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못 돌리는 황교안 총리, 그렇게 힘이 없나

[取중眞담] '버스 출발해 유가족 면담 불가' 만우절 기념 해명?

등록 2017.04.01 21:32수정 2017.04.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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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떠나는 황 대행 (목포=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침몰 1080일 만에 목포신항에 귀항한 세월호를 둘러 본 뒤 현장을 떠나고 있다. 2017.4.1 ⓒ 연합뉴스


4월 1일 만우절이어서라고 이해하면 될까. 대통령이 파면당한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 역할을 대행하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해명이 가당치도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역할과 국무총리라는 직책을 총리실 버스도 되돌리지 못하는, 아무 힘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접안해 있는 목포신항 철재부두를 찾은 황 총리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끝내 만나지 않고 떠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황 총리는, 전날부터 부두 밖에 천막을 치고 노숙한 희생자 유가족들을 부두 정문에 남겨두고 남문으로 나가버렸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원래부터 미수습자 가족 뿐 아니라 희생자 유가족도 만날 예정이었고, 유가족 3명에게 부두 출입 비표를 발급해 놓았으나 유가족들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두 정문에 있던 유가족들은 너무 격앙돼 있어 대화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왜 3명만 만나느냐', '다같이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황 총리측에서 '면담 인원을 좀 더 늘릴 수 있다'는 전갈이 와 유가족들의 격분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황 총리는 총리실 버스를 타고 부두를 떠나 '뒤통수를 친'격이 됐다.

여기에 추가로 총리실이 해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한대행님이 미수습자 가족과 면담 중에 밖에서 유가족들의 소란이 있었는데 그때는 정식 면담요구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행님이 출발하실 때쯤 유가족 측에서 집행위원장 등 몇 명이 면담을 위해 정문에 와 있다고 연락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대행님이 타신 버스는 출발한 상황이었습니다.

유가족 측에서 언론에 대행님이 유가족 면담을 회피 내지 거부한 것으로 언론에 얘기하여 보도될 수도 있는데 사실관계가 그렇지 않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대행님 출발 후에 인양추진단 관계자들이 유가족 대표단과 만나 유가족 요구사항에 대해 청취하였습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을 대신하는 역할일 뿐이지 황 총리의 정식 직함이 아니다. '권한대행님' '대행님'이라고 호칭하는 것부터가 틀렸다. '대행님' '대행님' 하던 공무원들은 정작 유가족 면담을 해수부 인양추진단 관계자들이 '대행'하는 것으로 갈음해버렸다.

더 문제는 '면담 요청 때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해명한 것이다. 유가족의 면담 요청은 '버스 떠난 뒤에 손들기'였다는 것인가. 황 총리가 이날 노선버스를 타고 부두를 떠났던가. 시내버스도 고속버스도 아닌 총리실 버스를 탄 황 총리가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받았지만 '버스가 이미 출발했으니 되돌아갈 순 없지'라고 반응하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문제는 의지... 만우절식 해명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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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현 상황에선 아직 가족의 유해도 찾지 못한 이들이 정부의 최우선 고려대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건져진 세월호를 보러 부두 밖에 천막을 치고 하루 밤을 새운 희생자 유가족도 이 현장에서 푸대접 받아야할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는 시점이 아니라 의지였다. 버스가 이미 떠난 뒤라도 유가족들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황 총리가 의지만 있었다면 '버스를 돌리라'고 명령할 수 있었다. 노선버스도 아닌 총리실 버스를 황 총리가 되돌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시점이 안 맞아서 못 만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안 만난 것이다.

'유가족의 면담 신청은 버스 떠난 뒤 손든 격'이라는 만우절 농담 같은 해명은 정식으로 철회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 총리실은 ▲ 황 총리가 유가족의 면담 요청 사실을 알았는지 ▲ 몰랐다면 왜 황 총리에게 전달되지 않았는지 ▲ 전달됐다면 황 총리는 어떤 이유로 유가족을 만나지 않았는지 ▲ 미수습자 가족을 면담한 황 총리가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유가족 면담 거부가 황 총리의 의지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알아서 처리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5월 9일 이후 새로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총리 면담 요청을 거부한 일을 '버스 떠난 뒤 손든 격'이라는 만우절 농담식으로 해명한 공무원들은 그대로 국가행정을 맡고 있을 것이고, 이들은 대통령을 파면시킨 시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던 '새로운 세상'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황교안 #세월호 #목포신항 #만우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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