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비슷한 정주 심야 산책길

[디카시로 여는 세상 - 시즌2 중국 정주편 56] 폐지 줍는 노인

등록 2017.06.12 18:16수정 2017.06.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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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앞 ⓒ 이상옥


      아가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오고  
       할머니 앉아 폐지를 주우신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


중국 정주의 거리. 심야 산책을 즐긴다. 아니 걷는다. 밤의 산책자다. 이러저리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어느 저녁에는 많이 아프다. 산책길에 간이 일식 초밥집이 있어 연어회 한 접시 하는 즐거움은 크다.

한 접시가 25위안으로 싸다. 정주는 내륙지역이라서 생선을 먹을 기회가 적다. 주로 육식을 하다 보니, 연어회 파는 곳을 발견한 것은 복음과 같았다. 틈만 나면 산책길에 그곳을 들릴 수밖에.

숙소에서 약 한 시간 코스의 산책길이다. 연어회를 먹고는 기분 좋게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은 날에는 기분이 최고다. 아픈 저녁은 이렇다. 즐거운 마음으로 연어회를 먹기 위해 가는데, 길 가에 한 쪽 다리를 잃은 젊은 남자가 목발을 옆에 두고 반듯이 누워서 허공을 향해 담배를 피우며 상념에 잠긴 눈빛을 하고 있다.

구걸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이는 눈이 매우 맑고 투명했다. 잠시도 머뭇거릴 수 없어 곧바로 앞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눈빛은 깊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연어회를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또 걸었다. 하필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왜, 아픈 풍경뿐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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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주택가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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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단정하게 놓인 쓰레기통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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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환경미화원들이 수시로 거리 청소를 한다. ⓒ 이상옥


정주시내는 낮에는 비교적 깨끗하다. 심야 무렵이면 인도가 쓰레기로 지저분해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어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거리에는 환경미화원들이 많아 늘 청소를 하는데, 왜 심야에는 거리가 지저분해지는 걸까, 의문이 풀렸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쓰레기통에서 폐지를 줍고 계신다.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헤집는다. 그 중에서 필요한 용품만 골라내고 나머지를 쓰레기통에 넣을 기력이 없으실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폐지 줍는 노인들

할머니 한 분만 아니다. 심야에 갈고리를 들고 다니면서 쓰레기통에서 필요한 물건을 전문적으로 찾는 사람도 있다. 이러다 보니 쓰레기통에 들어간 오물들이 다시 길거리로 굴러다닌다. 바람이라도 불면 더하다.

아픈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이 중국이라고 왜 없겠는가. 한국에도 폐지를 수집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노인들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지난해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 #폐지 줍는 노인 #자전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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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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