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동물은 사람의 책임, 고양이는 죄가 없다

버림받고도 외면받는 유기동물, 환영받는 곳 있나

등록 2017.03.31 14:54수정 2017.03.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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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인간에 의해 버려진 고양이들은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 최근에서야 '길고양이'라는 순화된 언어로 불리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양이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미신인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를 믿고 무자비하게 포획하여 학살을 자행하는 일, 독극물이 포함된 먹이를 살포하여 독살하는 경우 등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고양이를 없애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후보가 '고양이 퇴치'를 선거 공약으로 걸고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꼭 아파트 단지가 아니더라도, 개인 주택 앞 먹이 주는 것을 자제하자는 취지의 글을 써 놓는 등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고양이를 가엾게 여기는 몇몇 사람을 중심으로 먹이를 주는 일도 있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과의 갈등만이 증폭되고 있다.

먹이를 먹는 고양이 상황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은 먹이 없이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 서원종


'유기동물은 야생 동물' 아닌 '인간 탐욕의 산물' 인식 필요

결국 고양이를 비롯한 유기동물들만이 갈 길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엄연히 동물에 포함되는 유기동물은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물론 사살이나 포획과 같은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동물보호법 이외에도 야생동물보호법이란 이름 아래 또 다른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부분조차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동물을 학대한 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동물 학대를 뿌리 뽑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개정된 법에도 '동물 학대 행위자의 소유권 제한' 조항 등 실효적인 조치가 빠져 허점이 많다고 지적되곤 한다. 아직 국내에서 동물 학대로 인해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는 것도 한몫한 만큼, 더 강력한 처벌을 보장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에서는 이미 동물 학대에 대해 징역형을 비롯한 중형이 빈번하게 선고되고 있다. 2002년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강에 던져 죽인 20대 남성에 대해 6개월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2004년 미국에서는 개를 죽인 남성에 대해 종신형이 선고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약식기소되거나, 그나마도 심각한 사건이라 생각될 경우에도 고작 벌금형으로 끝나는 사건들이 허다하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는 동물 학대 원인은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으나,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이유 없음'이다. 힘이 약할뿐더러 주인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학대가 손쉬운 유기 동물을 단순히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학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관상 좋지 않아서'인데, 이는 곧 '집값' 등의 인간사와 직접 연결된다. 음식물 쓰레기 등을 헤집어 놓아 주변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란 이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와는 동떨어진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인식보다는, '우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물론 그러한 동물 중에는 처음부터 야생에서 나고 자란 것들도 있겠으나, 반려동물 열풍이 일어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유기동물이 생겨난 것을 참고하자면 인간들의 잘못이 존재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유기동물이 생기는 일 자체를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유기동물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지적되었던 문제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동물을 유기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낮은 처벌수위로 인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질 수 없는 실정이다. 반려동물신고제로 유기동물의 생성을 막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이 역시 실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서운 눈매로 인간을 경계하는 고양이 유기동물의 생성에 인간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 서원종


'야생동물 과잉 보호' vs '야생동물 제거' 양극 갈등 심화

굶주린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어 생활할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며 오히려 야생동물을 혐오하는 사람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들 간의 갈등 차이가 크다는 것인데, 양자 간의 입장차이를 좁히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먼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반대하는 집단의 의견은 명료하다. 사람들이 먹이를 주지 않음으로써 야생동물도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라는 논리로 비둘기에게 먹이 주는 것을 금지한 사례로 미루어 볼 때, 다른 야생동물 역시 적용하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집단은, 오히려 먹이를 주어야 야생동물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등을 파헤치는 등의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무책임하게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닌,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번식을 막기 위해 TNR(중성화수술)을 시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오히려 사람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먹이를 줄 경우, 이는 오히려 미관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또 다른 음식물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급식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눈에 잘 들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편이 쓰레기가 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고, 먹이를 주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TNR 등의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TNR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히 비싼 사업으로만 기억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 존재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야생동물을 포획 및 사살하지 않으며 그 수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으로서의 TNR임을 이러한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단계 역시 필요하다.

반대로, 먹이를 너무 주며 야생동물들에게 정을 붙이는 행위도 학대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먹이를 주는 것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일 뿐, 사람에게 의존하는 단계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사람에게 적응할 경우, 먹이가 끊겼을 때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며, 야생동물의 수를 급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줄여나가는 법이다. '애완동물'이란 명칭을 반려동물로 고친 것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다하며 또 다른 인격체로 대할 수 있을 때, 유기동물 논란은 한국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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