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머리말도 없고, 목차도 없는 이유

< X세대가 슬럼프 세대에게 >를 읽었습니다

등록 2017.03.27 11:47수정 2017.03.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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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의 정의를 한 포털에서 찾아보았습니다.

'90년대 중반에 많이 쓰였던 명칭, 65년~76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컬음.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형성했고 TV의 영향과 인터넷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세대, 인터넷을 자유스럽게 사용하는 세대 중 가장 젊은 세대로 칭함.'

어느 새 X세대는 옛날 세대가 되었습니다. 흔히 X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들지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한국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룹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아이돌이라고 해도 될 듯합니다. '난 알아요'라는 곡을 대 히트를 시키며, 당시 각종 상을 휩쓸었습니다. 서태지가 나오기 전만 해도 한국 가요는 성인가요와 발라드 위주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곡 '난 알아요'는 당시 한국의 청소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뿐 아니라 패션까지도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서태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에 대해 X세대라는 명칭을 붙이며 X세대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관습에 저항하며 개성이 강한지 강조하고는 했지요. X세대가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대가 되면 우리나라가 아주 자유분방해 질 것이라고 걱정(?)을 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X세대는 대학진학방법도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는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IMF를 맞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X세대는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생소했습니다.

지역에서 자신의 관심분야가 있다면 개인의 노력으로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술자리에서 "우린 X세대 출신이야"라며 모자 택을 떼지 않고 썼던 추억, 바지를 땅에 끌고 다녔던 추억,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녔던 학창시절을 이야기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그 X세대가 이제 40, 50대, 즉 사회의 주류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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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글 이막, 그림 심재현, 장수원/경향BP/13,500원/2017.2.22 ⓒ 경향BP

책 <X세대가 슬럼프 세대에게>는 X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책에서는 '슬럼프세대'라고 표현)에게 들려주는 글입니다. 출판사 서평이 재미있습니다.

'사는 게 바빠서 긴 시간 낼 수 없을까 봐 짧은 글로 썼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매번 헷갈릴 까 봐 목차를 없앴다.'

실제 이 책은 '머리말'이 따로 없습니다. 단지 첫 페이지 짧은 글이 있습니다.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기에 단문을! 글보다 그림, 기호를 좋아하기에 일러스트, 삽화를! 조금 읽다가 바빠서 멈추는 습성에 순서 없음을! 새기는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기 좋아하기에 그럴 수 있음을! 타.진.한.다. 읽고 듣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때론 솔직하게 때론 반성으로 때론 위로를 때론 뼈아프게.'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관심 많은 글쟁이 이막씨의 글에, 심재현, 장수원님의 그림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책을 읽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글자만 읽는다면 30분,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다면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 면에 한 줄만 적힌 페이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백이 또 다른 목소리로 들립니다.

저는 X세대라고 할 만 합니다. 제가 처음 간 콘서트가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고 처음 샀던 음반이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이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X세대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지금의 청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비단 현 청년들의 상황이 X세대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으로부턴 자유롭지가 않습니다.

내 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세상이 어찌 변하는지,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내 가족들만 소중했고 내 집을 갖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적도 있습니다. 나의 직장이 있기에 청년들의 직장에 대해 무관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슬럼프 세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진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X세대로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는 여운을 줍니다. 책장을 넘기다 몇 번을 멈춰서 멍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글에서는 추억이, 어떤 글에서는 희망이, 어떤 글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글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능력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 이 책을 쓴 '이막'이라는 분이 궁금하여 나름 최선의 노력으로 조사를 했지만 특별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자의 가슴을 때리는 글들.

저자가 천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자인 '이막'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들에게 조심히 격려의 말을 합니다.

''어떻게 된 애가 아직도 꿈이 없니?'란 질문에 잘못됐구나. 우울해 하는 청춘에게, 목표하는 바가 생기기도 했지만 꿈까지는 아니었다. 나도 꿈이 없었다. 40이 넘어 생기기도 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현실을 경험하면서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믿어라. 당신 나이게 꾼 꿈을 이룬 사람은 몇 안 된다.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조차.'

사회의 주류인 X세대를 향해서도 조용한 충고를 합니다.

'100m 달리기에서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면 진다. 마라톤에선 한번이라도 뒤 돌아 보지 않으면 진다.'

아주 잘 읽히고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한 귀한 책입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많은 가치들, 우리가 생각지 못하고 사는 많은 사람들, 우리가 잊고 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끔 하는 책입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는 같이 살고 있습니다. X세대와 슬럼프 세대가 각자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에 대한 힌트를 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세상에 낸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빼곡한 인생에 빈틈이 되어주고 헐렁한 인생에 조임새가 되어줄 수 있다면...'

저자의 마지막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

X세대가 슬럼프세대에게

이막 지음, 심재현.장수원 그림,
경향B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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