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감금'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 2심도 무죄

법원 "김씨, 자료 삭제 가능성 높았고 실제로도 자료 삭제"

등록 2017.07.06 11:28수정 2017.07.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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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의원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 감금'이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준 부장판사)는 6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정·문병호·김현 전 의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오피스텔 주위엔 상당한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고, 피해자도 경찰과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에 비추면 안전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경찰에게 '밖으로 나갈 경우 안전하게 통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느냐'고 묻고 이에 경찰이 '지구대 전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통로를 개척해 주겠다'고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김씨의 노트북 컴퓨터의 자료가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되기 전 이를 제출받거나 확인하려는 목적에서 대기했을 뿐, 김씨를 나오지 못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보인다"고도 인정했다.

그 이유로 "김씨가 오피스텔 안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컴퓨터에 저장된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 자료나 흔적이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실제 김씨는 오피스텔 안에 머물면서 대부분의 자료를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오피스텔 주위에 대기하던 피고인들로 인해 밖으로 나오는 데 주저했을 수는 있다"며 "그렇다 해도 김씨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으로 대선 개입 활동을 한 상황, 이런 일이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김씨 스스로 나갈지를 주저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항소심은 국정원 요원인 김씨가 자기 방에서 자료를 삭제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정했다"며 "검찰과 국정원, 당시 박근혜 후보까지 순차적으로 공모한 '사법 농단'"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이번 무죄 판결이 국정원 개혁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며 "국정원 개혁 중 국내파트의 전면적인 폐지가 필요하다는 게 이번 판결에서 명백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등은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 선거 관련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의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35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로 2014년 6월 기소됐다.

당초 검찰은 이들에게 각 벌금형을 내려달라며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이 제대로 된 심리가 필요하다며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지난해 7월 "피고인들에게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감금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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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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