 살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웃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다행이기도 하다"라고 말입니다. 게다가 전날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 끝에 "쟤는 너무 사랑스러워, 쟤는 너무 귀여워"를 빠뜨리지 않으신답니다.

끝없는 육아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친정엄마 말씀이지만 저는 아이들 챙기랴 회사에서 버텨내랴 힘겨울 뿐이고 더불어 부모님께는 죄송한 마음 가득이네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육아의끝 #까칠한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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