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아프리카에서 만난 뚱돌? 없는 말입니다

[서평] 아프리카 답사여행기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

등록 2017.04.20 10:38수정 2017.04.20 10:41
0
원고료주기
여행을 좋아해 25년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유럽, 아시아, 호주, 남태평양 등 세계 100여 개국을 답사했다는 저자 이규인은 건축학과 교수다. 철저한 현지화가 여행원칙이라는 그가 패키지여행을 피해, 독립여행을 고수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a

<하쿠나마타타 아프리카> 이규인 지음 ⓒ 발언미디어

저자는 대중교통을 타고, 현지음식을 먹으며 일상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현지인을 친구삼아 여행했다고 한다. 그의 책 <하쿠나 마타타 아프리카>에는 8차례에 걸쳐 여행한 아프리카 15개국 이야기가 담겼다.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지역의 중심지 모로코, 문화유산의 보고 서아프리카, 동물의 왕국이자 인류의 발상지 동아프리카, 거대한 제국이 있었던 남아프리카 등이 그 무대다.

직접 촬영한 현지 사진들과 함께 빈곤과 기아라는 편견 속에 갇힌 아프리카에도 세계문화유산이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그는 여행이 일상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를 걸으며 여유 있게 읽고 쓰고, 마시며 아프리카의 일상을 즐겼다는 그는 이 여행을 '답사여행'이라고 했다.

여행이면 여행이지, 굳이 '답사'라고 한 이유가 뭘까? '실제로 어떤 일이나 사건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곳에 가서 보고 조사' 하는 답사는 연구자들이 하는 행위다. 건축학과 교수로 각국의 주거환경과 주택 등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아프리카로 건축여행을 떠났던 것이려니 했다.

사실상 저자는 학교에서 '건축과 문화'라는 과목을 개설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후학들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건축 관계자는 물론 아프리카 여행이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겨냥한 아프리카 문화 입문서인 셈이다.

8년에 걸쳐 15개국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면 보석 같은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그런데 보따리 안에 든 것이 너무 많았는지 풀어내는 과정이 너무 산만하다. 무엇보다 저자가 촬영한 사진들을 다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이 지나쳤기 때문일까? 그 결과 내용은 깊이를 잃었고,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고 설명을 하는 편집은 글자를 읽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직접 촬영하고 보관한 이의 심정이려니 하고 이해하려 해도 독자를 배려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때문에 '답사여행기'라고 말하기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가령, 근거도 없이 굴렁쇠 놀이를 아프리카가 기원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마을 마당에서 꼬마가 굴렁쇠 놀이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의 놀이기구였던 굴렁쇠의 기원도 아프리카인가보다. 옆 골목 마당에는 어린 소녀가 절구질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의 기원은 아프리카이고 아직도 이것을 간직하고 있는 곳 또한 아프리카라는 생각이 든다." -87쪽

특히 저자는 젊은 청년이 간신히 들 만한 무게의 돌을 뚱돌(Maturity Stone)이라고 부르고, '번쩍 들어서 뒤로 넘겨야만 결혼을 할 수 있다'(143쪽)고 설명한다. 뚱돌? 저자의 설명이나 영문 명칭으로 봐선 성인식에 쓰는 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사전에도 없는 뜬금없는 단어가 아니라 '들돌'이라고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어른과 아이를 구별할 때, 마을 큰 성황당 나무 아래 두고 힘을 측정했던 들돌 말이다. 다른 집에 가서 품삯을 받고 일을 하던 농민의 경우 들돌을 들어야 어른 몫을 받았다는 설명을 곁들이지는 않아도 최소한 용어만큼은 확인해서 제대로 써야 하지 않았을까.

다만 저자가 이 책을 내기까지 결코 손쉬운 여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은 고행이었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상처투성이 영혼을 치유 받았다"고 말한다. 더불어 "특유의 원시적 에너지 덕택에 고갈된 삶의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었다"며 불편하지만 가슴 떨리고 행복한 경험이었음을 밝힌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좋은 소재를 지나치게 섞어서 아쉬움이 진하게 배는 책이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괴되는 아프리카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순수함을 전달하고자 한 마음이겠거니 하고 끝까지 읽었다. 학문적 깊이보다는 개인의 흥미를 전한 책이려니 하고 기대치를 낮추고 읽어보시라. 그러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무엇이 진짜 소중한지 반추할 기회를 얻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공동체를 엿볼 수도 있을 테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AD

AD

인기기사

  1. 1 박근혜·유영하 돌발행동에 난장판 된 법정
  2. 2 세월호 팔찌와 17억원 기부, 박해진의 고집을 응원한다
  3. 3 26개의 변기 청소하고 퇴근, 눈물만 흘렀습니다
  4. 4 독종 기자 주진우의 MB 돈 찾아 삼만 리
  5. 5 '국민엄마' 김해숙이 사생활을 철저히 비공개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