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과상여금, 이 '적폐'는 어찌할 것인가?

[주장] 협동의 교직 문화 파괴, 위화감만 조장해온 교원성과상여금제

등록 2017.06.21 15:01수정 2017.06.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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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학교는 성과상여금

며칠 전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한 '적폐'로서 공공 기관의 성과 연봉제의 폐기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 선언 한 달 전인 지난 5월 일선학교 교사들에게는 일제히 교원성과상여금(이하 '차등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차등 성과급이란 무엇인가? 교사들의 일 년 간 '성과'를 학교 마다 나름대로 규정을 정하고
S, A, B 등급 (처음엔 A, B ,C로 나누었는데 'C급'이라는 말 자체가 교사들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선지 교육부는 이렇게 바꿨다)으로 상대 평가 하여 이에 따라 정부가 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기준 차등지급율 70% 경우 S 458 여만, A 358여만, B 283여 만원.)

세상 사람들은 말할 수도 있다. 아니, 남보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많이 올린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비록 일부지만 교사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2001년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부터 이를 비판하고 폐지 운동을 벌여온 전교조와 이에 공감해온 많은 교사들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그들은 말해 왔다.

교육적 성과, 수량화·계량화 하기 힘든 영역

"교사의 '교육적 성과'는 영업 사원이 자동차를 남보다 많이 팔아서 인정받는 성과와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영역의 교육적 성과는 학생들의 참된 인간적·지적 성장일 텐데 이것을 어떻게 1년 단위로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그것도 상대 평가할 수 있는가? 교육적 성과는 참으로 수량화․계량화하기 힘든 영역이다."

학교라는 교육 공동체의 성과는 교사 개개인의 각개약진이 아니라 교사들 간의 인간적․교육적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야 한다. 교무부, 학생부, 인문 사회부 등 각 부서는 각자 맡은 역할이 있지만 그 업무들의 상당 부분은 독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교사 개인의 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담임교사의 고유한 업무도 있지만 담임교사가 하기 어려운 학생지도는 생활학생부 교사들이 도움을 준다.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담당 교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교무부장의 업무가 다소 많고 다소 중요하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가장 신나 하는 교내 체육대회 행사는 체육과 교사의 노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 해 좀 힘든 일을 맡은 교사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편한 일을 맡은 교사도 있겠고 어떤 분야에 나름 능력이 돋보이는 교사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교사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일 년 단위로 수량화해서 등급을 매기고 일정한 돈을 차등해 지급하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것이다. 

16년 계속된 차등성과급, '교육의 질 향상'과 '교원 사기진작'과는 무관 

차등성과급을 도입할 당시 정부는 '교직사회내부의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외재적 보상을 통한 교원의 사기진작'을 내세웠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그것으로써 '교육의 질'이 개선되었다거나 '교원의 사기'가 진작 되었다는 연구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애초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 아닌가.

권력의 욕망은 명백하다. 경쟁(채찍)과 돈(당근)으로 교사를 길들이고 순치시킴으로써 '인간의 교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어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든 교사들의 화합을 통한 단결과 협동심을 깨트리려는 권력의 음모가 거기엔 있는 것이다.

과연 차등 성과급이 지급될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의 학교는 보이지 않는 홍역, 물밑 전쟁을 치른다. 차등성과급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교조의 오랜 폐지 운동의 일환으로서 '균등분배'를 놓고 학교마다 모종의 설왕설래가 있고, 때론 멀쩡히 잘 지내던 교사들 사이에도 저강도 신경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매한 민중은 이간질시켜 분할 지배할 것을 군주에게 조언한 마키아벨리가 문득 생각나는 것도 이럴 때다.

교사들의 자발적 '균등분배'가 처벌 대상? 

이명박근혜 정권의 더욱 나빴던 행실은 교사들의 균등분배 운동을 막기 위해 갖은 초법적 협박과 지시를 일선학교로 내려 보냈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균등 분배 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이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균등분배는 S, A, B로 분류된 각 교사의 통장에 차등된 돈이 아주 합법적으로(!) 지급 된 후에야 교사들 사이에서 논의 되는 것으로서 이에 동의하는 S등급을 받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일정 금액을 내어 B 등급의 교사에게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은 이것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정부 혹은 교육부가 나서서 교사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주변 무리들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 낱낱이 밝혀진, 상상을 초월하는 무수한 거대 적폐에 비하면 차등성과급과 그것을 균등분배코자 하는 교사들의 운동에 대한 교육부의 치졸하면서도 초법적인 방해와 위협은 아주 소소한 '적폐'에 해당한다 할지 모른다.

차등성과급이란 적폐의 청산을 소망한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 개혁은 소모적인 경쟁에 내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교육의 자주성과 민주주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견지한 인간의 교사들과 함께 완성된다. 그러한 교사들의 더불어 살고자하는 협동적 교직 문화를 파괴하려 듦으로써 교사들 간 위화감만 조장해온 것이 차등성과급이라면 이 같은 학교 안 적폐는 결코 작은 적폐라 할 수 없다.

혁명의 촛불로 태어난 새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라는 적폐의 어둠을 몰아냈듯이 학교 현장의 또 하나의 적폐인 차등성과급이란 어둠도 하루 빨리 걷어내기를 소망한다.
#전교조 #차등성과급 #교육 적폐 #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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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고교 교사로 일했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인간의 교사로 살다>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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