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출연금·뇌물약속, 이재용 판결의 문제점

민변·참여연대 긴급 좌담회 "절반의 아쉬움"

등록 2017.08.28 18:41수정 2017.08.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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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가 28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배지현


"삼성 총수 일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전에는 단 하루도 유치장에서 살지 않았다. (이번 선고를 통해) 법치주의가 한 단계 나아갔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절반의 아쉬움이 있다."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세기의 재판'이라 불린 만큼 양형 등 판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28일 오후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패널들이 꼽은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이재용과 삼성 관계자들의 양형

이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자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3·5 법칙'이 올라왔다. 법원이 재벌총수에게 1심에선 징역 5년을 선고한 뒤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다는 내용이다. 징역 3년까지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도 그런 경우가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좌담회에서도 양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강문대 민변 사무총장은 "3·5 법칙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공교롭게도 하나의 숫자가 맞아 떨어졌다"며 "재산국외도피 혐의만 해도 10년 이상 받을 점이 있었는데 절반으로 잘랐다. 항소심에서 이런 점들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이 부회장의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높았던 것으로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었다. 재판부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출연한 금액, 지원을 약속한 금액 등을 인정하지 않은 데다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를 적용했다.


이상훈 변호사는 "내가 들어갈 집을 리모델링하면 내가 좋은 거지 왜 삼성에게 좋은 것이냐"며 "삼성그룹에 유리하다는 논리를 감형 요소로 적용하는 건 과하다"고 비판했다. 김성진 변호사 또한 "감형 요소보다 오히려 형을 늘려야 하는 요소들이 더 많은데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며 "상식 밖인 양형 기준이다. 항소심에선 양형 기준이라도 지켜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 지킴이) 노동자들이 10년 넘게 싸워도 돈 한 푼 안 주던 삼성이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200억 넘는 돈을 줬는데 무죄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촛불집회를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며 "중형을 내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정경유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내부 장치를 만들 수 있었는데 굉장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② 미르·K스포츠재단은 왜 뇌물이 아닌가

이재용 부회장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433억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04억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금 액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동적으로 정해졌고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출연 과정에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대가관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재단에 지원한 행위가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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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성진 변호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움직이는 재단이라는 걸 몰랐다는 게 재판부의 핵심 근거"라며 "최씨가 아니라 제가 지배하는 재단이라도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보냈다고 하면 뇌물죄"라고 주장했다. 김남근 부회장은 지원 시기를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은 거의 같은 시기에 지원이 이뤄졌다. 영재센터가 최씨가 주도하는 사립재단이란 걸 알았는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선 몰랐다는 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③ 지원하기로 한 약속은 과연 무죄인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과 함께 뇌물로 인정되지 않은 돈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가 최씨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213억원이다. 재판부는 "잠정적인 예산을 추정한 금액에 불과하며 피고인들과 최순실 사이에 확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공여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성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논리를 완전히 바꿔 오인한 것"이라며 "뇌물액을 확정해야 하는 게 아니라 뇌물을 주고받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가 확정되면 족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만약 박근혜게이트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면 삼성이 213억원을 주지 않았을까"라며 "형법엔 뇌물공여 의사표시죄라는 게 있다. 한 사람이 의사표시만 해도 뇌물죄이기 때문에 이런 취지로 법리를 변경한다면 항소심에서 무죄 가능성이 떨어질 거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문대 사무총장은 "항소심에서 이 모든 쟁점이 다시 한번 발본적으로, 근본적으로 검토되길 강력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김남근 부회장 또한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고 법조인으로선 자괴감이 있었다"며 "이번 재판을 통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벌 총수의 실형을 무조건 면해줬던 과거와 달리 (재판부가) 노력은 했으나 과연 양형 요소 등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것인지 따져보자는 취지로 좌담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세 가지 형태의 자금지원 중 미르·K스포츠재단이 뇌물죄로 인정되지 않았고, 지원을 약속한 부분 등은 무죄로 판단하면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민변 #참여연대 #이재용 #양형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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