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절 밥, 어떻게 생겼을까

아라시야마 텐류지 절을 찾아서

등록 2017.04.29 22:14수정 2017.04.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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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낮 일본 교토 서쪽 사가 아라시야마에 있는 텐류지(天龍寺) 절을 찾았습니다. 이 절은 용 그림과 절 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절 안에서 스님들이 먹는 절 밥을 일반인들에게도 만들어서 팔고 있습니다. 일본 절에서는 스님들이 수행에 정진하면서 수행의 과정으로 밥을 먹는다고 해서 절 밥을 정진 요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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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류지 절 정진요리는 넓은 다다미방에서 서로 마주 보고 앉어서 먹습니다. 고기나 생선이 없고 모두 푸성귀와 콩으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먼저 텐류지 절 안에 들어가야 절 밥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예약을 해 두면 확실하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도 여분이 있으면 먹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는 동안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먹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절 밥은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살생을 엄히 여기는 불가의 가르침대로 고기를 피하고, 푸성귀나 콩 따위를 주로 먹습니다. 일본에서도 똑같습니다. 다만 절 밥이라고 하지 않고 정진요리라고 이름 붙인 것만 다릅니다.

일본 절 밥은 한국 삼국시대 불교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나라 도다이지 절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해진 정진요리 절 밥은 일본의 풍토와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서 지금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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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시마와 삶은 땃두릅나무 등등, 삶은 죽순, 유채꽃, 깨두부 순입니다. ⓒ 박현국


일본 정진요리는 오법이라고 하여 날 것으로 먹거나 삶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구워서 요리했습니다. 그리고 오미라고 해서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색이라고 하여 빨간색, 푸른색, 노란색, 하얀색, 검은색을 소중히 생각했습니다.

정진요리를 마주하고 먹을 때에는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고의 정도를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 덕행을 쌓아서 먹기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려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고, 좋은 약으로 여겨서 몸을 바르게 이끌고, 이룬 일과 비교하여 먹어도 부끄럽지 않은지 생각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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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무 장아찌, 두부된장국, 된장소스 얹어서 군 가지, 오렌지와 딸기 따위입니다. ⓒ 박현국


하루 세끼 가운데 한 끼 먹거리를 앞두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스님들이 하는 공부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맛보았습니다. 스님이나 사람이나 먹거리는 생명유지를 위해서 똑같은 일을 합니다.


텐류지 절은 아라시야마 산속 강과 숲과 마을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조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인공으로 꾸며놓은 연못에 물이 흘러들어 차고 넘치며 꽃나무를 심어서 화려합니다. 꽃나무에는 이름표를 달아서 알기 쉽게 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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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봄경치, 가을경치, 겹벚꽃나무, 집 아래로 흘러가는 냇가입니다. ⓒ 박현국


텐류지 절 가운데 있는 방장에는 불상이 아니고, 용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용이 마치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용은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습니다.

텐류지 절은 넓고 크며 입장객이 다닐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절 안을 모두 돌아보지 않았지만 어디엔가 불상을 모신 곳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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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장 건물 안에 있는 용 그림입니다. 법당 천장에도 운용도라는 용그림이 있습니다. ⓒ 박현국


- 참고 누리집> 텐류지 절, http://www.tenryuji.com/, 2017.4.29
-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사가노선(嵯峨野線) 전차를 타고 아라시야마(嵐山) 역에서 내려서 걸어 갈 수 있습니다. 그밖에 교토역 앞에서 출발하는 아라시야마행 버스나 한큐 전철, 게이후쿠 전철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텐류지 절 #정진요리 #절 밥 #용그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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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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