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가 아름다운 까닭은

교토 금각사를 찾아서

등록 2017.04.29 15:36수정 2017.04.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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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아침 교토 북서쪽에 있는 금각사를 찾았습니다. 이곳 이름은 긴카쿠로쿠온지(金閣鹿苑寺) 절입니다. 그냥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금각사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절 집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보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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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동쪽 햇빛을 받고 있는 금각사입니다. ⓒ 박현국


이곳은 원래 절이 아니였습니다. 처음 사이온지 긴츠네(西園寺公経, 1171-1244.10)의 별장인 기타야마테(北山第)가 있었습니다.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 1358.9-1408.5)가 좋아하여 1397년 사이온지 가문에게서 물려받아 별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명나라와 무역하여 돈을 벌어서 이곳을 아름답게 꾸몄습니다.


요시미츠가 죽은 뒤 무소 소세키(夢窓 疎石, 1275-1351.10) 스님을 주지로 삼고, 요시미츠의 법호인 로쿠온인도노(鹿苑院殿)에서 두 글자를 따서 로쿠온지(鹿苑寺)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건물은 둘레 산이나 집 앞 호수와 더불어 더욱 멋있게 보입니다. 교토를 찾는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1950년 7월 2일 이 절에 머물던 학승이 아침 일찍 불을 질렀습니다. 이후 1955년10월 10일 다시 지어서 복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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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는 처음 귀족의 별장이었습니다. 사진은 세카이테이(夕佳亭) 다실 안밖입니다. 처음 이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지는 해에 반사되는 금각사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나무가 자라서 보이지 않습니다. ⓒ 박현국


불을 지른 학승 이야기는 소설로도 쓰여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어려서 스님인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던 소년은 작은 아버지 절에 보내집이다. 그리고 다시 교토에 있는 불교 재단 대학에 입학하여 금각사에 머물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승은 어느날 밤 늦도록 바둑을 둔 뒤 이튿 날 일찍 일어나서 금각사에 불을 지르고 산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하려했습니다. 뒤에 화재범으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날 오후 멀리 교토 북쪽 고향에서 어머니가 교토에 와서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학승은 이제껏 어머니에게서 따뜻한 말 한 마디, 칭찬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면회를 거절합니다.

학승의 어머니는 전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전차가 다리를 건너는 동안 강물에 몸을 던져 이승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학승은 7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 1956년 3월 조현증과 폐병으로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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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절 안에 있는 후도도(不動堂) 절입니다. 안에는 부동명왕을 모시고 있습니다. ⓒ 박현국


금각사 화재 사건은 소설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1956년 1월호-10월호, 신조 잡지에 연재). 이렇듯 금각사는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수난을 당하기도 했고, 여러 사람의 목숨이 걸린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각사가 더욱 유명해졌는지도 모릅니다.

교토에는 금각사와 비슷한 때 지어진 건물이 두 곳 더 있습니다. 은각사와 히운카쿠(飛雲閣)입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하게 이층 이상 건물이고, 집 앞에 호수가 있습니다. 모두 건물에서 직접 배를 탈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금각사와 비슷한 때 지어진 세 건물 가운데 금각사가 유명하고 아름다워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아마도 금이 지닌 특별한 가치와 둘레 푸른 산에 둘러싸여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주인이 바뀌고, 불이 나는 등 수난을 당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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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銀閣寺)와 비운각(飛雲閣)입니다. 금각사와 더불어 교토를 대표하는 건물 세 곳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금각록원사 절, http://www.shokoku-ji.jp/, 2017.4.29
참고 문헌> 미시마유키오(三島由紀夫), 금각사(金閣寺), 新潮社, 2003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금각사(金閣寺) #미시마유키오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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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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