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와 딸 지현양이 대화를 하고 있다.
이희훈
이은자씨는 평범한 엄마였다. 4살이 된 지현이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기 전까지 말이다. 아무리 불러도 지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예", "아니요" 외에는 말하지 못했다. 자폐 1급 판정을 받았다. 처음엔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장애 신청도 지현이가 6살 되던 해에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식 날, 그녀는 자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정이 안 되더라고요..."라고 말문을 연 이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어나갔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아이들이 명찰 붙이고 서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너무 다른거에요. 질서를 지켜야 하는 학교라는 사회에 처음 간 건데... 우리 아이만 다른 세계에 있는 거죠."
그는 "선생님 통솔에 아이들이 따르고 그 뒤를 엄마들이 따라 다니는데, 우리 아이를 보고 엄마들이 '어?', '쟤 좀..'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안 가던지"라며 "입학식 그 두 시간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집에 와서 그날 다른 학교에 입학하는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서로 '어 누구야'라고 말한 다음에 둘이 계속 울었어요"라며 "그 엄마도 똑같은 걸 겪었을 거라 서로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라며 울먹였다.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엄마 뒤로 소파에 앉아 두 팔을 흔들거리며 "아아"라고 읊조리는 지현이가 보였다.
이렇게 힘겨운 입학식을 견디며 들어간 초등학교였지만 지현이는 버거워했다.
"아이도 비장애인 친구와 자기가 다른 것을 아는 것 같았어요. 일반학교 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지현이가 학교 교문 앞에만 가면 안 들어가려고 했어요. 말을 못 하니까 계속 서서 저를 쳐다보고. 그렇게 실랑이를 한참 하고 울면서 들어갔어요."지현이가 5학년이 되던 해, 특수학교로 옮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강서구에 있는 유일한 특수학교인 교남학교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구로구에 있는 정진학교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접었다. 정진학교에 다니기 위해선 초등학생인 지현이가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에 학교 셔틀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라도 특수학교로 보내고 싶어 이씨는 왕복 3시간을 감수하고 정진학교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탈락했다. 지현이를 포함해 강서구에 있는 30여명의 또래 장애인 학생들은 강서구도 아닌 구로구 특수학교에 지원했지만 탈락해 일반고로 가야했다.
셔틀버스 타러 가는 10분이라도 줄이고자 이사 택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