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종주도시' 자처한 구미시의 이상한 행정

작은도서관 예산도 '새마을' 때문에 엇갈리는 '종주도시' 구미

등록 2017.07.03 20:06수정 2017.07.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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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는 자칭 '새마을운동 종주도시'다. 2012년 9월 선포된 구미시장(남유진)과 구미시 새마을회장(김봉재) 명의의 '종주도시 선언문'은 '새마을운동'이 '최빈국의 나라'였다가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서게 한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신 박정희 대통령'의 과업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하여, 1978년에 '새마을과를 신설한 이래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새마을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구미시는 '가슴 속에서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의 자부심을 안고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의 정통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새마을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가 준비된 구미시'가 '새마을 운동 종주도시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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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종주도시를 선언한 대신, 구미시는 여전히 70년대식 패러다임을 벗지 못하고 있다. ⓒ 장호철


새마을 종주도시답게 구미시는 새마을운동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다. 2017년도에만 새마을회와 새마을 관련 기관에 지원하는 예산이 9억여 원에 이른다. 예산이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집행되어 시민들의 삶과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된다면 예산 액수는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기사 : 구미시, 새마을과 폐지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예산이 낭비되거나 그 집행의 합리성이 의심받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집행기관인 시와 시장이 질 수밖에 없다. 세금을 흔히들 '혈세', '피'같이 소중한 세금으로 비유하는 것은 그것이 합리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납세자의 요구와 믿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 종주도시의 예산 집행의 명암

최근 구미 참여연대(집행위원장 황대철, 아래 참여연대)의 논평에 따르면, 구미시가 경운대학교 새마을아카데미에 위탁운영 중인 '구미시 새마을지도자대학'(아래 새마을지도자대학)의 예산집행이 제멋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평 : '구미시새마을지도자대학'은 예산 낭비하는 새마을만의 친목모임, 폐지해야]

구미시는 새마을 지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하루 두 시간씩 42일간 진행하는 이 교육에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보조금 중 강사료와 교재 제작비 등 교육성 경비는 평균 42%에 불과한 2000만 원이다. 반면에 수료식, 입학식, 단합대회 등에 사용된 금액은 48%인 24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인 것이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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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새마을지도자대학의 보조금 정산내역. 교육경비보다 교육외적 경비의 비중이 높은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큰' 예산 집행을 보여준다. ⓒ 장호철


새마을지도자대학은 42일(84시간) 수업에 다과비가 600만 원이 쓰이고, 단합대회에 300만 원을 쓴다. 입학식에 400만 원, 80~100명 정도가 수료하는 수료식에 1천만 원이 집행된다. 42일간 진행되는 수업에 제작되는 현수막만 무려 40여 개가 제작된다. 거의 하루에 한 개꼴로 현수막을 만들어 건다는 얘긴데, 이쯤 되면 이는 돈을 '물 쓰듯 한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가 새마을지도자대학을, 교육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새마을회원들을 위한 '특혜성 친목 모임'으로 규정하고 이의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다. 참여연대가 새마을지도자대학의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경운대학교 새마을 연구소에도 경북새마을지도자대학이 개설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구미시가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지도자대학을 개설할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며 이를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로 꼽고 있다. 구미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새마을과'를 개설하고, '새마을 종주도시'를 표방하는 게 유일한 이유가 될까.

구미시의 예산은 낭비되는 것만이 아니다. 응당 이루어져야 할 지원도 내용에 따라 편파적으로 운영된다. 참여연대가 시정을 요구한 '작은도서관' 편파 지원이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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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에선 2013년 제정한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를 통하여 민간도서관을 지원하고 있으나 '새마을작은도서관' 외엔 지원이 전무하다. ⓒ 구미참여연대


구미시는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에도 불구하고 민간 작은도서관이 '새마을' 이름을 달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에 '새마을'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에는 해마다 각종 보조금을 지원해 2016년도 지원금은 3700만 원에 이르렀다. [관련 논평 : '새마을' 이름 달아야 지원, 구미시 민간 '작은도서관' 노골적 차별]

구미시는 전국에서 작은도서관 설립 붐이 일던 2013년 7월 '작은도서관 설치·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 조례는 1천 권 이상의 장서를 갖추고, 6석 이상의 열람석, 33㎡ 이상의 건물 면적을 확보하면 민간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할 수 있게 했고 예산의 범위 안에서 시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새마을'로 갈린 작은도서관 지원

이 조례에 따라 현재 구미시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38개의 작은도서관이 등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27개가 새마을문고 구미시지회가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며, 나머지 9개는 개인이나 법인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그런데 이 9개 작은도서관은 지금껏 시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작은도서관이 시에 보조금을 요청하면 '새마을' 이름을 달 것을 노골적으로 권유받을 뿐이다. 시민들을 위한 같은 문화 시설인데도 불구하고 '새마을'이란 이름에 따라 노골적 차별이 이루어진 것이다. 참여연대가 이를 민간 자생의 도서관 생태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형평성을 잃은 도서관 지원은 행정 조직조차 기형적으로 운영하는 데서 기인한다. 구미시의 '민간 작은도서관' 담당 부서는 문화관광담당관실이다. 그러나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은 이 부서에 편성되어 있지 않고 '작은도서관'과는 무관한 '새마을과'에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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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의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의 담당부서는 문화관광담당관실이지만 예산은 '새마을과'에 배정되어 있는 기형적 구조다. ⓒ 장호철


노골적인 편파 지원은 지역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 중 단 1곳을 제외한 모든 작은도서관이 '새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내 부영아파트 3단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늘솔길도서관'은 새마을 이외 민간 작은도서관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는 구미시의 노골적인 행정 때문에 끝내 새마을문고로 편입된 사례다.

결국, 작은도서관에 대한 구미시의 이 같은 노골적 편파 지원은 작은도서관 조례 제정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새마을문고'를 지원하기 위해 민간의 자발적인 풀뿌리 문화 운동마저 고사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참여연대가 도서관 지원 사업을 가장하여 '새마을'을 지원하는 왜곡된 시정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러한 시정이 새마을이란 이름으로 왜곡되고 있으며 새마을 관련 예산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또 시 의회를 통하여 이 같은 독단적 행정이 견제되고 있지도 못하다. 시 행정이 시민의 감시권역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운동 왜곡, 자립적 발전 막는 새마을과 폐지 주장

참여연대는 새마을지도자대학에 대한 특혜성 예산과 '작은도서관' 편파 지원 등은 구미시 새마을과가 새마을운동을 왜곡하고 그 자립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새마을지도자대학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새마을과를 폐지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라는 것이다.

구미시가 '새마을 종주도시'임을 천명하고 새마을과를 통해서 민간단체인 새마을회 운영을 주관하는 한 새마을운동은 여전히 '개발독재 시대의 상징'일 뿐 시민들의 참여와 자치에 유의미한 모델이 될 수 없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구미시의 새마을 관련 시정 행태와 낭비적 예산 운용이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친 것은 구미시의 새마을운동이 70년대식 '위로부터의 개혁'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이러한 시대 지체로부터 참여와 자치를 본령으로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마을과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기존의 관행을 뒤엎는 철저한 자기 부정의 과정을 통하지 않고서는 낡은 시대를 딛고 새로운 시정 패러다임이 형성될 수 없다. 그것이 박정희 신화에 기반을 둔 새마을운동 종주도시 구미시에 주어진 선택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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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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