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중심 자전거도로, 전주시민 여론 조사해보니

시민 80%, '전주, 자전거도시로 적합'... 57% '차선 감소해서라도 자전거도시 돼야'

등록 2017.08.19 14:59수정 2017.08.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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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앞 첫마중길 백제대로 전주역앞 800여미터 구간을 첫 마중길로 명명하여 도로 가운데를 광장화하였다. ⓒ 김길중


첫 마중길, 그리고 기린대로 자전거 도로

전주역 앞의 백제대로를 광장화한 첫 마중길이 완공됐다. 기존의 왕복 10차로에서 편도 2개를 줄이고 도로 중앙을 광장으로 만들었다. 직선이던 선형을 곡선으로 바꿨고, 제한속도를 낮춘 것이 재공간화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완공 후 논란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도 막히던 도로인데 차선을 줄이면 어떡하느냐'는 볼멘소리, '너무 곡선으로 돼 있어 운전하기 어렵다'는 불만, '전주의 정책이 시민을 우선에 두는 게 아니고 관광객을 우선으로 두는 게 옳은지, 그 불편을 시민이 감수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통됐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지적 중에 일부는 수용해 개선해 나갈 지점이 많을 것이다. 나는 차량을 위주로 움직이는 도시의 정책을 바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 방향에 지지한다. 이 길이 잘 정착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를 바라며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이 논란을 지켜보는 중이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논란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과정을 통해 도시민의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앞선 지적 중 바로잡을 대목이 있다. 마중길이 관광객을 위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길의 수혜자는 전주시민이다. 여러 연구결과가 말해주 듯 독일 등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인 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20∼4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이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평온한 길을 누리게 하는 것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마중길 논란은 뒤에 이야기할 자전거 도로 개설에 관한 부분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도로 차선이 줄어들고 승용차 이용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수라 같은 도시의 풍경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많은 도시의 사례가 말하듯이 옳은 길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주는 과연 이런 접근이 맞는 길일까?

1000명의 시민들이 생각하는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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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대로 자전거도로 개설에 관한 JTV 뉴스 보도 화면 캡쳐 몇년간 지속해서 논의해온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개설계획이 무르익고 있다. 조만간 세부적인 안전방안등을 확정하고 시민공청회등을 통해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 김길중


이런 궁금증을 풀어 보기 위해 물어봤다(설문조사 기간 7월 6일부터 17일까지). 먼저 이 조사가 온라인 조사이니만큼 전주시민의 생각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 점을 감안하고 살펴볼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소개한다.

총 1005명이 설문에 응했고, 유효한 설문의 수는 994건이었다. 구글 설문 양식을 이용해 불특정 사람들에게 배포돼 응답을 모았다. 아울러 3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페이스북의 공개된 그룹(전주의 모든 것)등에 공개해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설문 참여자 성별은 남성이 55.7%였고, 여성이 44.3%였다. 연령별로는 30대 미만 19.1%, 30대 17.3%. 40대 34.2%, 50대 24.6%, 60대 이상 4.7% 분포를 보였다. 전주시 거주자는 78.8%, 이외의 전북지역 거주자 16.1%, 기타 지역 거주자 5%였다. 성별, 이동수단별 차이나 자전거를 탈 줄 아는가 등은 설문 결과는 크게 유의성이 없다는 결과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대목을 중심으로 결과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전주시 응답자의 55%가 5㎞ 이내의 이동거리(편도)를 가지고 있으며 75%가 10㎞ 이내로 이동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25%도 전주시 이외의 시군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으로 볼 때 대부분 10㎞ 이내로 움직인다. 이는 전주가 자전거 도시로써 적합하다고 판단하는가에 대한 설문과도 연관돼 있다. 원래의 질문은 이렇다.

"자전거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자전거면 충분하다'는 구호가 있습니다. 이 말이 자전거로 모두 이동해야 하는 뜻은 아니고 자전거로 이동할 여건이 충분하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전거로 이동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전주는 날씨나 지형, 도시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이런 주장에 부합하는 도시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해 전주시 응답자의 40%는 그렇다고, 40%는 다소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80%의 사람들이 자전거 도시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전거 도시로 적합하다고 판단할수록 차선감소가 불가피한 자전거도로 개설에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59.6%가 차선감소가 불가피한 경우라도 찬성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28.5%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여겼으며 11.8%가 '자전거 도로 개설을 위한 차선 감소에 반대한다'고 응답하였다(전주시 응답자는 57%가 찬성).

전주시 응답자의 7%가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설문에서 제시된 형태의 자전거도로(뉴욕 퀸스대로의 전용도로)가 만들어질 때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찬성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렇다'가 380명, '다소 그렇다'가 238명, '그다지 아닐 것 같다'가 109명, '전혀 용의가 없다'에 52명이 응답했다. 전체의 79%가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채택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블로그를 통해 공개해 두었다, http://blog.naver.com/maisan2006/221051863993)

무엇을 해석할 것인가?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80%의 시민들은 전주가 자전거 도시로 적합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79%의 시민들은 여건이 갖추어지면 교통수단으로 생각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57%의 시민들은 차선감소라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전거도로 개설에 찬성할 의향을 밝히고 있다.

설문에 제시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당장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밖의 여러 여건을 함께 갖춰가고 시간이 흘러 정착된 후의 풍경일 것이다.

이미 여러 도시에서 구현되고 있고 설문조사에서 보듯이 시민들이 판단하고 있듯이 전주가 자전거 도시로서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그 길을 어떻게 펴 나갈지 실마리를 찾아가고 진행하면 될 일이다. 불편이 강조되면 사람들의 불편이 전부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불편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길에 대한 토의와 방향 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기린대로 자전거도로 #자전거도시 전주 #자전거도시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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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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