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없고 불법주정차량 즐비, 스쿨존 맞나요?

[스쿨존, 안녕하신가요?] 경상남도 진해 경화초등학교 편

등록 2017.08.09 20:26수정 2017.08.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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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부터 경남지역 초등학교를 돌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의 실태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8월 현재 140여 개 학교를 돌았는데요. 최근 돌아본 초등학교 스쿨존 중 인상 깊었던 곳 몇 군데를 골라 기사로 게재합니다. - 기자 말


지난 7월 19일, 경남 진해 경화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을 방문했습니다. 경화초등학교에는 23(1)학급, 539(4)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경화초등학교에 도착해서 놀란 건 경화초 근처가 생활도로구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경화초등학교 옆길이 생활도로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은 이 동네는 어린이 보호구역뿐 아니라 생활도로구역까지 속도가 30으로 제한된다는 뜻입니다. 보행자들에게 쾌적한 교통 환경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헉, 그런데 인도를 점령하고 있는 불법주정차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생활도로'는 차량 속도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행하기 좋은 도로라는 뜻일 것인데 인도를 차량들이 점령하고 있으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분명 어린이 보호구역인데 불법주정차된 차량들이 횡단보도까지 점령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니 생활도로라는 것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것이 무색했습니다. 단속이 필요합니다. 주차금지, 견인구역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차량들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실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도 학교 인근엔 옐로 카펫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횡단보도는 평범했고(험프식이 아님) 신호등도 없었습니다. 인도 확보는 잘 되어 있었지만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여서 아이들은 차를 피해 길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학교 앞은 일방통행길이었고 지그재그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학교 앞 문구점에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학교 앞에서 경찰서를 봤습니다. 경찰들이 하교시간에 맞춰 나와 있었습니다.

경남 경찰청은 2017년 도내 초등학교 509개교 중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하거나 소규모 농어촌학교 통학버스 운행 등으로 도로변 위험성이 낮은 학교를 제외한 227개교에 대해 등교(오전 8시부터 8시 40분까지), 하교(저학년 집중하교) 시간대에 1학교 1경찰관을 배치해 책임교통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애초 계획은 3월초까지만 하는 것이었으나 지역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후 경찰청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고, 현재는 연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색이 다 벗겨진 횡단보도에 불법주정차량까지

안타깝게도 학교 앞 횡단보도의 색이 다 벗겨져 있는 것도 모자라 차량이 떡하니 주차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재도색이 필요해 보입니다. 학교 옆 차도는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학교 후문 쪽에도 옐로 카펫이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도 험프식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중앙선과 양 옆으로 탄력봉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는 횡단보도 근처에 불법주정차량들이 많았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주정차를 막기 위해 다시 시설물을 설치한 것입니다.

운전자들도 바닥에 노란 두 줄의 실선이 있는 곳은 주정차가 금지된 곳이란 걸 기억해야 합니다. 운전자들이 바닥선만 잘 지켜도 이처럼 이중으로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즉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 노란색 두 줄의 실선이 있는데도 주정차를 하니까 탄력봉까지 설치하는 것입니다.

인근에는 차량속도 감지기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지켜봤는데 30을 넘는 차량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차량속도 감지기가 오르막길 쪽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반대편 길인 내리막길에는 차량속도 감지기가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의 과속이 더 흔합니다. 양쪽에 다 설치하든지 아니면 내리막길에 우선 설치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화초등학교 스쿨존에 대한 첫 인상은 '좋아요'였는데, 꼼꼼히 뜯어보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인도를 점령하고 있는 불법주정차들 ▲바닥 표시가 희미해진 도로들 ▲생활도로에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으나 아이들과 보행자들의 안전은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아이들과 보행자들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높이 사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의지가 좋아도 유지와 관리가 잘 되어야 합니다. 주정차위반의 경우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킬 수 있도록 단속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경화초등학교 아이들과 보행자들이 쾌적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사람이 편안한 곳이 살기 좋은 곳입니다.
#스쿨존 #경화초등학교 #진해 #어린이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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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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