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법 옹호' 안철수 후보는 사과해야

'의료영리화' 부추길 규제프리존법 즉각 폐기되어야

등록 2017.04.18 19:17수정 2017.04.1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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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9대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발표 및 정책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꼭 다뤄져야 할 중요 쟁점 하나가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규제프리존법'이다. 지난 10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는 "규제는 철폐해야 하지만 환경과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규제프리존법'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왜냐면 '규제프리존법'이 없애려는 규제는 돈벌이를 위해 환경, 교육, 의료, 법률 등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안정장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규제프리존법'은 '다른 법령보다 우선하여 적용'(3조)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특별법'이다. 설사 안철수 후보가 환경과 안전에 관한 규제를 고려한 법안을 만들어도 그 법은 '규제프리존법'에 의해 효력을 잃는다.

이 법은 또한 '다른 법령에서 이 법의 규제 특례보다 완화되는 규정이 있으면 그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하여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만 작동하도록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는 허용'(4조 1항)하고,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4조 2항)하도록 한다. 규정이 없는 경우까지도 규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만들어 모든 규제를 일시에 해제하는 법안인 것이다.

허용 가능 지역도 문제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자체에 각각 두 개씩 '규제프리존'을 설치하도록 허용한다. 허용되는 규제 완화 영역에 의료, 환경, 교육, 경제적 약자 보호, 개인정보보호 등 78개 영역의 내용이 담겨 있다. 법안의 문구가 모호하고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아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전국 수십 개의 지역에서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각종 규제들이 일시에 해제되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 통과, 의료 영리화 부추길 것

일례로 의료분야를 보면, 이 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제한하는 범위의 부대사업 외에도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새로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43조) 한다. 부대사업 범위 제한이라는 중요한 규제가 해제되는 것이다. 의료법에서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장례식장이나 구내식당 등 일부 업종에만 제한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이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와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는 병원의 권유에 따를 수 밖에 없다. 병원이 부대사업을 벌여 치료에 꼭 필요하지 않은 건강식품이나 부가적 서비스를 권하게 되면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규제프리존법'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장치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라며 해제하라고 한다.

또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이 법의 제25조는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의료기기의 수입‧제조와 시판을 식약처의 허가가 나기 전에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의료기기의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생략하자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도 문제거니와 그 비용 또한 환자들의 주머니에서는 나가게 된다. 대선 후보가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며 동시에 국민들의 안전만큼은 지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19대 대선은 촛불 대선이다. 국민들은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을 인내하기보다 광장에 나가 추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새로운 세상을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고,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부정한 세력들을 모두 끌어내려 감옥에 집어넣었다. 다가오는 대선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여정의 한 걸음이기도 하다. 이런 대선에 출마한 지지율 2위의 후보가 정경유착의 주범들이 만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천명한다면 이는 촛불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규제프리존법'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10월로, 박근혜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경제 확산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으로 이 법안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폐기 되었지만, 박근혜는 2016년 신년담화문에서도 규제프리존을 강조했고 20대 국회 첫 연설에서도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역할을 할 수 있게 국회가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호소했다. 왜였을까? 바로 재벌 기업이 로비로 요구한 법안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규제프리존법'을 청원한 주체가 지금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전경련이었다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법의 제 93조는 '시‧도지사는 추진단의 운영에 전담기관을 참여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전담기관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의 부패 고리였던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이 센터들은 17개 국내 주요 대기업이 설립과 운영에 7227억 원을 들이고 청와대와 재벌기업의 협의체임이 이미 밝혀져 있다.

따라서 '규제프리존법'은 재벌이 요청하고 박근혜-최순실이 응답하여 새누리당이 밀어붙인 전형적인 박근혜-최순실 표 재벌청부 입법이었다. 국가권력과 재벌이 하나가 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진정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촛불의 염원이고 명령이다. '규제프리존법'은 촛불을 들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국민들의 발목을 잡는 친기업, 반서민 정책이고 구시대의 유물이다. 촛불대선의 후보라면 이러한 법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글을 쓴 이승홍 기자는 의사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 #안철수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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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농민,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를 총 망라하는 연대체로써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국민홍보와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결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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