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한시적 재연장을 바라보며

건강보험재정 구조 전반 대대적인 개혁 필요

등록 2017.04.10 14:05수정 2017.04.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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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로 종료예정이었던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이 다시 5년간 한시적으로 재연장 되었다. ⓒ Pixabay


2017년 12월 말로 종료예정이었던 건강보험재정 국고 지원이 현재의 국민건강법 그대로 다시 5년간 한시적으로 재연장 되었다. 일단 국고 지원 중단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명료하지 않은 국민건강보험 국고 지원에 관한 법조문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① 국가는 매년 예산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

국민건강증진법 부칙(법률 제6619호)
②(기금사용의 한시적 특례) 보건복지부장관은 제25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2017년 12월 31일까지 매년 기금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을 동법 제108조제4항의 용도에 사용하도록 동법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한다. 다만, 그 지원금액은 당해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위의 법조문 때문에 정부는 2007년~2016년까지 약 14조6700억 원을 덜 집행함으로써 건강보험재정 국고 지원금액은 총수입액의 20%가 아닌 약 13%~16%에 불과했다. 이는 대만의 23.7%(2013년 기준), 프랑스의 49%(2012년 기준), 일본의 20.7% (2011년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지원 규모이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하는 의료보장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법 한시적 연장되었지만, 건강보험 재정적자 대책은?

건강보험 수입재정에 대한 문제는 국고 지원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부과체계와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이번에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개편은 그간 평가점수라는 매우 불합리한 부과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가 있지만, 개편안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대한 보완책이 빠져있다. 정부는 시행 1단계에서 약 9천억 원, 2단계에서 약 1조8000억 원, 3단계에서는 약2조3000억 원의 재정적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년 중기재정지출 전망에 따르면 보장성 강화 및 의료이용량 증가 등으로 재정지출이 연평균 8.9%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으며 재정 추계는 2018년 1조1800억 원, 2019년 2조8400억 원의 당기수지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험재정적자 그리고 국민부담 증가라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재정적자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정체 또는 후퇴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정적자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고 지원은 전전년도 실제 수입 금액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20%에 이르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피부양자제도를 전면폐지하고, 소득과 재산보험료의 부과에는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아니면 한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은 구간으로 확장하여 누진 적용함으로써 재정적자를 최소화하고 부과의 역진성 방지 및 형평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건강보험재정 문제에는 위의 내용 외에도 연관되는 중요한 국가복지정책이 있는데, 바로 의료보호제도이다.

차상위 계층·저소득 빈곤층 의료보호 대상으로 편입해야

2016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의료보호 대상자는 겨우 2.89%에 불과하다. 1989년도에는 그 대상자가 10%를 상회한 적이 있는데, 그 후 해마다 감소해 왔다. 정부는 의료급여 대상자로 보호해야 할 차상위계층을 건강보험에 슬그머니 떠넘겨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였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 체납세대 416만 가구 중 월보험료 5만 원 이하 체납세대는 249만 세대로 총 체납세 대의 60%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의료보호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여 차상위 계층과 생계형 체납자인 저소득 빈곤층을 정부가 책임지는 의료보호로 편입시켜 보호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보험료부과징수, 국고 지원 등의 수입 측면뿐 아니라 재정누수 방지, 적확한 지출관리의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고 지원연장, 부과체계개편 등 재정수입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된 지금, 이제는 수입구조와 함께 건강보험을 지탱하고 있는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급여와 비급여 관리 그리고 실질적인 보장성 확대를 위한 지출구조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올바른 건강보험 거버넌스의 구조와 역할 정립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의 건강보험 거버넌스는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 결정 과정에 가입자 참여 및 보험자(아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책임과 역할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특히 재정지출부문에 있어서 국민이 납부한 보험재정을 전적으로 관리해야 할 보험자는 구매·청구에서부터 심사·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의 거의 모든 급여지출부문에 책임이나 관리 권한이 없다. 기재부는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불관리의 허술함으로 누수되는 건강보험재정이 해마다 조 단위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자는 결정된 급여비 지급요구에 ATM기기처럼 자금집행만 하고 있으며, 국민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부문조차 조사와 관리 권한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역할이 배제되어 있다.

보장성 확대로 국민 의료비 축소해 나가야

보험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보장성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고 국민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이중부담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입과 지출에 관한 현재의 실상을 냉정하게 다시 진단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20조를 넘어섰지만 보장성 강화는 여전히 답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의료비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득증가와 국민의식 수준 향상, 의료기술의 발전, 공급자의 증가 등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통제 불능 상태의 비급여도 매우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급여지출구조·비급여 부문의 관리와 획기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비급여부문의 급여화 등 지속적인 보장성의 확대·강화로 국민 의료비를 축소해 나가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일대 개혁을 저급한 밥그 릇싸움이나 조직이기주의의 기득권보호 차원으로 치부하면서 회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건강권수호와 보장성 확대 강화라는 대명제로 바라보고 지체없이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김철호 기자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중앙정책위원입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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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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