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연애하고 결혼하고... 삶의 일부"

[다낭여행2] 어딜 가도 오토바이 질주가 있는 베트남

등록 2017.04.17 15:31수정 2017.04.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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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베트남 다낭은 우리나라 한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강열한 태양 아래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습니다. 그늘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베트남 사람은 게으르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낭 시내에 들어섰습니다. 도로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끊임없이 질주합니다. 엔진 기계음에 빵빵대는 요란한 경적 소리까지 귀가 따갑습니다. 오토바이 물결은 차도를 가득 메워 달립니다.

교차로는 차량과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들로 아수라장입니다.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도 오토바이는 제 갈 길을 잘만 빠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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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숫자의 오토바이가 도로를 가득 메워 달리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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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도로는 오토바이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전갑남


베트남 사람들의 오토바이 타는 실력은 곡예사 저리 가라 합니다. 혼잡한 차도에서 요리조리 사이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갑니다. 그 재주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도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대개 안전모를 쓰고 달립니다. 뒷자리에 탄 사람도 안전모를 썼습니다. 당국에서 안전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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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달립니다. ⓒ 전갑남


뒷좌석에 두세 명을 태우고 이동하는 것은 보통이고, 가족 모두가 함께 타고 가는 것도 심심찮게 목격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엄청난 양의 짐을 싣고 씽씽 달릴 때는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오토바이는 이곳 사람들의 교통수단을 넘어 삶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남녀 누구나 편안한 복장으로 달립니다.

차에서 내려 길을 건너는데, 질주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혼이 쏙 나갑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 걸까요? 부산한 그들의 삶이 궁금합니다.

4년 전, 캄보디아에서 이곳 베트남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가이드 방훈씨가 안내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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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는 집집마다 오토바이는 필수품처럼 보유하고 있습니다. ⓒ 전갑남


"베트남 사람들 게으를 거라는 편견이 많이 있는데, 사실은 의외로 부지런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도로를 점령해 달리는 오토바이 행렬만 봐도 알 수 있지요. 해뜨기 전부터 가게 문이 하나 둘씩 열리고, 5시면 주택가에서도 죄다 불이 켜집니다."

저도 열대 지방의 이곳 사람들은 좀 나태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 년 내내 더위에 지쳐 늘어지고, 열대 작물로 먹을 게 널려 있어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입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

구수한 입담을 가진 가이드 설명은 계속됩니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나 마찬가지예요. 서울은 도로에 차가 많지만 여긴 오토바이가 훨씬 많아요.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한테 없어서는 안 될, 발과 같은 존재입니다. 연애하고 결혼도 하고 살아가는데, 이거 없으면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베트남은 오토바이 보유 가구가 86%에 달한다고 합니다. 태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많다는 겁니다. 국민 2인당 1대 꼴로 보유하고 있다니, 가히 오토바이 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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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쇼핑센터에서의 오토바이 주차대열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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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 전갑남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이렇게 많이 타는 이유는 뭘까요? 베트남의 열악한 도로사정에서 답을 얻습니다. 또 버스나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이 미비하고, 지하철과 같은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합니다. 자연스레 오토바이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입니다.

내가 가이드한테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여기 차값은 어떻습니까?"
"굉장히 비싸요. 경차 수준의 차값이 우리 돈으로 3000만원이 넘어서니까요!"
"그렇게나 비싸요? 그럼 오토바이 값은요?"
"상대적으로 싸지요!"

베트남은 다른 물가에 비해 차값이 턱없이 비싸다고 합니다. 차량에 세금을 엄청 부과해 차량 보유 대수를 관리한다고 합니다. 열악한 도로사정에 따른 국가정책이라 합니다.

희망의 땅 베트남

어느 학교 교문 앞. 점심시간을 넘어서는데, 오토바이 수십 대가 즐비하게 늘어섰습니다.

"지금 학생들 하교하는 시간이라 부모들이 애들을 태우러 와서 복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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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오토바이로 아이를 태우기 위해 학교 앞은 무척 붐빕니다. ⓒ 전갑남


가이드는 등하교 시간이면 많은 부모들이 오토바이로 등하교를 돕는다고 합니다. 우리네 학부모가 승용차로 차를 태워주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베트남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아직까지 2부제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교문 앞에서 하루에 두 번씩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학교 앞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 또 아이들을 태우고 떠나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베트남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 보입니다.

저녁이 되어 음식점에 들렸습니다. 미케해변 근처에 있는 음식점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음식점에 들어찬 사람들에 비해 주차장은 좁고 한산합니다. 대신 주차장 한 켠에 오토바이는 빽빽이 들어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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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주차장에는 수많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습니다. ⓒ 전갑남


베트남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쇼핑센터나 유명 관광지도 주차장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오토바이가 그들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오토바이 행렬은 밤에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행렬에서 부지런한 그들의 삶의 일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음식점을 나오며 가이드가 의미 있는 말을 던집니다.

"저는요, 오토바이 행렬에서 베트남의 희망을 읽고 있어요. 1억에 가까운 인구, 한반도 넓이의 1.5배, 젊은 세대가 많은 인구구조, 거기다 높은 교육열까지! 10년 후 여러분께서 다시 베트남을 찾으면, 확연히 달라진 베트남을 발견할 것입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6%대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땐 오토바이 왕국도 크게 변해 있지 않을까요?"
#베트남 #다낭 #오토바이 천국 #희망의 땅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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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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