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오키나와의 '꿀팁'

훌쩍 떠나기 좋은 섬

등록 2017.07.10 11:28수정 2017.07.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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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은 아내의 즉흥적인 제안에서 시작됐다.

3월에 해외라도 다녀올까?"


지난 2월, 그것도 중순이 다 넘어가는 시점에 꺼낸 말이었다. 처음엔 귓등으로 들었다. 생각해보라. 3월이면 황사가 몰아친다. 중국은 안 된다. 그럼 가까운 동남아와 일본이 남는데 단체관광은 하고 싶지 않으니 동남아는 패스. 일본? 아무래도 원전사고가 마음에 걸린다. 타이완은 작년에 갔다 왔다. 무엇보다 준비할 시간이 없다.

그러고 나니 갈 데가 없는 거다. 아무리 휴일을 쥐어짜봐야 3박4일이 고작인데 더 멀리 나가는 건 오고가는 데 시간만 버리는 낭비다. 그때 우연히 타이완 옆 길다란 섬이 눈에 들어왔다. 오키나와다. 일본 본토에서 꽤나 멀어 타이완 쪽에 가깝고 비행시간은 2시간이 조금 넘는단다. 어, 괜찮은데? 그렇게 우리의 오키오키 오키나와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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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라우미 수족관, 고래상어와 사람들 아마도 저 고래상어가 오키나와에서 가장 유명할 것이다. 황제처럼 느르게 유영한다 ⓒ 강현호


갑작스레 떠나기로 했으니 오키나와에 특별한 감정이나 절절한 사연이 있을 리 없고 동경조차도 없었다. 3박 4일이라는 기간에 다녀오기에 무리가 안 될 만큼 가깝고 밤길이 무섭지 않을 만큼 치안이 좋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즉, 가도 되고 갈 수 있는 해외였기 때문에 선택했다. 강한 매력이 없는 오키나와. 물론 다녀온 지금은 마음이 달라졌다. 그 이야기는 앞으로 충분히 하게 될 것이다.

알찬 여행의 팔할은 제대로 된 계획 수립

구체적인 목적과 목표가 없는 즉흥 여행. 백지에 쓰는 여행계획은 쉽게 그렸다가 또 쉽게 지울 수 있다. 결국 공항으로 가는 그 전 날 저녁까지도 여행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이건 자유여행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설계자한테는 고역이기도 하다.


그 고역을 줄이려면 무턱대고 유명한 데를 찾을 게 아니라 여행지 특성을 먼저 알아야한다.

1. 렌터카 없이는 고생이다

섬 내 이동거리가 제주도 보다 훨씬 길다. 그렇다는 말은? 렌터카가 필수라는 의미다. 렌터카 없이 여행을 하겠거든 가족은 두고 따로 돌아다니시길 추천한다. 그래야 다른 가족들이라도 쉽게 차를 얻어 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키나와에도 대중교통이 있다. 도로도 잘 닦여 있다. 시간 맞춰 치밀하게 움직이면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일례로 오키나와의 자가용 의존율은 86%이고 철도 의존율은 1%라고 한다(<한겨레 21> 15년 3월 18일 기사 참고). 현지인들도 대중교통을 멀리하는데 여행자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2. 제주도 만큼 안전하다

제주도에 비견될 만큼 치안이 우수하다. 밤낮 가리지 않고 어딜 가든 겁부터 집어 먹을 일은 없다. 꼭 경찰차가 많이 보여서 안전한 게 아니다. 가보면 안다. 그 안정된 분위기가 느껴지니까. 내 흥분된 여행자의 마음만 좀 가라앉히면 현지인들과 마찰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3. 만국공통어가 통한다

이쯤 되면 턱하니 목에 걸리는 게 있다. 언어. 분명 오키나와는 일본이다. 그러니 일본말을 쓸 것이고 나는 일본말은 못 알아듣는다. 그렇다고 영어는 잘하나? 노! 이런 사정인데 일본말만 쓰는 오키나와에 무작정 간다고? 그것도 차를 렌트해서? 말이 안 되잖아? 아니다. 말이 된다.오키나와 역시 만국 공통어가 통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오키나와는 1972년까지 미군점령지로 있었으니 영어가 제2외국어라도 된다는 건가? 아니다. 무엇보다 영어는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 만국 공통어는 숫자다. 1,2,3,4,5. 거기에 화폐가치가 부여되면 막강한 힘이 생긴다. 오키나와에서도 그 위력은 대단하다. 그러니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우리는 현금과 신용카드를 들고 가면 현지 언어의 벽 따위는 쉽게 넘어설 수 있다. 물론 내가 돈을 쓰는 입장일 때 이야기다.

만국 공통어의 힘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숙소, 식당에서 부족함 없이 발휘된다. 업체 규모에 따라 한국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거나 최소 한국어 메뉴판과 안내판이 준비되어 있다. 언어의 첫 관문이랄 수 있는 렌터카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주 저렴한 또 저렴한 비용에 맞춰 업체를 고르면 내가 일본어를 충분히 할 줄 알아야겠지만 충분한 돈을 들이면 한국인 직원이 상주해 있고 일본어풍 한국어가 아닌 능숙한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즉흥여행이라도 계획은 철처하게

이런 사정을 알았으니 실제 여행계획을 짜보자. 나는 이때가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재미있기도 하다. 조금씩 조금씩 여행지의 비밀을 깨낼 때의 재미가 쏠쏠하다.

해외여행이니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는 단연 비행기 티켓이다. 오키나와는 몇 해 전부터 저가항공이 취항하면서 티켓값은 싸지고 시간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물론 내 마음처럼 새벽같이 떠나서 초저녁쯤에 돌아오는 비행기편이 언제나 기다려주는 건 아니다. 그나마 진에어가 내 입맛에 맞아 그곳으로 정했는데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예약하려면 묻지 마시고 일단 서두르시기를 권한다. 어떤 항공사든 일찍 예약하면 좋은 시간대의 가장 싼 티켓을 득할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시간을 쥐어짜서 어떻게는 평일에 떠나서 평일이나 최소한 토요일에 돌아올 수 있다면 좋다. 진에어의 경우 17년 3월 기준으로 수목금토와 목금토일 왕복 티켓의 가격차이가 1인당 20만 원 가까이 됐다. 비행기 티켓만 봐도 시간이 금이란 말은 확실히 맞다.

이제 현지 세부 일정으로 들어가보자. 렌터카를 빌릴 거라서 어디든 시간 구애받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렇다고 오키나와를 무턱대고 종횡무진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의 이동거리라야 좋다. 여행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오키나와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본 섬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가 볼 만한 섬들이 많다. 음식풍도 경치도 즐길 거리도 본 섬과 확연히 다르다고 하니 그곳도 여행코스로 잡을 만하지만 3박4일, 그것도 첫 여행으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첫 자유여행 모험은 본섬으로도 충분히 짜릿하다. 너무 쫓기듯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여유롭게 한 곳에서 머물 작정으로 식당을 제외한 여행지는 하루에 3곳을 넘지 않게 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보고 즐기고 찍고 맛 볼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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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맛 <도리요시>의 닭만두. 제발 한국에 제대로 된 지점을 내어 주시길. 한국에서 마음껏 먹고 싶습니다. ⓒ 강현호


여행권역은 크게 4곳이다. 나하지역, 남부, 중부, 북부. 나하는 공항근처이고 슈리성과 국제거리, 인기있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어서 피할 수 없이 하루는 묵게 된다. 그게 첫날일지 귀국 전날이 될지는 선택의 몫이다.

우리는 나하, 중부, 북부를 골랐다. 그 일정에 맞춰 숙소를 잡자면 나하에서 1박, 중부에서 1박, 북부에서 1박하면 움직임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는 일도 큰 일이라 2박은 북부에서 같은 숙소로 결정했다. 대신 몇 시간을 길에 흘리고 와야했지만 그 만큼 숙소에서 쉴 시간은 얻었으니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큰 손해는 아니었다.

이런 큰 틀 속에서 구체적인 장소를 선택해 나갔다. 오키나와 여행자들의 블로그를 몇 개만 뒤져봐도 만좌모, 슈리성, 츄라우미 수족관, 국제거리, 류쿠무라, 코우리대교와 몇몇 해변이 반복해서 보인다. 그 중에서 슈리성과 츄라우미는 빠지지 않았고 우리도 다녀왔다. 첫 여행이라면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그 외 우리 여행의 테마는 맛. 볼거리는 덤. 체험은 피하자 주의다. 우선 3박 4일동안 8끼 식사와 중간 중간 먹을 간식거리를 정하고 틈틈이 볼거리와 배 꺼트릴 산책 코스를 정했다. 참고로 우리는 4식구가 움직이는데 액티비티는 싫고 여행의 핵심은 먹는 일이다. 그래서 동선의 중심은 볼 거리나 체험이 아니라 식당으로 잡는다. 거기에 맞춰 첫 숙소는 조식 없이 가격이 저렴한 호텔로 했고 다음 숙소는 공간이 넓고 조식이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그 세부적인 여행계획표와 실제 경험담은 다음 편에서 전하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아날로그캠핑 블로그에도 게재하였습니다.
#오키나와 #츄라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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