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참사, 대선 후보 세 명이나 다녀갔지만"

사망자 6명 중 4명 아직 장례 못 치러 ... '휴업수당' '부상자 치유대책' 요구

등록 2017.05.06 16:48수정 2017.05.0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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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후보 세 명이 다녀가고 정치권이 현장을 방문해 대책 마련을 밝혔지만,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참사는 엿새가 되도록 장례조차 완전하게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 참사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1명은 4일, 다른 1명은 5일 장례를 치렀고, 4명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하청업체는 유족 측과 협상하고 있지만, 6일 현재까지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거제백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려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6일 오전 거제백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확성기로 1인시위를 벌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아래 하청지회)는 이날 낸 자료를 통해 "아직 사망 노동자 4명의 유가족들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회사와 피 말리고 진 빠지는 보상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심상정, 유승민 등 여러 대통령 후보들이 병원을 찾아와 삼성중공업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부장급을 협의에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참혹한 노동재해에 대해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사장이 직접 나서서 유족 보상 협의를 마무리하고 하루 빨리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엄중히 요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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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 참사와 관련해,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6일 오전 거제백병원 앞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삼성중공업일반노조


작업중지명령에 따른 휴업수당 지급, 부상자 치유대책은?

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휴업수당 지급'과 부상자에 대한 '장기 치유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사 뒤 고용노동부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체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작업중지명령은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대개 2주간이고,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는 정규직 이외에 하청업체와 '물량팀' 소속 하청노동자만 2만 20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청지회는 부상자 25명에 대한 치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이들은 "전쟁터 같은 사고현장에서 부상당한 25명 생존 노동자들에 대한 장기 치유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바로 옆에서 죽어가는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부상 생존자들은 이후 상당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고통은 단기간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 그러므로 25명 부상 생존자에 대한 장기적 치유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현실은 당장의 외상 치료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5명의 부상 생존자는 8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으며 또 그 중에는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물량팀이나 불법 인력업체 등 다단계 재하청 구조에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하청업체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영세한 물량팀이나 불법 인력업체가 부상 생존자들에 대한 장기적인 치유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러므로 부상 생존자들에 대한 장기 치유대책을 삼성중공업이 책임 지지 않으면 이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오랫동안 고통 받게 될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책임지고 부상 생존자들에 대한 장기 치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작업중지명령에 따른 하청노동자들의 생계 대책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대해, 이들은 "사고 이후 삼성중공업 전체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대형 노동재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조치다"며 "사고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고, 재발을 막기 위한 충분한 안전 진단과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 작업중지명령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작업중지명령으로 하청노동자들은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조선소의 불법적인 '무급 데마찌' 관행 때문"이라며 "근로기준법(제46조)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평균임금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선소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가 오거나 일이 없어 쉬면 '명휴'라고 해서 휴업수당을 지급받는다"며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은 사용자 귀책사유로 일을 쉬어도 휴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불법이 '무급 데마찌'라는 이름으로 관행화되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작업중지명령도 마찬가지로 그냥 놔두면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중지 기간 아무런 임금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역시 삼성중공업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하청지회는 "조선소에서 원청과 하청은 형식상 도급계약을 맺지만 실제로는 투입된 하청노동자가 일한 시간에 따라 공수를 계산해 기성금을 지급한다"며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 기간에 대해 휴업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삼성중공업에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회사 관계자는 "사고 수습이 먼저다. 사고와 관련해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수습된 이후 차후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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