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와줬다, '5416m 쏘롱라 패스'를 넘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세상에서 가장 긴 고개길

등록 2017.05.10 16:09수정 2017.05.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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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롱라패스 5416m

쏘롱라패스는 안나푸르나 라운딩 구간 중 가장 높은 고갯길이다. 5416m. 마낭에서 쏘롱라패스를 지나 묵티나트까지 2일 예상하고 걸었다. 가장 오래 걸어야 했고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넘지 못했을 구간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얼마나 더 내릴까 멈추지 않는 눈 때문에 쏘롱패디에서 트레커들은 걱정이 많았다. 새벽에 올라야 하는데 눈이 그치지 않았다. 새벽에도 눈발이 보이면 하루를 더 쉴 참이었다


지도에 표시된 거리와 시간은 마낭에서 쏘롱패디까지 3시간 20분으로 적혀 있었다. 휴식시간을 제외한 오로지 걷기만 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의미했다. 평균적인 시간일 테지만 사람마다 걷는 속도가 달라 아주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었다. 쏘롱패디는 4525m. 마낭에서 고도 1000m가량 올려야 했다. 고산병 예방 수칙에 따르면 하루 높이를 500m로 제한하고 있었다. 일행분은 고산 경험이 아주 많으신 분이었고 나는 1~2월동안 고산에 적응하고 있었지만 과하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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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롱패디로 가는 길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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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롱패디에 도착한 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 정웅원


쏘롱패디에서 쏘롱라패스를 넘어 묵티나트까지는 8~10시간 걸린다. 대략적인 시간이고 상황에 따라서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대부분 이른 새벽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전날 저녁 미리 숙소 계산을 마치고 아침 식사 주문까지 마치고 잠든다. 단체팀은 새벽 3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새벽 5시 출발. 눈은 내리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지만 몹시 추운 탓에 몸이 계속 움츠러든다. 고도는 5000m로 진입하기 때문에 몸에 열을 내기 위해 빨리 걸을 수도 없다. 또한 쏘롱라패스를 넘기전 마지막 롯지가 있는 하이캠프까지의 길은 상당한 경사로였고, 게다가 난 두꺼운 장갑을 포카라 숙소에 놓고 온 탓에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대안으로 울장갑과 양말을 덧대어 버티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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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캠프 4925M 하이캠프가 아래 보이며 고도는 5000M을 넘어섰다.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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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롱라 쏘롱라패스로 올라 가는 길 ⓒ 정웅원


#그는 울고 있었다

하이캠프를 지나 쏘롱라패스로 가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서성이던 여성 트레커를 보고 다가가자, 그가 울먹이며 나에게 물어봤다.


"'얼마나 더 가야 쏘롱라패스에 갈수 있어? 머리가 너무 심하게 아파서 걸을 수가 없어."

"내려가야 돼. 더 올라가면 지금보다 몇 배는 심한 고통이 올 거야. 하이캠프로 내려가서 괜찮아지면 하루 쉬고 다음날 올라와. 하이캠프에서도 두통이 계속되면 아프지 않을 때까지 내려가야 하고."

안타깝지만 강하게 말해줬다. 그래야만 했다. 헬기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에베레스트 지역에선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에 감정이 무뎌졌지만, 고산병에 고통받고 있는 그녀를 보자 안타까움과 함께 나에게 고산병이 찾아오지 않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2시 쏘롱라패스에 도착했다. 숨이 차면 여러번 쉬기를 반복했다. 앞선 트레커들도 천천히 올랐다. 새벽 5시에 출발했으니 7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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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롱라패스 정상 ⓒ 정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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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 정웅원


같이 오른 트레커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악수를 하기도 안기도 했다. 이곳까지 무사히 온 것에 감사했다. 일정이 비슷해 주기적으로 만났던 트레커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인증샷을 비롯해 영상을 담는 친구, 울음이 터져버린 친구, 조용히 감상하던 친구 모두 모두 이 시간과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껏 누렸다. 언제 다시 이곳에 와볼까 생각에 내려가는 길이 아쉽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1월 12일부터 3월 21일까지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네팔 #안나푸르나라운딩 #트레킹 #포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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