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동성혼은 시기상조" 이낙연 국무총리 유감

기계적 중립만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 성소수자 인권은 언제까지 '시기상조'?

등록 2017.08.17 09:39수정 2017.08.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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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3000여 명이 참석한(주최 측 추산) 집회가 열렸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의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입을 모아 "새로 개정되는 헌법에 '성평등',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등이 포함된다면, 동성애와 동성혼이 허용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헌법 개정안에서 관련 표현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우파 개신교 일부 교단에 소속된 총회장들과 17개 광역시도 기독교협회 사무총장단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낙연 총리는 '성평등 개헌'과 관련한 일부 개신교계의 주장에 대해 "동성애는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법으로 제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동성혼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도 적고 시기상조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정부 출범 이후 1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동성애'에 대해 정부가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여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국민적 공감대'를 쌓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정부 주최의 간담회나 토론회가 열렸다는 사실도 역시 들은 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성소수자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를 위한 제도화 등은 사회적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아 나중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계적 중립' 고수는 결국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유예시키는 결과만 초래한 채 어떠한 변화도 이뤄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과 관련하여 UN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차례 권고한 사항에 대해서조차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보 시절부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성평등 정부, 국가인권위 위상 강화에 대한 대대적인 천명에 나서는 모습은 그 속에 담긴 진의를 헷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계적 중립만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 당사자들 어서 만나라

정부가 '기계적 중립'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무기한 유예하는 동안,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세불리기에 성공하여 이주민을 비롯한 다른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 선동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꺼내놓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은 자연스럽게 '반대 의견'으로 행정기관에 수렴되어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 실현을 지연시키는 등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비중을 갖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 제도의 결정과 시행에 당사자가 아닌 혐오 조장 세력의 주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처럼 정부가 성소수자를 사실상 '정책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이낙연 총리의 발언과 같이 '기계적 중립'에만 골몰한 유력 인사들의 발언은 더욱이 성소수자 인권 증진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사회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큰 분노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배제'다.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유지시키거나 바꾸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존재와 의견을 배제하는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 비춰보았을 때,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 고립시켰다. 이것이 이낙연 총리가 성소수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이유다. 이왕이면 성소수자들도 국무총리실에 초청해 정중하기 사과하고 이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기를 바란다. 잊지 말라. 정책 입안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정책의 영향을 받을 대상자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성소수자들을 만나보라.
#이낙연 #성소수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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