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문사 유족들 '문재인 지지' 선언한 이유

"군대에도 '세월호 참사',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재출범해야"

등록 2017.04.28 11:44수정 2017.04.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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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가 2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배지현


군 의문사 피해단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이하 군 유가족협의회)'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저희는 2006년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속했던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와 유가족협의회 9명이 참석했다.

군 의문사 피해단체가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군 유가족협의회는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식이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유족들의 절절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고 김모 대위 어머니 박영순씨는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를 위해 한 해 평균 27만여 명의 청년들이 입대하고 있다. 그중 매년 평균 130여 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중 2/3는 군 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된 뒤 아무런 예우 없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며 "군대에선 세월호 참사가 한 해에 두 번씩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박씨는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군 병원 냉동고와 창고에는 98년 사망한 군인의 시신 두 구를 비롯해 총 100구가 넘는 유해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며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시신을 수십 년씩 냉동고에 넣어둔 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나. 얼마나 더 울어야 하나"고 호소했다. 박씨가 회견문을 읽는 동안 유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이철희 "집권하면 어머님들의 한을 풀어드리겠다"

군 유가족협의회는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출범시킬 것을 촉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민관합동기구로 군 의문사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산을 이유로 2009년 위원회를 해체시켰다.


박씨는 "지난 2009년 진정된 600건의 군 의문사 사건 중 조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 낭비' 운운하며 군 의문사위원회를 해체시킨 이명박 정부 시절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며 "우리 엄마들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이어 재차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군 의문사위원회를 다시 출범시켜 군에서 가족을 잃은 부모와 그 형제들에게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여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 유가족협의회는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분이기에 우리의 절박한 호소에 화답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그 절박함을 가슴에 안고 이 엄마들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며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많은 단체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지만 이번만큼은 지지 자체보다 유족들이 갖고 있는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하나의 계기였으면 좋겠다"며 "문 후보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전달할 것이며 국방위나 당 차원에서, 만약 집권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머님들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군의문사 #진상규명 #유가족협의회 #문재인 #지지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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