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 첫물 유기농 고추 말리니 색이 곱다

등록 2017.08.31 15:16수정 2017.08.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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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물 말린 유기농 고추 장마비가 길고 지리해서 고추건조기에서 저온으로 열흘간 말렸더니 색이 곱게 나왔다 ⓒ 유문철


첫물 고추를 말렸다. 저온으로 순하게 말리니 고추색이 곱다. 지난 9년 노지 유기농 고추를 400평~1200평까지 지었는데 올해는 몸이 아파 손이 많이 가는 고추 농사를 그만두었다. 집에서 먹을 건 안할 수가 없어서 한결엄마가 모종을 길러 백 평 정도 고추를 심었다.


7~8월 장마가 하도 길어서 고추농가들이 고추를 별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추밭에 한 번도 안 나가 보았지만 딸 고추가 없겠지 싶었다. 워낙 장마기간이 길다보니 온 동네 고추밭에 병이 났다. 유기농 고추를 기르는 우리 밭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올해 고추농사 조금 하길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한결엄마가 고추건조기에 한가득 넣었다. 고추농사는 주로 내가 지었는데 나보다 낫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고추탄저병이 많이 나서 화학농약으로도 잡기가 어렵다. 홍고추가 귀하니 공판장에서 값이 치솟고 있다. 값이 비싸도 딸 고추가 별로 없으니 고추 농민들은 울상이다. 애써 농사지었지만 빈손이니 말이다. 농사꾼은 풍년이 들면 값이 폭락하여 울상, 흉년이 들면 값이 높아도 팔 것이 없어서 울상이다. 농사꾼으로 살기 힘든 세월이다.

농사는 사람 재주가 아무리 용해도 하늘이 하는 거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요공급의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몇 해나 고추 값이 없어서 농협 창고에 묵은 정부 수매고추가 산처럼 쌓여있다. 고추 흉년이 들었으니 정부 수매물량이 오랜만에 햇볕을 보겠다.

그래도 공판장에서 20kg 한 박스가 7만원까지 오르는 걸 보니 올해 워낙 고추작황이 좋지 않아 상인들이 고추 값이 많이 오를 걸 예상하고 매점매석 하는가 보다. 정부는 어떨까? 늘상 고추를 비롯한 기초농산물 가격이 오를라 치면 물가 걱정하며 외국 농산물을 수입을 해왔다. 올해는 예외일까?
덧붙이는 글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10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기농민, 블로그 단양한결농원으로 농사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추 #유기농 고추 #단양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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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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