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마을 앞으로 고속도로를 만드나요?"

예산군 오가면 주민 "노선 검토해 보겠다"는 국토부 답변 믿을 수 없다

등록 2017.04.21 11:08수정 2017.04.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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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오가면 좌방리 용수마을 주민들이 고속도로 노선이 마을 바로 앞을 통과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 이재환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데도 고속도로를 극구 마을 앞으로 내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통과 예정 지역 중 민간의 피해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충남 예산군 오가면이 꼽힌다. 오가면 주민들에 따르면 오신도로가 나 있는 오가 구릉지는 오가면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주민들은 오가와 신암을 잇는 지방도로를 줄여서 오신도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안기원 오가면개발위원장은 "오가는 평지가 많은 대신 구릉지가 적은 편이다. 오신도로가 있는 구릉지는 오가에서도 가장 살기가 좋은 곳이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오가면 주민 5천여명 중에 최소 2천 정도는 오신도로 주변의 구릉지에 살고 있다"며 "고속도로가 이런 곳을 치고 지나가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성토했다.

지난 20일. 오가면 좌방리 용수마을을 찾았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마을은 지난 1978년 새마을운동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1991년에는 주택 개량 사업을 통해 마을이 새단장 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속도로가 민가 밀집지역을 통과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용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 모여 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잘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수마을 주민 B씨는 "고속도로가 논 가운데의 평지로 지나간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넓은 들판 다 놔두고 마을로 고속도로를 내겠다는 것은 누구의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용수마을 주민 A씨는 "내 집을 마련하기 15년 동안 7천만원을 갚았고 이자도 매달 26만원이나 냈다"며 "어렵게 터를 잡고 이제 겨우 살만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노년에는 좀 편하게 사나 싶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용수마을 주민 B씨도 "여기서 30년을 살았다. 이제 겨우 자리 잡고 사는데, 또 나가야 하는 것이냐"며 거들었다. 주민 C씨는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고속도로가 생기면 미세먼지와 소음피해가 발생할 텐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예산과 홍성 2개군 6개면 주민들은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찾아가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노선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김형용(오가면 분천리)씨는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을 뿐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국토부의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반드시 필요한 노선인지도 의문스럽다"며 "서부내륙고속도로의 필요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수마을 #오가면 #서부내륙고속도로 #국토교통부 #노선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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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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