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150장으로 돌아본 한국재즈 음악

[인터뷰] <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 저자, 박성건의 늦깎이 음악인생

등록 2017.07.07 11:52수정 2017.07.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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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 ⓒ 스코어(score)

최근 우리 재즈 역사를 1936년부터 2016년 사이 발표된 150장의 앨범으로 집약 소개한 <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4년이 넘는 자료 수집 기간, 2년 동안의 집필을 통해 이 저서를 세상에 내놓은 이는 음악평론가 박성건이다.

38세였던 2010년,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으로서 10년 이상 재직했던 IT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그가 선택한 일은 '한국재즈사 연구'였다. 불과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국재즈 및 가요를 제대로 연구해 소개하는 음악평론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대학시절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 앨범을 접하면서 재즈 마니아가 되었던 박성건. 그 또한 재즈에 열광하던 음악애호가에서 상대적으로 단 시간 만에 음악평론가로 불릴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성건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재즈' 연구 및 공부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했다. 전국을 돌며 음반을 수집하고, 미국과 일본 재즈클럽을 다니며 열정에 열정을 거듭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재즈 관련 서적을 작년과 올해 출시한 저자가 되었다. 책을 낸 뒤에는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및 여러 강연장에서 아직은 투박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남들이 좀처럼 가지 않았던 길을 과감하게 선택하며 자신의 것을 확고하게 다져나가고 있는 박성건 음악평론가. 지금 관련 분야의 일을 해나감에 있어 부족한 점을 많이 알고 있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대한다는 그를 6월 30일 오후 3시, 망원동에 있는 출판사 스코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재즈사를 관련 음반으로 만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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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 음악평론가 박성건. ⓒ 스코어



- 간략하게 <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 책 소개를 한다면?

"한국재즈의 역사를 음반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전에 출간했던 <한국재즈 100년사>에서 편년체로 우리 재즈역사를 서술했다면 이 책에는 시대별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150장의 재즈와 관련 앨범들을 선정 수록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집한 음반에 관한 소개를 가능한 자세하게 썼고, LP 또는 CD 라벨과 앨범 재킷 앞뒤 이미지 등 최대한 모은 자료들을 책에 담으려 했다."

- 집필하게 된 배경과 계기가 있나?
"우리나라 재즈역사를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된 음반을 구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한국재즈사를 다룬 책을 내면서 관련된 앨범들을 대부분 다루지 못해 안타까움이 컸는데 운이 좋게도 후속집필을 이어길 수 있었다. <한국재즈 100년사>가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면 <한국재즈음반의 재발견>은 대중이 쉽게 이 책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등 보편성에 방점을 뒀다."  


- 어떤 방법으로 자료 수집을 했나?
"한국재즈사를 연구해 나가면서 아티스트와 앨범 리스트 작업을 몇 년 동안 꾸준히 했다. 해당 작품을 직접 보고 듣는 작업은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전국의 음반가게를 찾아다녔고 여러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입해 나갔다. 미처 구하지 못한 앨범들이 나올 경우 미리 업체 사장님 또는 직원 분에게 부탁해 구한 적도 많았다. 꽤 고가의 음반들도 상당수여서 경제적으로 애로사항이 생길 때도 있었다.(웃음)" 

- 해당 앨범을 낸 음악인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나?
"물론이다. 책에 소개된 앨범의 주인공 가운데 현존하고 계신 열분 중 일곱 분 정도 음악인들은 직접 만나 상세한 설명을 드렸다. 단번에 약속을 잡고 그분들 모두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수차례 연락을 드리면서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웃음) 김준ㆍ신관웅ㆍ박성연님 등 '대한민국 재즈 1세대'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책에 담긴 음반 선정 과정에서는 여러 재즈평론가 및 뮤지션들의 고견과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 재즈앨범이라고 하기에 애매모호한 소개된 것 같다.
"그렇다. 하지만 수록하게 된 이유가 있다. 정성조님이 작업한 <어제 내린 비>와 <겨울여자> OST는 재즈음반은 아니지만 그분이 우리 재즈역사에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소개했다. 솔직히 그분의 재즈앨범은 많지 않고 해당 작품을 구하지 못했다. 재즈 뮤지션들과 음악 활동을 했던 전위음악가 박재천, 퓨전재즈의 영향을 받은 김현철의 <김현철1집>, 박광현의 <박광현 1집>, 재즈 음악인들과 자주 협업을 해 온 크로스오버 뮤지션 고상지의 <Maycgre 1.0> 등은 이 책을 만나게 될 분들이라면 반론을 재기할 수 있을 듯하다."

- 책을 집필하는 데 힘들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앨범을 선정하고 집필내용을 정리하고 줄여나가는 작업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음악평론가의 생각을 함축적인 글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일반인들의 재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책의 취지에 맞도록 내용을 추려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관련 자료를 수년 간 꽤 축적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부족함이 더 느껴졌다. 파고들면 들수록 발견하지 못한 자료들이 끝없이 나오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하는 그때가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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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전관에서 공연과 전시가 결합된 문화행사인 <뮤지비션>이 5월 16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고 있다. ⓒ 박성건



- 대구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고 들었다

"대구예술발전소 전관에서 공연과 전시가 결합된 문화행사인 <뮤지비션>이 5월 16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 중 한국 해방 이전의 재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재즈사에 의미 있는 음반과 자료들을 전시하는 <청년에게 보내는 한국 재즈음악, 지금은 어떤가요?> 개인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6월 23일에는 전시회에 온 관객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 전시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재즈 밴드도 함께 했는데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내 곡 설명과 더불어 옛 가요들을 재즈 스타일로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감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늦게 시작한 음악평론, 깊이 있고 열정적으로 해나가고 싶어

- 언제부터 음악과 관련된 일을 했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까지 대학전공을 살려 IT회사에 근무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다가 대학교 때 강남역 지하상가 음반가게에서 보았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버쓰 오브 더 쿨(Birth Of The Cool)> 앨범을 구해 들으면서 재즈를 본격적으로 접했고 심취하게 됐다,

그런 가운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재즈 역사 속 작품들과 조우하고 싶은 열망은 강했지만 막상 자료조차 구하기 힘든 암담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겼고 아내와 상의 후 직장을 그만뒀고 음악 감상과 자료수집에 열중했다. 2012년 한국재즈 관련 책을 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재즈강국 일본과 미국 주요 클럽을 다니며 공연을 보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고, 그런 내용들을 내 블로그에 게재했다.

이후 한 재즈전문 월간지에서 연락이 와서 국내에 있는 모든 재즈클럽 방문기를 연재하면서 여러 재즈 평론가들도 만나게 되었고, (주)한국대중가요연구소를 운영하는 최규성 음악평론가와 연이 닿아 2014년 이후 가요를 연구하면서 전문연구위원으로 몸담고 있다."

- 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 않았나?
"어쨌든 이쪽 분야의 경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첫 번째 책이 나왔을 때 항의 또는 비난의 글들을 더러 받았다. 오히려 그런 분들의 질책이 내게는 힘이 되었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다 보니 나에 대한 인지도가 짧은 시간에 올라가 라디오 출연, 책 출간, 전시 및 강의 등 여러 일을 하게 되어 오히려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웃음)"  

- 음악 관련 일을 하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작년 겨울 어느 토요일 연남동의 한 공간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은 인원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날이었다. 그날 단 세 분이 강연에 왔는데, 그 중 한 분이 내 블로그의 글을 좋아했던 캐나다 이민자였고 먼 곳에서 나를 보기위해 직접 찾아와 감동 그 자체였다.

또 한 번은 지금 게스트로 출연 중인 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정훈희의 '눈 속의 연인들'이란 곡을 소개했는데, 청취자 한 분의 문자가 문득 생각이 난다. 60년대 후반 그 음악을 여자 친구와 듣고 앨범을 선물했고, 나중에 아내가 되었고 그 여성은 작년에 생을 마감했다는 글을 접하며 내가 전하는 노래 한 곡이 누군가에게 '추억과 위로'를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인 또는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분들 모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음악을 듣기 위해 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재즈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가 되길 바란다."

-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가능하다면 내 생각과 철학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며 소통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방송과 같은 공간에서 진행자로서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국 재즈음반의 재발견 - 대한민국 재즈음반 가이드북

박성건 지음,
태림스코어(스코어), 2017


#박성건 #한국재즈 #재즈음반의 재발견 #이난영 #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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