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억겁의 시간이 만든 옥빛 호수

삶의 또 하나의 원칙을 일깨워준 강가푸르나 탈

등록 2017.05.08 11:55수정 2017.05.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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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낭 3540m

차마고도를 가보지 않았고 파키스탄을 가보지 않았다. 어떤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는지 마낭을 바라보며 나는 그곳을 떠올렸다. 황량하고 거칠고 건조한 곳. 다행스러운 건 사람들은 평온했다. EBC 루트 중 '남체' 마을과 비슷한 고도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우리는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를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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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낭 에베레스트 지역 '남체'와 비슷한 곳이다. 이곳에서 고소적응차 하루를 쉬었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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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고 건조하고 거친 풍경만 보이는 마낭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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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낭 마을 ⓒ 정웅원


시기적으로 4~5월은 성수기로 몹시 붐비는 곳이지만 3월은 한가하다. 네팔 트레킹 성수기는 4~5월, 10~11월. 숙소를 구하기 위해 가이드들은 미리 예약을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방을 구하지 못해 루트를 변경해야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출발해 일찍 트레킹을 마치고 숙소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12월부터 3월이 트레킹 하기엔 적절한 시기인 듯하다. 단, 추위는 감수해야 한다.

#강가푸르나 탈

마낭에서 30분 떨어져 있는 곳. 강가푸르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사실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틸리초 호수를 가보고 싶었다. 함께 걸어온 일행분은 이미 다녀오셨고 나는 이곳을 가려했다. 혼자서는 무리인 듯싶어 동행자를 구하거나 가이드를 구해서 가야만 했는 데 함께 할 사람을 찾지 못해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혼자 오르는 걸 택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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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푸르나 딸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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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푸르나 호수 ⓒ 정웅원


집착을 버리고 찾아간 강가푸르나 호수는 틸리초 호수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사라지게 했다. 2시간 동안 이곳에 앉아 강가푸르나와 호수를 감상했다. 내려놓음은 중요했고 곧이어 선물은 찾아왔다. 이곳에서 나는 중요한 삶의 원칙을 다시 깨닫게 된 셈이다. 호수에서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억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옥빛 호수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한식이 그리운 날


매 끼니마다 거르지 않고 먹었는데 왜 배고픈 걸까. 먹어도 채워지지 않은 갈증은 한식을 못 먹은 지 열흘쯤 지났을 때 나타났다. 날아다니는 밥은 먹지 못하겠고 서양인들 입맛에 맞춘 피자, 스파게티는 더더욱 그랬다.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닭고기도 추가해서 먹을 수 있었다. 세 그릇도 먹을 수 있었는데 한 그릇에 만족했다. 더 먹다가 탈이 날까봐. 이 음식 덕에 그동안 허기진 배는 이내 좋아졌다. 며칠은 버틸 수 있겠다. 롯지에서 파는 음식이 맛이 없진 않지만 한식이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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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다. 정말 수제비 ⓒ 정웅원


#변덕스러운 날씨

3월은 변덕스럽다. 하늘은 수시로 변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햇볕은 따듯한데 심상치 않은 기후에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겉옷을 입었다 벗으며 체온조절에 주의했지만 빠르게 변하는 날씨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곧 눈이 내렸다. 또 다시 맞이한 눈이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이어 3번째다.

랜드슬라이드 지역이 나왔다. 가파른 절벽은 사람 하나 지나가기에도 좁은 길이었다. 낙석이 이따금씩 떨어졌다. 300m에 달하는 길이었다. 위로는 가파른 절벽이 있었고 아래로는 저 멀리 강이 흐르고 있었다. 칼바람에 얼굴은 움츠려 들었고 눈이 내려 시야가 좋지 않았다. 랜드슬라이드 지역을 벗어나 쏘롱패디에 도착했다.

숙소엔 트레커들이 많았다. 언제 도착했는지 단체팀에 몇몇 무리들이 보였다. 일찍이 도착해 다들 숙소 식당에서 쉬고 있었다. 카드게임을 하는 친구들, 기타를 치는 친구, 책을 읽는 친구, 일기를 쓰는 친구가 보였다. 방을 안내받고 저녁 주문을 하고 잠시 누워 휴식을 취했다. 내일 라운딩 일정 중 가장 힘들고 오랜 시간 걸어야 하는 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야 오후에 묵티나트로 넘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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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심상치 않다. ⓒ 정웅원


덧붙이는 글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네팔 #안나푸르나라운딩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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