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 빠진 대한민국 구해낼 환경부장관은?

[주장] 신임 환경부 장관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질

등록 2017.05.26 10:36수정 2017.05.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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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정책 발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전국시대 저명한 사상가인 한비자는 <세난>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인적으로 '오랜 세월 기다려야 임금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 지역, 세대 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외칠 때 내 안의 한비자는 이렇게 속삭였다. "오랜 시간이 걸릴게다."

그런데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안보관, 친문패권주의에 노심초사하던 지인들이 '미안하다, 오해했다'며 SNS 상에 고해성사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외출만 했다하면 "문재인은 빨갱이"소리만 들린다던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이곳저곳 대통령 칭찬만 자자하단다.

국정지지율은 81.6%를 넘어섰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인사가 만사였단다. 역대정권에 비해 우수하고 참신한 후보자들 면모에 다들 적잖이 설득 당한 것이다. 나는 한비자 선생에게 되 속삭였다. "오랜 시간 안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필자는 환경을 전공 중인 학생이다. 논문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정작 정부 걱정만 하고 있다. 국민 일상을 마비시킨 미세먼지, 녹조와 악취로 뒤덮인 4대강, 에너지 그리드 체계를 뒤흔들 탈핵, 죽음을 몰고 다닌 가습기 살균제 등 골치 아픈 환경이슈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재인 환경부는 창설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다. 그래서 환경부 장관 인선에 대통령이 고려해주시길 바라는 몇 가지 자질에 대한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

첫째 전문성, 둘째 정치력, 셋째 설득력

첫째로 전문성. 환경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환경정책의 심각성(sever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특성에 기인한다. 여기서 불확실성이란 누구나 수긍 가능한 객관적인 환경기준의 부재를 의미한다. 명확한 근거와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해결책이 뚝딱 나올 리 만무하다. 설상가상으로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심각성)있다. 눈 감고도 도랑치고 가재 잡을 수 있는 역량은 해당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경험과 축적된 지식에서 비롯된다. 식견 있는 환경전문가가 필요한 까닭이다.

둘째로 정치력. 환경정책엔 경쟁성(rivalry)이란 특징도 있다. 다른 가치, 상반된 논리와 경쟁하면서 형성, 집행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각서열과 예산규모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조직이다. 반면 환경규제에 대립각을 세우는 부처들은 다들 덩치 크고 힘이 세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환경부가 타 부처에 끌려다녀선 곤란하다. 환경을 볼모로 경제 논리를 우선시하기엔 미세먼지와 녹조라떼의 파괴력이 너무나 크다. 시대적 환경요구에 부합하는 국가정책 수립과 순위경쟁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연륜 있는 정치인이 절실한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설득력. 새 장관은 대통령 대선공약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반시설의 운영여부 및 시기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환경부가 정책과정에서 가장 먼저 머릴 맞댈 상대는 한 지붕 안의 관료, 전문가 집단이다. 야당, 언론, 그리고 국민을 설득하기에 앞서, 역대급 전문가라 정평 나 있는 새 정부 인재들과 치열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 그 누구와도 설전을 벌여 설득시킬 수 있는 환경부 대표 달변가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마 따라 청문회에 국민 이목이 집중해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최근 "문재인은 부통령, 국민은 상왕"이라며 현 권력 판도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한비자는 설득 과정에서 임금의 역린만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생각지도 못한 위장전입 같은 이슈에 뒤통수가 뻐근하다. 하지만 육참골단의 심정으로 역린을 꽁꽁 싸맨 국민들이 아직 대다수다.

내각인선이 하나둘 발표되는 가운데 환경부 장관은 아직까지 미정이다. 청와대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을 것이다. <슈퍼맨 대 판타스틱 4>란 논문이 있다. 슈퍼맨(뛰어난 역량을 갖춘 한 명)과 판타스틱 4(서로 다른 특기의 여러 명으로 구성된 팀) 가운데 '다양한 경험'이 있는 슈퍼맨이 조직운영에 좀 더 적합하단 흥미로운 결과로 유명한 연구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열거한 자질을 되짚어보니 슈퍼맨에 가까운 듯하다. 환경위기에서 한반도를 구해 낼 슈퍼히어로 인선을 기대해본다.
#환경부장관 #장관후보 #내각인선 #신임장관 #관료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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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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