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하늘에서 폭파됐대요"

[6월 민주항쟁 30주년] 1987년 11월 이야기

등록 2017.06.11 21:17수정 2017.06.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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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9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기획으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1987 우리들의 이야기' 특별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시회 내용 가운데, 가상 시민 인터뷰와 시대적 풍경이 기록된 사진 등을 갈무리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신문사에서 일하는 40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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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20일 동두천 유세장에서 화환을 목에 걸고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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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15일 마산 유세장에서 시민들의 호응에 화답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 후보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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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1일 명동성당에 모여 '후보단일화 관철을 위한 삭발식'을 거행한 재야인사들 ⓒ 박용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침 신문 1면도 대통령 선거 뉴스고, 저녁 9시 뉴스도 온통 대통령 선거 이야기예요. 온 국민의 축제가 시작된 거죠.

직업이 정치부 기자다 보니 다니는 데도 많고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요. 그러다 보니 듣는 말도 많고 접하게 되는 정보도 만만치 않아요. 지금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대통령 선거에 몰려 있는 것 같고요. 6월이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펼쳐지고 있네요. 이게 바로 민주주의인가 봐요.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요. 여권은 일찌감치 노태우씨로 후보를 정하고 열심히 뛰고 있는데, 야권은 사분오열 갈라져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에요. 국민들 의견도 '후보 단일화' 주장과 '비판적 지지' 입장으로 갈리는 것 같네요. 여기에 '독자 후보 추대론'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니 세상은 점점 짙은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여요.

원래 민주주의라는 게 조금 소란스럽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한 달 남았네요. 다음 달에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첫걸음을 위해 대통령 선거 투표장으로 갈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는 대통령이 되겠죠. 하지만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도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의 아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게 말이에요.

휴가 나온 20대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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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1일 '서울노동조합운동연합 결성식'에 모여 선배 노동열사들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 노동자들 ⓒ 박용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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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22일 제13대 대통령 선거 유세에 집중하기 위해 구조물 위까지 올라간 시민들 ⓒ 경향신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얼마만의 휴가였는지 모르겠어요. 거의 1년 만에 맞이한 천금 같은 휴가였죠. 그런데 급하게 부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하늘에서 폭파됐다는 소식이에요. 16년 만에 다시 찾아온 대통령 선거와 88올림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한 거죠. 그러니 전군은 비상태세에 들어가게 됐고, 저는 휴가가 취소되서 급하게 부대로 돌아가게 된 거예요.

1987년은 쉽지 않은 해였어요. 계엄령 선포가 언제 발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엔 광주가 아니라 서울이 타깃이라는 소문까지 퍼져 나갔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국민을 진압하기 위한 훈련이 우리의 임무였어요. 한동안 강도 높은 시위 진압 훈련이 계속됐어요.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비상 대기 중이었죠.

우리 같은 군인에게 6월항쟁은 이런 의미였어요.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하는 동안 일어난 큰 사건이었죠. 시위 진압 훈련이 중지된 건 6.29선언 직후의 일이었어요. 6.10민주항쟁이 가져다준 민주화의 바람이 부대 안까지 불어오는 데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상습적인 구타와 폭력을 한 번에 없애 버리기엔 잘못된 관습의 뿌리가 너무 깊어 보이거든요.

* 사진 출처 : 박용수, 경향신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항쟁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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