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에 나서야 할 때다

[주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광화문지하농성장 방문을 바라보며

등록 2017.08.26 14:02수정 2017.08.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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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광화문지하도에 마련된 농성장을 방문했다. ⓒ 이정훈


2012년 8월 21일, 광화문 지하도에 천막농성장이 하나 차려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소속 장애인 활동가들과 장애인들이 수많은 경찰들의 제지를 뚫고 반나절이 넘는 싸움 끝이 마련한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였다.

왜 광화문 지하도에 농성장이 들어섰나

오로지 의학적 기준에 의해 매겨진 등급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반인권적인 제도였다. 또한 2016년 말, 어느 장애인 어머니가 두 딸과 생활하고 있었는데, 큰 딸이 4대 보험이 가능한 직장에 취직했다는 이유로 장애인 어머니는 정부로부터 제공받던 기초생활수급비가 반토막 나고, 큰 딸은 직장에서 받는 자신이 받는 임금에서 생계 부양비로 원천징수가 되었다. 이게 부양의무제의 현실이다.

장애인들에게 이 두 법은 그야말로 악법 중에 악법이었다. 처음 광화문 지하 농성장이 차려질 때만 해도 영정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그러나 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광화문 지하 농성장에는 열 세 분의 영정 사진이 놓여지게 되었다. 악법 때문에 죽어간 장애인들의 영정 사진이었다.

여기에 이 두 악법 뿐만 아니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죽어가는 장애인들이 늘어나는 사건들이 되풀이 되었다. 급기야 광화문 지하 농성장에는 또 하나의 구호가 붙게 되었다.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라는 구호였다. 2016년 말, 전국의 촛불 밝혀져 "박근혜 적폐 청산"을 외칠 때, 이들 장애인들은 "장애인 3대 적폐 청산"을 함께 외치며,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 수용시설폐지"를 외친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니라 죽음의 장애인 수용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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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담을 나눴다 ⓒ 이정훈


개인이 운영하든 단체가 운영하든 "장애인 거주시설"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장애인 수용시설"로 정의하고 모든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하기까지 한 주장들을 펼쳐나갔다. 그저 시간되면 밥 먹고, 시간 되면 잠을 자야 하기에 퇴근을 앞둔 직원들에 의해 억지로 수면제까지 복용 당해야 했고, 외출 한 번 하려면 나랏님 만나야 하는 것처럼 갖가지 이유들로 거부당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수용시설과 다를 바 없는 반인권적 시설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그저 과격한 주장이 아니었고, 지난해 불거진 대구가톨릭에서 운영하던 대구 희망원 사태에서 적나라 하게 드러난 현실이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묶여 있고, 수면제를 강제로 먹어야 했고, 구타는 물론 성폭력까지 자행된 곳이 대구 희망원이었다. 장애인들의 분노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냈던 현실이었다.

이런 기나긴 싸움 끝에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광화문 지하농성장을 방문하고 5년 기간 동안 죽어갔던 장애인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복지사각지대로 인해, 부족하고 불합리한 제도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던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을 애도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광화문에 당신들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가 함께 하였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그 기억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지었다.

이날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부에게 전달되었고, 일정 부분 제도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투쟁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며 오늘의 만남을 갈무리했다. 이 표현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또 다른 제도적 성취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이 사용한 "투쟁 전환"은 장애인들의 완전한 사회참여,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이 아니라 지역사회로의 완전한 참여를 위한 숨고르기 바꿔 말할 수 있다. 유럽에서 꽤 오래전에 장애인 거주시설이 사라졌다. 특히 스웨덴 정부는 정부가 직접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매입해서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을 모두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시킨 것이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도 2016년을 끝으로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이 폐쇄되었다.

종교계,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운동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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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하농성장을 방문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장애인들이 환영하고 있다. ⓒ 이정훈


비단 개신교 뿐만 아니라 가톨릭과 불교 등 종교계에서 수많은 장애인 거주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2016년 드러난 대구가톨릭에서 운영했던 대구 희망원 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남원평화의 집 등에 이르기까지 종교계가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상당수에 이른다. 더 심각한 것은 종교계가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중 또한 상당수가 미신고 시설이라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만남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종교계가 어떻게 이들 장애인들과 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해 종교계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 단순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 남아 있다.

종교계에서 먼저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들을 정부로 환원시키고 자발적인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들이 수용시설이라 부르는 시설들을 폐쇄시키는 일에 앞장 서면 어떨까 한다. 처음 시작이야 종교적 신념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지만, 여전히 그런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겠지만, 당사자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 욕심을 버려야 할 때이다. 장애인들이 완전한 사회참여를 이루어도록 함께 그 보조를 맞추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보기독교언론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an.com)에도 게제됩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광화문지하농성장 #장애인 #박능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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