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문재인의 권력의지와 당위성 사이의 딜레마

사드배치 반대는 촛불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강한 의지표현

등록 2017.04.11 14:47수정 2017.04.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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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보도하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중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지는 느낌이다.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미중 간 이해가 엇갈리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이후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예상하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구체적인 공습 날짜가 언급된 가짜뉴스까지 유포되고 있다. 뜨거워진 한반도 위기설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미국의 시리아 공군비행장에 대한 폭격이다. 시리아에 대한 폭격은 트럼프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도중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북중을 향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가 경로를 바꿔 한반도로 이동을 하였다. 한미연합훈련 이후 보름 만에 또다시 한반도에 등장을 한 것이다. 언론에는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제거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보고서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미대선에 나서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지지율 급상승으로 주목받는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사드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하였다. 국민의 당 당론 또한 사드배치 반대로 원내정당 중에서는 정의당과 함께 가장 강한 반대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지율이 올라가고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자신을 지지하자 안철수 후보는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다음 정부는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상황이 바뀌었는데 이전 입장을 고수하는 게 문제"라며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을 뒤바꿨다.

자신이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을 때 한미 양국은 이미 사드배치에 합의를 이룬 후였다는 사실은 뒤로 슬쩍 감췄다. 짧은 정치 입문 경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 학습능력은 가히 높게 살만 하다.

이처럼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사드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분단이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조건에서 안보이슈는 대단히 큰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당선은커녕 대선 레이스의 완주도 어려울 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 중도와 보수층(심지어 일부 수구세력까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문제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궁금한 것은 문재인 후보의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한 때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기성 정치인의 권력욕과는 차별화된 평가를 받던 사람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권위주의와도 거리가 멀고 북에 대한 인식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그는 10.4선언의 탄생에도 일조했으며 지난 대선에서 NLL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과 분단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을 바라는 촛불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이기도 하다.

그런 문재인 후보가 "북한이 핵을 고도화한다면 그 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한다면 사드 배치는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이는 "차기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문재인의 발언은 사드를 통해 북의 핵위협을 막을 수 있을 때라야 정당화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사드로는 북의 핵위협은커녕 미사일조차 방어할 수 없다. 또 그가 사드배치 철회의 조건으로 내건 북핵 완전 폐기의 경우는 어차피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발언이다.

우리는 문재인의 발언과 똑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미국이 북의 핵 개발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원칙으로 내걸고 있는 'Complete(완전하고), Verifiable(검증 가능하며), Irreversible(돌이킬 수 없는), Dismantlement(핵폐기)'가 그것이다. 이 'CVID'의 다른 뜻은 북핵 해결의 의지도 없으며 북과의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발언과 '딱' 똑같다.

분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오래되고 고질적인 적폐이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속의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향한 출발이다. 그러려면 적폐세력이 우리 안에 새겨놓은 용공, 친북, 빨갱이의 단어를 극복해야 한다.

전국 도처에서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은 저들에 의해 '빨갱이'와 '사탄세력'으로 불렸다. 그리고 문재인은 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가 되었다. 사드배치 반대는 적폐세력에 의한 빨갱이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기선택이다. 그리고 촛불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강한 의지표현이다. 문재인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이 요구받는 권력의지와 당위성 사이의 딜레마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장 금 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상임연구원)
#문재인 #안철수 #사드 #대선 #장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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