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시대, 가장 확실한 투자는?

[책 뒤안길] 김경록의 <1인 1기>가 추천하는 노후대책

등록 2017.07.31 20:27수정 2017.08.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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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노후대책? 노후대책! 노후대책... 말만 나와도 골치가 아프다. 나는 이 면에서 깜깜하다. 하는 일의 특성상 돈벌이와는 턱을 지고 살아 온 터라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노인층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0대 초반에도 아직 현역인 게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은퇴 후의 내 삶은 그리 풍요로울 것 같지 않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고령화리뷰-한·미의 노후빈곤과 연금정책 평가'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의 노인 빈곤율 평균 12.6%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진입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김경록은 책 <1인 1기>에서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8년이 걸렸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는 8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각각 24년, 12년이며, 프랑스는 115년, 40년이다.

고령화사회는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말하고, 고령사회는 14%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이 비율이 20%를 넘어가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60년에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카타르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노후대책... 반은 연금에, 반은 기술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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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기> (김경록 지음 / 더난출판 펴냄 / 2016. 4 / 272쪽 / 1만4000 원) ⓒ 김학현

우리나라 노령인구 증가율이 얼마나 빠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초고령사회로 과속으로 전진하고 있다.

저자는 노년층이 자산증식이 거의 멈춰버린 가운데 대비책 없이 초고령사회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인 1기를 주장한다.


"반연금·반기술 전략은 콜옵션과 같다. 콜옵션이란 가격 하락 시에 손실을 막고 상승할 때는 그 수익을 취하는 구조이다. 반연금·반기술 전략 역시 최소한의 소득을 마련하여 그 이하로 소득이 하락하는 것을 막고, 기술을 통해 돈을 벌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165쪽)

초저금리 시대와 더불어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책은 노인 개개인이 어떻게 이런 심각한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특히 은퇴자가 하루를 선용하는 면에서 낙후하기 이를 데 없음을 지적한다. 일하는 데 40%를 쓰고, 여가생활에 60%를 사용하는데, 여가 시간의 절반 이상을 TV 시청에 할애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가 시간을 TV 시청보다는 종교, 문화 활동, 교제와 같은 적극적 여가에 선용할 것을 주문한다.

노인의 TV 시청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3만3000시간이고, 일수로 환산하면 1383일, 년수로 환산하면 3년8개월 동안 TV를 본다고 한다. 나는 TV를 많이 시청하는 편이 아니어서 이런 수치를 보며 새삼 놀랐다. 이 시간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책은 사회 구조적 문제나 정부, 아니면 사회 전반에 걸친 노력이나 제도에 대한 고려는 하고 있지 않다. 개인의 노후대책에 의존하는 방법의 제시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개인이 대비하는 노후 전략이라는 면에서만 보면 굉장히 건강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노후대책... 건강하게, 길게 일하라

예전에 1년여를 수입 없이 산 적이 있다. 모아놓은 돈이 없는 상황에서 3개월을 사니 돈이 떨어졌다. 그때 내 나이 50대 중반, 아이들은 둘 다 대학생이고. 참 난감했다. 무슨 일이든 수입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밖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결국 어렵사리 월 88만 원짜리 일용직 주유원을 선택하고야 안심했던 적이 있다.

적은 돈이지만 88만 원이 매달 들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때 깨달았다. 책을 읽으며 다시 그때가 떠오르는 것은 저자가 건강하여 계속하여 일하는 노후대책을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그나마 든 사람들은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매달 수입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공적 연금으로 생활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거다.

그래서 저자는 노후에도 일을 하라고 말한다. '나를 회춘시켜라!'는 저자의 말은 너무 실감나는 표현이다. 건강하면 병원 안 가서 돈 굳어, 건강하면 일할 수 있어서 돈 생겨, 일거양득이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자산증식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그러니까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가 아니라 계속하여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수명이 길어진 만큼 노후의 자산관리는 장기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회춘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춘은 몸을 젊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인적 자본을 아깝게 내버려두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돈에 투자하지 말고 사람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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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노후대책으로 준비해야 할 '기술'은 과학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고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을 말한다. ⓒ pixabay.com


저자는 이런 의미에서 인적자본은 '기술과 장수'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78세의 미국의 화가 모제스 할머니의 예를 든다. 그녀는 10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23년 동안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 '70세에 선택한 새로운 삶이 이후 30년 동안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그녀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말해 준다.

3년 동안 자신에게 투자하여 30년 동안 안정된 노후를 맞을 수 있다면 저자의 말마따나 '수지맞는 장사'다. 기술을 익히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장수시대에 우리가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말하는 1인 1기는 심층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일이고, 독립적이며 소규모적이어야 하고,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자의 노후대책으로 준비해야 할 '기술'은 과학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고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이런 기술 습득을 위해 은퇴 전부터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인적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노후 기술은 아래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혼자 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보다 훨씬 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98-100쪽)

저자는 이어 앞으로는 형이상학적이고 사교적인 직업이 살아남는다며, 빅데이터 분석가, 목사, 교사, 변호사, 벽돌공 등을 <비지니스 포스트>를 인용하여 추천한다. 내 직업이 여기 포함되니 좋긴 한데 은퇴 후는 아무 소용이 없을 듯하다.

늙으면 건강, 돈,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폭풍 공감한다. 저자의 노후대책이 맘에 드는 것은 이런 면으로 접근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을 나름대로 해석하면 관계의 복원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능력 복원, 물질관계의 복원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망 복원, 이들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가능하지 않을까.

저자는 부록에서 기술교육과 창업을 돕는 곳을 추천한다. 고용노동부 HRD-Net, 한국폴리택대학의 기능교육과 직업훈련, 서울시의 취업훈련센터, K-스타트업의 시니어 기술창업스쿨, 창조경제타운 창조경제혁신센터, 서울시 창업스쿨, 소공인 특화지원센터, 고용노동부 워크넷 등이 그곳이다.
덧붙이는 글 <1인 1기> (김경록 지음 / 더난출판 펴냄 / 2016. 4 / 272쪽 / 1만4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1인 1기 - 당신의 노후를 바꾸는 기적

김경록 지음,
더난출판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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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기 #김경록 #노후대책 #반연금 반기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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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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