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압박과 개입? 장고 끝에 놓은 악수

미국의 동북아 정책 유감... 동북아 긴장 고조는 비극의 시작

등록 2017.04.29 11:43수정 2017.04.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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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등장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그는 대선 기간 중 "햄버거를 먹으며 김정은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하는 등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취임 첫 날엔 "이란과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음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트럼프의 미국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나서거나 또는 선제타격 등의 다양한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드와 북한 문제가 주된 의제라고 언급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조차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북미관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것(북한 문제)이 중국과 우리가 조율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 나름의 방도(our own course)를 마련할 것이고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공개했다. 지난 2일 파이낸셜타임스(FT)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할 것"이라고 발언했던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과연 왜 거짓말을 했을까

그러자 미국이 북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부채질은 한 것은 미 항공모함 칼빈슨 전단이 불과 며칠 만에 한반도에 재배치된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은 앞 다퉈 한반도 해역에 칼빈슨, 니미츠, 로널드 레이건 등 미국 항공모함 3척이 집결한다는 보도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미국의 북에 대한 선제공격이 현실화되는 듯한 상황이었다.

미 태평양사령관이 생산하고 미 대통령 트럼프가 유포한 이 소식은 며칠 지나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4월 14일에 미 해군 공보자료에 칼빈슨 항모가 우리나라에서 4800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지나는 사진이 실렸기 때문이다. 칼빈슨호는 여전히 호주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직도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도 오보를 인정하거나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과정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대선에서 안보와 북핵 위협이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추측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전략적 인내'의 판박이에 불과한 '최고의 압박과 개입'

드디어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그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26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상원의원 전원을 초청해 대북정책을 설명한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붙여진 이름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었다. 그 내용은 '북의 핵과 미사일의 포기를 위해 압박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리되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동맹·지역 파트너들과 외교적 수단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및 확산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경제제재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압박에 맞춰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그 내용 없음에 큰 실망을 했다. 장고 끝에 내놓은 수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판박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비군사적인 제재와 개입을 통한 압박을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추구는 긴급한 국가안보 위협이고 최우선 대외정책 과제"라고 밝힌 것처럼 북핵 문제가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강대국의 자존심인지 또는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의 반발 예상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무런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런 부분이다. 이는 현실에 대한 상황판단과 그 대안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실패로 평가한 트럼프의 정세인식은 매우 옳았다. 전략적 인내가 유지되어 온 시기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비상하게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에 대한 제재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북은 핵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북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증가시키는  이동식 발사대, 콜드런칭, SLBM, 고체연료 개발 등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수소폭탄까지 보유했다는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북핵문제  '예상되는 잠재적 위협'에서 '직면한 실질적 위협'으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후순위에서 최우선의 과제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트럼프의 '최고의 압박과 개입'의 차이가 있다면 '전략적 인내'가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예상되는 잠재적 위협'으로 상정했다면 '최고의 압박과 개입'에서는 '직면한 실질적 위협'으로 판단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략적 인내'가 북핵 위협을 외교안보정책의 후순위에 배치했다면 '최고의 압박과 개입'은 최우선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재와 압박 운운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모순적인 모습이다. 만일 제재와 압박을 통한 해법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북의 체재가 급격히 흔들리거나 아니면 중국이 북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전략적 이익이 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북의 체제는 안정화 되어 있으며 중국의 대북 인식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패가 검증된 처방으로 북핵문제를 다루려 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태도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남북,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는 지난 2005년 9.19공동성명을 통해 구체화된 적이 있다. 당시 9.19 공동성명은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을 원칙으로 핵동결과 평화협정 그리고 핵폐기와 관계정상화를 상호 약속하고 입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욱 고도화된 북의 핵능력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 해결은 과거보다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더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대화를 통한 신뢰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 이들의 주장은 현실성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한반도와 같이 좁은 영토에서 남북은 물론 미일과 중국의 참전이 예상되는 전쟁은 공멸이다. 전면전이며 세계대전일 수밖에 없다. 혹시 강고한 한미동맹이 있는 한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 한미 당국이 인정하는 선에서 예상하더라도 주한, 주일 미군과 체류자 그리고 괌과 하와이는 북의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적(主敵) 운운하며 대북안보문제를 정치적 쟁점화 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 뻔한 수다.

전쟁의 가능성은 ↓
세계 최강의 군사력이 집중된 동북아에서 긴장 고조시키는 행동 용납될 수 없어

이제 전쟁의 가능성은 적어졌다. 그러나 방귀도 잦으면 똥을 싸는 법. 세계 최강의 군사력이 집중된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

이런 시점에 중국이 내놓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정치적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 제안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자신들의 핵실험 중지를 연동했던 북의 입장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아니 백 번 양보하더라도 '최고의 압박과 개입' 이것보다야 현실적이지 않은가.
#장금석 #전략적 인내 #최고의 압박과 개입 #쌍괘병행 #칼빈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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