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가

등록 2017.08.25 12:06수정 2017.08.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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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고등학생부터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일 것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면서, 심지어 운전대 앞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즉, 우리네 일상의 소소한 시간까지 잠식한 것이다. 전화·메신저·사진 및 영상촬영·인터넷·검색·내비게이션·녹음기 등등 스마트폰은 혼자서 그 많은 역할을 척척해낸다. 대체로 하나의 사물이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스마트폰의 '일당백' 기능은 때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런 탓일까. 언젠가부터 '스마트폰 사용 중독' 현상까지 나타났다. 때로는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다 하차해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버리는 '불상사'도 종종 목격된다. 혹자는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의 점령군'으로 군림하게 된 현상 자체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기실 새로운 물질문명 또는 기술이 인간의 '사유'와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은 인류역사의 보편적 과정인 만큼, 그것은 새로운 물적 기반의 확산에 대한 거부 반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휴대전화로 여전히 구식 폴더 2G폰을 사용한다. 그래서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손전화기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한다. 특히 노년층도 아닌 20대인 내가 사용하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물론 그로인한 고충도 있고 불편함도 있다. 예컨대 어디 새로운 지역을 찾아갈 때 나는 꼭 집에서 먼저 교통편을 알아본 뒤 출발해야 한다. 또 아르바이트를 갔을 때도 때로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왜냐면 요즘은 회사나 사업장에서 카카오톡의 단톡방에서 업무공유를 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글쓴이에게 왜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해 불과 수년 전까지 다들 사용했던(한국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점은 지금부터 불과 7년 전인 2010년 전후 무렵이다) 폴더 전화기를 바라보며 폭소를 터뜨릴 때도 있다. 그런 한편 나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퇴물처럼 바라보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거나 아예 휴대폰 바꾸라며 닦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손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교체하지 않고 있는가?

우선 굳이 남들이 다 사용한다고 해서 나까지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다. 즉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개인'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다. 과연 남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그대로 사용하면 '동시대와의 호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도 다 살아내지 않았던가?" 즉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상대화할 수 있는 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도리어 일상 속에서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이상한 것이 아닐까?

또 하나는, '자본주의적 지배구조'에 포획당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전략이다. 기실 자본주의는 늘 우리에게 '필요 이상의 수요와 소비'를 추구하게 해왔다. 대량생산-대량소비로 구성된 이러한 체제는, 자본주의 상층부의 재부와 국가적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구조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 서구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상품시장을 개척·확보하는 일환으로 식민지 원주민들을 상대할 때 우선 중독을 유발하는 '커피'와 '콜라'를 대량으로 뿌리곤 했던 것이다. 영국이 중국의 청나라를 상대로 아편을 대량 수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은 본질상 기존의 휴대전화 기능에 인터넷 기능을 더해놓은 기계일 뿐이다. 나의 경우 휴대전화 기능은 필요하지만, '휴대 인터넷 기능'은 '필요 이상'에 속한다. 왜냐면 어차피 인터넷은 집, 학교, 일터, 공공기관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어디서건 접속할 수 있고, 그렇기에 굳이 이동시까지 인터넷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앞으로 수년, 수십 년 후에는 스마트폰 보다 훨씬 뛰어난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분명 도래할 것이다. 자본가들로선 기존 상품의 판매만으로는 이익 창출이 어려워질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신기술을 도입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도 여태까지 자본주의 지배구조가 유지되는 방법이었다.

그런 만큼 수년 후 우리는 스마트폰을 구닥다리 취급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고, 이어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교체할 것이다. 다만 나는 그러한 수고로움을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겪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이제 말씀드린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동시대와의 호흡을 포기한 결과가 아니라 '내 나름의 동시대와 호흡하는 방식'이라고.
#스마트폰 #자본주의 #제국주의 #지배구조 #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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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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