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두 채 지었지만 20년씩 늙지는 않더군요

[시골 집짓기] 속앓이 하지 않는 건축주가 있을까

등록 2017.07.11 15:22수정 2017.07.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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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340?  380?  400? 수능 점수 뭐 이런 건 아니고요. 돈 액수 입니다. 가능한 돈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평생 노력해 왔는데, 집을 짓다 보니 돈을 결국 최우선으로 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만 8년 전, 그러니까 2009년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는 40대 후반, 경제력이 어쨌든 좀 있을 때였고, 50대 중후반인 지금은 벌이가 시원찮아 건축비를 신경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건축비 평당 340만원에 마음이 끌린 배경은 한마디로 저렴한 가격 요인이었다는 거죠. 지난 5월말 시작한 경량 목조주택 공사가 7월 중순으로 넘어가는 지금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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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은 이른바 줄기초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번 제 집 역시 8년전 벽돌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통기초를 했습니다. ⓒ 김창엽


시쳇말로 남자가 태어나면, 집은 한번 지어봐야 한다고 하죠.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저는 결국 두 채를 지어보는 경우가 됐습니다.

준공이 멀지 않은 이번 집은 어머니 아버지가 아파트 생활을 원치 않으시는 바람에 짓게 됐습니다. 만 8년 전 집 지을 때는 기술자만 고용하고, 시멘트 반죽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온갖 잡일은 다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집 짓기는 목조주택이라 저같이 무식하게 힘으로만 일하는 사람이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고요. 게다가 체력도 40대 때에 비하면 부실해졌고요.


평당 340만 원 짜리를 고르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300만 원은 너무 저비용이라 좀 믿음이 안 갔고, 400만 원 짜리는 가격대가 제일 높았다는 이유로 피했습니다.

결국 초반에 300과 400은 제쳐두고 340과 380을 놓고 나름 꼼꼼하게 견주었는데, 재료 등에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결국 시공팀의 기술력과 경험이 관건이었는데 솔직히 평당 40만 원 싼 게 380이 아닌 340 짜리를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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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시작된 목조주택 짓기는 7월 중하순쯤 끝날듯 합니다. ⓒ 김창엽


현재 짓고 있는 제 집은 창문이나 단열재 등등이 기본적으로 2등급짜리 입니다. 340으로 공사를 맡아 하겠다고 한 시공팀장에게 주문한 건 3가지였습니다.

안전한 집, 단열이 잘 되는 집, 습기에 강한 집.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올해 2월부터인가 얘기를 시작해서 결국 5월말에 착공했으니, 비교적 오랜 시간 서로 의사를 교환한 거지요.

참고로 평당 340이란 비용에는 기초공사비 등등은 포함되지만, 싱크대 붙박이장 수도설치 전기인입 등은 포함되지 않고요. 건축설계, 토목설계 비용도 별도입니다.

남자가 태어나면 집은 한번 지어보고 죽어야 한다는 말을 서두에서 꺼냈습니다만, 이런 말도 있습니다.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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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등급의 보온단열재. 여기저기서 돈 빌려 비용을 충당하는 빠듯한 건축인 탓에 최고 등급 제품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 김창엽


제가 50대 중후반인데, 요즘 여러 사람들로부터 60대 초중반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집을 2개씩이나 손댔으니 20년은 더 늙어 보여야 할 텐데, 진짜 나이보다 예닐곱 살 더 먹은 정도로 봐주는 걸 보면 그래도 집 한 채에 10년씩까지 늙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번 집을 지으면서도 노심초사했던 부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걱정 한 톨 없이 집 짓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돈을 물 쓰듯 하는 재벌이라도 아마 건축 중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여튼 집 짓는 과정 내내 만족스럽고 마음이 편했다면 일단 그 건축주는 상당한 인격을 가졌거나, 천성이 매우 낙천적인 분이라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완공을 향해 막바지로 접어드는 지금, 지난 두어 달 동안의 크고 작은 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만족한다고 총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집이 제대로 지어졌는지는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집이 제대로 지어졌는지는 적어도 만 3년쯤은 살아봐야 그럴듯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저는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사시게 될 현재 건축중인 집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제 집이 있는데요, 지금 거주중인 집에서 9년째 살아본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앞으로 두어 차례 더 시골 집짓기에 대해 전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마이공주 닷컴(mygongju.com)의 시골 이야기 코너에도 올렸습니다.
#시골 #집짓기 #전원주택 #농가주택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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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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