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배우자의 동의부터 얻으라

10년차 도시농부 심철흠의 <텃밭농사 무작정 따라하기>

등록 2017.06.16 11:46수정 2017.06.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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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수박이 작게 열렸던지, 참외도 튼실하게 열리지 않았는지, 이제사 알 것 같습니다. 작년에 교회 예배당 옆 40평 정도 되는 텃밭에다 수박이랑 참외랑 오이랑 가지랑 심었었죠. 하지만 녀석들은 주렁주렁 열리지도 않았고, 수박 같은 경우에는 참외마냥 아주아주 작았습니다.

"15번째 마디 표시. 15마디까지 열리는 열매, 손자줄기, 덩굴손은 모두 제거하고 유인은 멀칭핀 등으로 합니다. 15번째 마디에 눈에 잘 띄는 막대나 리본으로 표시해 놓으면 잎을 다시 세지 않아도 됩니다."(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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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10년차 도시농부 심철흠의 〈텃밭농사 무작정 따라하기〉 ⓒ 길벗

10년차 도시농부 심철흠의 <텃밭농사 무작정 따라하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수박은 모종을 옮겨 심은 다음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코 큰 수박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죠. 모종에서 뻗어 나온 아들 줄기 5개 가운데 3개는 자르고 나머지 2개만 키우도록 조언합니다. 더욱이 그 줄기에서부터 15번째 마디까지 뻗는 동안 맺히는 열매와 덩굴손도 모두 제거하도록 일러주죠. 그래야 튼실한 것 하나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참외도, 오이도, 토마토도 다르지 않는다고 일러줍니다. 참외의 경우에는 첫째와 둘째의 아들 줄기는 잘라주고, 셋째와 넷째와 다섯째 아들 줄기는 키우되, 그 이상의 어미 줄기는 잘라주도록 하죠. 그리고 그 아들 줄기에서 뻗어 나오는 손자 줄기의 경우도 어미 줄기의 순서처럼 잘라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들 줄기를 자르는 것을 이 책에서는 '적심' 또는 '순치기'라고 말합니다. 또한 작물이 넘어지지 않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두두룩하게 덮어주는 일을 '북주기'라고 부른다고 하죠. 그리고 작물 간 심는 거리를 '재식거리'로, 작물을 재배할 목적으로 씨를 뿌리는 일을 '파종'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렇듯 작물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둘 것들부터 시작해, 각종 병충해와 생리장해, 잎채소, 열매채소 그리고 뿌리채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아주 상세한 정보들을 그림과 도표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책의 첫 장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텃밭농사든 주말농장이든, 시작하기에 앞서 '배우자의 동의를 얻으라'는 게 그것입니다. 남편이 원치 않든 아내가 원치 않든, 서로의 동의가 없이 시작한 농사는 훗날 짐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입니다. 혹시라도 가정에 불화가 생길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조언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농사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풀입니다. 1년 동안 농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100시간으로 본다면 그 중 60시간은 풀을 뽑아야 합니다. 풀 뽑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입니다. 특히 한여름 장마 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풀이 자라기 때문에 풀이 어릴 때 수시로 뽑아줘야 합니다."(23쪽)

여러 풀들을 뽑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님을, 나도 텃밭을 재배하면서 몸소 겪고 있는 바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앞장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풀을 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풀도 수시로 뽑아줘야 하는 일이기에, 1주일에 최소한 1번 이상 밭에 갈 수 없는 처지라면 농사는 처음부터 아예 포기하라는 것 말입니다. 아무리 작은 주말농장이라 하더라도, 농사는 시간 날 때 짓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짓는 것임을 잊지 말라는 뜻이죠.    

그리고 이 책을 보니, 왜 그것이 병충해였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고추나무 잎에 붙어 있던 '꽈리허리노린재'와 '민달팽이'를 비롯해 야콘과 고구마를 파먹은 '굼벵이', 그리고 무와 배추에 붙어 있던 '비단노린재' 등이 그것들이었습니다.

"친환경농약은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민간요법처럼 구전으로 폭넓게 알려진 것들이 많습니다. 진딧물에는 우유나 물엿을 물에 타서 뿌려줍니다. 흰가루병, 노균병에는 난황유를 만들어 뿌려주기도 합니다. 난황유는 '계란+식용유+물' 또는 '마요네즈+물'을 섞어서 만듭니다. 통상 재료를 구하기 쉬운 마요네즈로 만듭니다."(126쪽)

진딧물을 그렇게 직접 만든 친환경농약을 사용해서 죽일 수 있다니, 그 또한 놀라운 정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담배꽁초를 우린 물이나 목초액, 식초, 제충국, 은행나무 잎, 쇠비름 등을 이용해서도 친환경농약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병충해와 싸울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때에는 화학농약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죠. 그 문제는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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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꾸밈 사진 책 속에 들어 있는 사진 그림입니다. ⓒ 길벗


올해도 예배당 옆 텃밭에 여러 작물들을 재배했는데, 며칠 전에 양파와 마늘을 캐서 교우들과 여러 이웃과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참외와 수박과 오이와 가지와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그 옆으로는 한참 자라다 꽃이 피었고 지금은 검은 씨까지 맺히고 있는 대파가 뻗어 있습니다. 그 대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이런 묘수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6월 6일: 조선대파 씨앗의 채종은 송아리의 씨앗이 까매지면 합니다. 너무 이르면 덜 여문 씨앗을 채종하게 되고 너무 늦으면 씨앗이 땅으로 쏟아지니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6월 6일: 줄기째 또는 송아리만 따서 햇볕에 바짝 말린 후 넓은 그릇이나 함지박에 대고 툭툭 털면 씨앗이 쏟아져 나옵니다. 6월6일: 채종을 마친 조선대파는 밑둥을 바싹 베어놓습니다. 6월12일: 그러면 새로운 싹이 다시 올라오고 이 싹을 계속 키울 수 있습니다."(433쪽)

그렇게 월별로, 요일별로, 꼼꼼하게 농사 일지까지 적어놓고 있는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나도 초보농사꾼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올해는 이 책 덕분에 수박도 두 줄기에서 두 개의 큼지막한 수박을 기대할 수 있겠고, 참외도 좀 더 튼실한 참외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벌써부터 그 꿈이 부풀어 옵니다.

텃밭 농사 무작정 따라하기 - 베란다 텃밭부터 100평 큰 밭까지 완벽 학습

심철흠 지음,
길벗, 2017


#수박 참외 오이 가지 #아들 줄기 새끼 줄기 #채종을 마친 대파 #교회 예배당 옆 텃밭 #친환경농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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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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