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곳곳에서 '판박이 민원' 나와

경기도 평택과 예산·홍성에서 동일한 민원... 주민들 “설계 자체가 문제” 주장

등록 2017.08.28 09:22수정 2017.08.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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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치가 않다. 충남 예산·홍성 주민들뿐 아니라 아산만방조제 일대에 살고 있는 평택 시민들도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김형용 서부내륙고속도로 반대 범대책위원회 사무국장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를 찾았다. 김 사무국장이 살고 있는 충남 예산에서 평택시 권관리까지는 자동차로 40분 거리이다. 권관리 주민들은 지난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예산·홍성 주민들의 '서부내륙고속도로 철회 촉구' 집회에도 동참한 바 있다. 

권관리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일대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노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아산만 방조제를 기준으로 북쪽은 경기도 평택시, 남쪽은 충남 아산시이다. 권관리는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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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는 평택 주민 대표 인효환, 정수일씨가 노선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이재환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이 통과할 예정인 경기도 평택시 권관리의 사정도 예산·홍성 지역과 비슷했다. 고속도로 노선은 여지없이 마을(권관리)을 관통했고, 심지어 학교(가사 초등학교) 담장 인근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권관리 주민들도 예산·홍성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이 되어서야 서부내륙 고속도로가 마을을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인효환씨는 "지난해 10월까지도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노선이 마을(권관리)을 통과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는 전면백지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노선을 변경할 것을 요구해 오던 권관리 주민들은 최근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노선 변경 수준이 아니라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 자체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부터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효환씨는 평택호 관광지 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인씨는 요즘 서부 내륙고속도로 때문에 일손이 잡히질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씨는 "1982년 광광단지가 조성된 이후 평택호 주변은 수학여행 코스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주민들은 평택호 관광지를 되살리려고 애쓰고 있는데, 고속도로가 관광단지를 관통하면 주민들의 숙원사업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인효환씨에 따르면 평택호관광지는 지난 1977년 국민관광지로 고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0년 이상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평택호에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40년 숙원사업'이라는 것이다. 권관리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이 평택호 관광단지를 관통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평택호 관광단지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과 예산 홍성 주민들의 민원, 판박이처럼 일치

경기도 평택과 충남 예산·홍성 주민들의 민원은 판박이 처럼 일치했다. 충남 예산홍성 주민들의 경우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민가 지역을 무차별 관통하는 이유로 스마트IC와 휴게소를 지목하고 있다. 경관이 좋은 곳에 휴게소를 점찍어 놓고 그것에 맞추어 노선을 긋다보니 고속도로가 민가를 관통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권관리 주민들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효환씨는 "권관리 안쪽에 종합 아울렛 휴게소가 들어설 예정"이라며 "평택호 인근에 휴게소를 점찍어 놓고 그것에 맞추어 노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자와 동행한 김형용(예산군 오가면) 사무국장은 "민자 고속도로의 가장 큰 병폐는 정부가 자본을 대고, 설계는 민간 업자가 맡아서 한다는 점"이라며 "민간 사업자는 주민 피해를 고려하기 보다는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는 쪽으로 도로를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민가 지역을 관통하는 경우가 많다. 취락지구인 충남 예산군 오신도로는 물론이고, 대흥면 슬로시티와 홍성군 천태리 민가를 치고 나간다. 경기도 평택시 권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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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쪽에서 바라본 아산만 방조제 배수갑문의 모습이다. ⓒ 이재환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사업"   

권관리 주민 정수일씨는 "서부내륙고속도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사업 중 하나"라며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주민피해는 단순히 경기도와 충남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충남 서북부 지역과 경기도 평택은 아산만 문화권에 속해 있어 옛부터 서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지역"이라며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기 위해서는 예산 홍성 주민들과 평택 시민들이 힘을 한데 모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형용 사무국장과 평택 주민대표들은 향후 '서부내륙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평택시 #권관리 #서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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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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