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들키겠나?'하는 그런 심보겠지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 치워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등록 2017.07.11 14:09수정 2017.07.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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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다 우리 동네에서 좀 떨어진 굴암돈대에서 내렸습니다. 굴암돈대는 강화도 해안도로에 인접에 있습니다.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뜨입니다.


"아니, 저게 뭐야?"
"뭘 보고 그러는데?"
"저 현수막 말이야!"
"무단으로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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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를 무더기로 버렸습니다. ⓒ 전갑남


눈에 잘 띄게 붉은 글씨로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는 경고문이 선명합니다. 현수막 아래에는 각종 쓰레기로 어지럽게 널려있습니다. 건축폐자재에다 각종 생활쓰레기까지 무더기로 쌓여있습니다. 쓰레기더미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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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폐기물이 많이 쌓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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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셔진 냉장고 문짝을 비롯한 대형쓰레기에다 재활용쓰레기까지 버려졌습니다. ⓒ 전갑남


큰 쓰레기들은 차떼기로 버린 듯싶습니다. 또 지나가다 쓰레기 널려있으니 은근슬쩍 내려놓은 것들도 보입니다. 한두 사람이 잘못을 터놓으니 여러 사람이 그 잘못을 또 따라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현수막 큰 글씨 아래 '이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친절하게 화살표로 사진까지 찍어 설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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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현수막에 '사진과 함께 이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다'는 경고문까지 넣었습니다. ⓒ 전갑남


무단으로 아무렇게 버리는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으니 제발 좀 버리지 말라는 경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쓰레기가 방치된 곳을 보니 쌓인 쓰레기를 치운 흔적이 보입니다. 자잘한 쓰레기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걸로 보아 얼마 전에 무더기로 치우고 현수막을 단 것 같습니다. 치우면 버리고 또 버리니, '이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어 양심에 호소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현수막으로 경고문을 붙였는데, 또 쓰레기가 쌓였으니 이걸 어찌해야 할 노릇입니까? 경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와 나는 혀를 찼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시 1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한다는 말은 겁도 안 나나?"
"'설마 들키겠나?'하는 그런 심보겠지!"
"감시카메라도 설치해서 그 생각을 고쳐놔야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슬그머니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가 치워줄 거라는 생각. 그건 정말 잘못되었습니다. 무단쓰레기는 아무도 치워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요?

이곳 굴암돈대는 인천광역시문화재로 지정된 곳입니다. 차량으로 가까이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돈대입니다. 문화재가 이웃에 있는 곳이니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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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광역시 지정 굴암돈대 입구에 불법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 전갑남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이곳을 지나게 될 때,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방치되어 있고, 수거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모르면 몰라도 가슴이 뜨끔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곳에 쓰레기 버리신 분, 다시는 '양심불량'하지 마세요!"
#쓰레기 #쓰레기 무단투기 #벌금 백만원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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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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