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마을에서 하룻밤, 어때요?

풀벌레 소리 함께하는 별바라기도 행복한 곡성 심청한옥마을

등록 2017.07.10 13:48수정 2017.07.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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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심청한옥마을. 곡성군이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한옥마을이다. ⓒ 이돈삼


17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변을 하늘거린다. 증기기관열차와 레일바이크가 지나는 철길과 나란히 간다. 섬진강과 국도, 철길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송정전망대다. 전망대에서 잠시 해찰을 하고, 오른쪽 마을로 들어간다. 송정마을이다.

마을을 지나 막다른 길목 산자락에 심봉사의 석상이 서 있다. 그 뒤로 웅장한 기와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와집 6동과 초가 12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심청한옥마을이다. 곡성사람들은 익히 아는 마을이다.


곡성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시설에다 섬세한 손님맞이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덕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금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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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한옥마을에 선 심봉사 석상. 곡성 심청한옥마을은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토대로 곡성군에서 조성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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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심청한옥마을 풍경. 곡성군이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토대로 조성한 마을이다. 초가와 기와집이 줄지어 있어 옛 고향마을처럼 정겹다. ⓒ 이돈삼


심청한옥마을을 찾은 여행자들은 세 번 놀란다. 먼저 깊은 산중에서 만나는 규모에 압도당한다. 돌담길을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이 담숭담숭 들어서 있다. 집집마다 자두나무,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다.

고색창연한 멋은 아니지만, 옛날 고향집을 떠올리게 한다. 외갓집처럼 정겹다. 세미나실과 식당을 갖춘 큰 기와집도 있다. '송정가'로 이름 붙은 이 집에서는 단체 모임과 레크리에이션까지 즐길 수 있다.

겉모습만 그럴싸한 게 아니다. 현대식으로 단장된 실내에 또 한 번 놀란다. 주방과 화장실, 욕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부자리도 보송보송하고 단아하다. 은은한 숲의 향도 방안에 가득하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도 낭만적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능선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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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한옥마을에 조성된 연못과 심청 조형물. 효녀 심청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조형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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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심청한옥마을에 조성된 우물가의 심청 조형물. 심봉사가 젖을 동냥해 딸 청이를 키운 것을 빗댄 조형물이다. ⓒ 이돈삼


심청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도 재미를 더해준다. 소설 '심청전'은 눈먼 심봉사가 기른 어린 딸 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바다에 몸을 던진다. 그러나 청이 나중에 살아나서 황후가 되고, 아버지와 애틋한 상봉을 하면서 심봉사의 눈까지 뜨게 한다.


곡성은 '심청전'의 원류인 관음사 연기설화와 엮인다. 관음사 연기설화는 1700년께 장님 아버지를 둔 효녀 홍장의 이야기다. 홍장은 한 스님의 안내로 진나라 사신을 따라 진나라의 황후가 됐고, 아버지를 그리며 관음상을 만들어 보냈다.

이 관음상을 모신 곳이 곡성군 오산면 성덕산 관음사라는 것이다. 너무나 슬픈 아버지는 빗줄기 같은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로 인해 눈이 밝아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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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댐에 반영된 심청한옥마을 풍경. 곡성 심청한옥마을은 곤방산 자락에 조성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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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한옥마을의 자두나무. 집집마다 자두나무와 살구나무가 있어 자두와 살구를 따먹을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 이돈삼


심청한옥마을은 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마을에 심봉사의 석상과 심청의 조형물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곡성에서 심청축제를 열고, '공양미 삼백석 모으기'를 통해 저소득 노인들에게 무료 개안수술을 해주는 것도 이런 연유다.

심청한옥마을에 산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면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도 감미롭다. 밤에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달바라기와 별바라기를 하는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다. 주변에 다른 불빛이 없는 깊은 산속이어서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오붓하다.

심청한옥마을에서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도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꿈결처럼 달콤한 쉼을 안겨주는 심청한옥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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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심청한옥마을의 기와집. 곡성군이 조성한 한옥마을은 기와집과 초가로 이뤄져 옛 외갓집처럼 정겹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심청한옥마을 #송정마을 #곡성 심청 #심청마을 #심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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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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