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이 "죽을까봐 파묻은" 수첩, 박-최 공모 증거로

[박근혜 20차 공판] '안종범 수첩'과 같은 내용 등장

등록 2017.06.30 18:25수정 2017.06.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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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 출석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경재 변호사: "3월 28일 검찰에 수첩 두 권 내놨다. 작년 12월부터 조사받았는데 4개월 지나서야 내놓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죽을까 봐 갖고 있었다.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힘과 돈을 가진 분들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감이 있어서 나중에 제출했다."

최광휴 변호사: "어디에 보관했나?"

박헌영: "땅에 파묻어놨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지난 3월 검찰에 제출한 업무수첩 2권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까.

30일 박 전 대통령의 20차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는 박 전 과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그가 검찰에 제출한 업무수첩 2권도 중요 증거로 다뤄졌다. 

박 전 과장이 최씨의 지시내용을 받아 적었다는 수첩엔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의 수첩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2016년 2월 19일 박헌영 수첩에 'TBK(더블루케이)+KSF(K스포츠재단) 회의'라고 적힌 부분을 보면 '연맹 창단-제주 건설회사(부영)'라고 쓰여 있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20일 안종범 수첩에는 '부영회장 K스포츠 연결'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하남 거점 체육시설의 건립 자금을 부영그룹에 요구하려고 했으나 부영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무산됐고, 롯데로 요청 대상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안 전 경제수석은 수첩에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옮겨 적었고, 박 전 과장은 수첩에 최씨의 지시를 받아 적었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이 받아적은 내용은 같고 날짜는 하루 차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롯데 압수수색 전에 75억원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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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착하는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헌영 수첩'에는 롯데그룹에 관한 기록도 나왔다.

'롯데 미팅 일정 잡아서 다시 조율 - 실무팀 협의. 어느 정도 범위가 가능한지? 부담은 갖지 말고. 다른 기업 신경끄고. 할 수 있는 예산'

박 전 과장은 K스포츠재단이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할 때 금액이 너무 많다는 등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최씨가 롯데엔 이런 식으로 하라고 지시한 사항을 적어둔 것이라고 증언했다. 최씨가 재단 모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개입한 정황을 뒷받침 하는 것이다.

박 전 과장은 2016년 3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롯데그룹에 찾아가 지원금을 요구했다. "최씨의 지시로 직접 롯데, SK 등 기업에 찾아가 지원을 요청하면 돈 주는 기업들이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미 내용을 대략 알고 있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박 전 과장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박 전 과장에 따르면 롯데는 3월까지만 해도 K스포츠재단이 요구한 75억 원을 35억 원으로 줄이자고 요청했으나 20여일 뒤 입장을 바꿨고, 이후 75억 원을 전액 지원했다. 신 회장은 2015년 11월 롯데월드타워가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자 3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협조를 부탁했고, 그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5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같은 해 6월 이 돈을 반환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6월 7일 75억 원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전날인 6월 6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과 최씨, 안 전 경제수석은 수차례 통화했고, 롯데는 6월 10일 압수 수색을 받았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이에 관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과장은 최씨 변호인단 이경재 변호사가 "수첩이 사후에 작성된 게 아니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다시 "수첩 어디에도 최서원의 지시사항이라고 써둔 부분이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자 박 전 과장은 "저한테 지시한 분이 한 분이었기 때문에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라며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인데 '말하는 이 최순실'이라고 쓰나"라고 반박했다.
#박헌영 #박근혜 #최순실 #신동빈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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