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알바, 강남 3구 청년들은 다를까요?

송파구 청년들의 삶을 지원하는 청년기본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하다

등록 2017.05.02 11:39수정 2017.05.0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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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시민연대>에서는 "송파구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송파구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함께하기 위한 청년들을 모았던 과정, 조례제정을 위한 설문조사와 캠페인 등의 과정을 연재기사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저희의 활동이 "이 시대의 최대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 기자 말

①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송파구에 사는 특별한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재현(가명)씨(22세)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6개월 가량 일했다. 그에게는 허리디스크라는 지병이 있었기에 무거운 것을 들거나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소위 노가다는 불가능했다.

상대적으로 허리 부담이 적으면서도 같은 나이 또래의 청년들과 어울리며 일할 수 있는 이 곳이 좋았다. 그런데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 시즌에는 잠시도 쉴 틈 없이 손님들을 응대해야만 했고, 오래도록 서있느라 아픈 허리에도 되돌아오지 않는 미소를 날려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롯데월드는 오래 있을 곳은 아니었다. 최저임금에 3개월씩의 쪼개기 계약도 그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을 계속 다녀야 할지, 군대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 미래는 밝을 수 있을지...  19년간의 입시터널을 지나 재현씨가 맞이한 세상은 "불안"이었다.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민정(가명)씨(26세)는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다. 주 4회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저녁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주중 하루에는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카페에서 알바를 해서 용돈을 벌고, 주말에는 토익이나 토스 학원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민정씨는 재수를 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다. 그래서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조급할 때가 많다. 태어날 때부터 석촌동에서 쭉 살아왔지만, 잠실의 번영은 민정씨와는 거리가 멀었다.


집안형편이 넉넉한 친구들은 굳이 용돈벌이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스펙쌓기에만 몰입하면 됐지만, 민정씨는 용돈을 벌어서 써야만 했기 때문에 스펙을 쌓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올해도 대기업들은 취업문을 좁힌다고 하는데... 민정씨는 걱정이 크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한 학기를 휴학할 생각이다. 모자란 스펙도 쌓을 겸 학교에서 보내주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도 해보려고 한다.

송파구 거여동에 사는 진형(가명)씨(26세)는 2년 째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법대생이다.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스포츠와 연애 등의 이슈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도 참여를 했었고, '썰전', '그알'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도 즐겨보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에 진학하게 된다면 이후 검사가 되어서 부정한 권력을 심판하고 정의를 바로잡는데 기여하고 싶다. 그런데 진형씨는 로스쿨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 한 학기에 200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저녁까지 자율학습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지만, 마음 한 켠은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200만 원이 넘는 수강료에, 매 월 생활비까지 부담하고 계신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 진학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만약 진학한다고 해도 수천만원의 등록금은 어떻게 할 것이며,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다고 해도 검사가 될 수 있을까. 경쟁이라는 그물망을 대체 몇 번이나 통과해야 꿈에 이를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책상에 앉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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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잠실의 번영과 송파구 청년들의 삶에는 큰 관계가 없다. ⓒ 롯데물산


강남 3구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삶은 과연 특별한 것이 있을까? 답은 역시 "없다"이다. 어디에나 현실에 치여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청년들이 존재한다. 강남 3구에 사는 청년들이라고 해서, 남들 위에 쉽게 올라설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모두가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 청년들도 현실을 즐기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남들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파에 사는 청년들을 만나기 위하여

그래서 <송파시민연대>에서 활동 중인 청년활동가들은 송파구 청년들을 위한 특별한 사업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청년들을 만나야 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번뜩 떠오른 곳은 바로 약 3000명의 청년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였다.

우리는 두 번에 걸쳐 관람객으로 가장하여 롯데월드에 직접 들어가 100여명에 대한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했다(자유이용권을 할인해서 끊었지만, 1인당 1만8000원 정도를 내야만 했다). 이렇게 받은 설문조사 결과는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등록하여, 한 때 메인기사가 되기도 했었다(관련기사 : '빛 좋은 개살구' 롯데월드 알바의 진실).

설문 도중에 반응이 좋았던 청년들의 연락처를 10명 정도 받을 수 있었다. 연락처를 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심층면접'을 하고 싶다는 명목으로였다. 응답이 왔던 사람은 단 한 명. 들인 품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성과였지만, 우리는 그렇게 송파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도 롯데월드몰에 근무하는 청년노동자 설문조사사업, 청년을 위한 노동법률학교 사업, 청년알바노동자 회식비지원사업 등의 지난한 과정들을 통해 위에서 재현씨, 민정씨, 진형씨를 비롯한 몇몇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청년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송파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청년들 10여명이 모일 수 있었다. 이제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문제였다.

일개 시민단체가 청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몇몇을 위한 것이 아닌, 최대한 많은 송파구 청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먼저 송파구청에서 진행하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송파구에도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지는 않았다. 취업과 관련한 것들이 주를 이루었고 잦진 않지만 그래도 끊이지 않고 조금씩 청년에게 도움을 주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년드림 송파캠프', 'IT로 성공하는 청년 취업 아카데미', '송파참살이실습터' 등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일회성 사업에 불과했고, 청년들의 직접적인 요구가 반영된 사업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이렇게 여러 사례들을 조사하던 중, 지방자치단체 중 청년들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곳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시는 '서울시 청년 기본조례'를 비롯한 일자리, 주택공급 등을 위한 조례가 존재하였고, 서울시의 여러 자치구에도 청년기본조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창업, 청년인턴제와 관련된 조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들은 그 조례에 근거하여 청년정책위원회를 설치하여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금융, 문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송파구에도 청년을 위한 조례가 마련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서울특별시와 자치구를 통틀어 청년과 관련된 조례는 24개가 있었고, 전국적으로는 137개가 제정되어 있었기에 인구 67만명, 전국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를 자랑하는 송파구에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그러나 송파구엔 청년과 관련된 조례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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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청년조례 현황 송파구는 청년을 위한 조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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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청년조례 현황 전국적으로 137개의 청년관련 조례가 존재한다. ⓒ 황재인


송파구 청년기본조례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모인 청년들과 함께 청년들의 삶을 지원하는 법적근거인 "송파구 청년기본조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물론 우리들은 조례 제정권을 가지고 있는 구청장이나 구의원이 아니었기에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구청장이 직접 발의를 하거나, 구의회 재적의원의 1/5이상 또는 의원 10명이상의 연서로 발의를 하거나, 송파구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50분의 1이상의 연서로 조례 제정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우리는 송파구 청년들의 실태보고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송파구 청년들의 실태파악을 통해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알려낼 수 있다면 구청장이나 구의원이 청년조례제정을 위해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구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기대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송파구 청년들과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 연구보고자료, 타 자치단체 및 해외 사례 등을 조사하여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자료조사와 함께 송파구에 사는 청년들의 실질적인 삶을 파악해보기 위해 송파구 청년들을 직접 만나서 설문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송파구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송파구 청년들의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 2편에서 계속)
#청년기본조례 #송파구 #청년 #송파시민연대 #롯데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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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사는 청년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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