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후보자의 '사회주의' 발언이 논란이라고?

[민언련 방송뉴스 비평]

등록 2017.06.24 20:01수정 2017.06.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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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사회주의 상상’ 발언을 문제 삼은 TV조선(6/23) ⓒ 민주언론시민연합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선이 여야 대치로 난항을 겪던 가운데 22일 여야가 청문회 속개에는 합의하면서 일부 정상화됐습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 주요 내각 후보자들이 다음 주에 일정대로 청문회를 치릅니다. 언론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대엽 후보자는 사외이사 겸직 논란, 송영무 후보자는 방산비리 연루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런 논란들은 그나마 검증에 필요한 의혹 보도로 꼽히는데요. 정책 검증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의혹 보도가 쏟아지면서 일부 보도들은 부실한 근거와 '낙인찍기'로 변질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23일, MBC·TV조선·채널A·MBN이 일제히 보도한 '김상곤 후보자 사회주의 발언 논란'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네 방송사는 김상곤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빌미로 케케묵은 '색깔로 공세'를 가했습니다.

'사회주의 상상', '맑스주의'는 안 된다는 방송사들

MBC·TV조선·채널A·MBN 4개 방송사가 문제 삼은 김상곤 후보자의 발언은 2007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나왔습니다.

MBC <한미 동맹 폐기 주장한 부총리 후보>(6/23 http://bit.ly/2t2d0MI)에서 배현진 앵커는 "사회주의 혁명을 연상시키는 발언, 한미 동맹 폐기 주장"이 있었다면서 "이념편향적인 언행이 논란"이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김민찬 기자는 "8기 신입생 모집의 대표 슬로건을 '자본의 족쇄를 거부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합시다'로 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 후보자 발언 장면을 보여주면서 "사회주의 혁명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이라 지적했고 "(노무현 정부는) 5년 동안 민주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던 민주진보 운동을 희화화하고 스스로 무능정권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 왔습니다"라는 발언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총장 시절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해방공간을 건설할 동지일꾼들을 길러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썼"다고 설명하면서 '이념 문제'를 부각했습니다. 이어서 "2005년 교수노조 위원장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 주장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한 것도 논란", "2007년에는 맑스주의 이념을 추종하는 단체의 집행위원에도 이름도 올렸습니다" 등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TV조선 <"족쇄 거부…사회주의 상상">(6/23 http://bit.ly/2t1Ybte) 역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라고 지적했고 "국민의례가 아닌 '민중의례'를 진행",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릅니다"라며 '사이버노동대학'의 졸업식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채널A도 비슷한 내용의 <"사회주의 상상하자" 논란>(6/23 http://bit.ly/2s1siAY)를 아예 톱보도로 부각했습니다. MBN <"자본 족쇄 거부…노무현 정권 무능">(6/23 http://bit.ly/2t5jxph)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비치면서 "'사회주의를 상상하자', '노무현 정부는 무능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는데, 김 후보자, 10년전 자신의 발언이 부메랑이 되서 돌아올 줄 몰랐겠죠"라고 비아냥댔습니다. MBC·TV조선·채널A·MBN은 하나 같이 '사회주의를 상상하자'라는 김 후보자 발언에 과민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사회주의 상상', '자본 족쇄에서 해방'이 불온? 민주주의 거부나 다름없어

네 방송사의 태도는 호들갑에 가까운데요. 이것이 억지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따져보려면 먼저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의 성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버노동대학 홈페이지를 보면 "노동관료가 아닌 운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나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설립"한 "노동운동의 공적 교육기관"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관료도 기업도 아닌 노동자 스스로의 관점에서 노동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교육한다는 의미입니다. 노동 3권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임을 감안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능동적인 국민의 직접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상곤 후보자는 이렇게 노동자 중심의 노동자 교육기관의 대표를 한 것이고, 졸업식에서 "자본주의 계급적 모순의 실체를 파악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 "자본의 족쇄를 거부하고 사회주의를 상상합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MBC·TV조선·채널A·MBN은 바로 이 발언을 불온시하여 '논란'으로 키웠는데요. 그러나 사회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자본주의가 낳은 모순을 해소하고 생산 수단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사회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실현하려는 사상 및 운동"입니다. 학문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가 사회주의의 개념을 정립하고 대중화시켰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처한 체제가 양극화, 파편화되어 비인간적 면모가 커지고 있으니 이를 타파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당장 지금의 한국 사회만 보더라도 극심해지는 양극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기득권의 극심한 부패 등 자본주의 체제와 연결된 폐해가 많습니다. 사회주의는 서구 사회와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산당과 사회당 등 주요 대중정당의 강령을 이루는 뼈대이고 유수의 대학에서 주요하게 연구되는 학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노동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사회주의를 '상상하자'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아야 할 '논란'이라며 침소봉대하는 이들 방송사의 편협한 관점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들 방송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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